세상을 향해 질문을 던지는 - 아무튼 책방 (2)
#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공간
책 판매로 가게가 유지되는 것이 책방의 본질이지만 그것은 참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책방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책방 문을 연 그 이듬해 그녀는 한 해 동안 정말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사업이라고 해도 모임 정도인데 모임은 그에게 연대의 힘을 알려주었지만 반면에 엄청난 체력 소모를 가져왔다. 그러다 2021년 일이 났다. 번아웃이 아주 단단히 왔다. 책방은 장기전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이제 그는 아무튼 책방의 정체성을 조금 더 확고히 다질 시기라고 말한다.
“함께 무엇인가를 하는 공간”
책방은 사실 그의 최종 목표가 아니다. 그는 이곳이 배움 공동체를 위한 공간이길 꿈꾼다. 책을 매개로 함께 고민하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 그래서 지금의 모임은 보다 더 ‘함께 나아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지금을 백세시대라고 한다. 50대 중반에 접어든 그는 앞으로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을 더 살아야 한다는 가정을 했다. 가정해보니 고령화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게 됐는데 나이 듦은 권태로움의 싸움이든가 생존의 싸움 둘 중의 하나로 나뉠 수 있다고. ‘나이 듦’은 태어나면 이것은 죽음으로 치닫는 공통적인 생애주기를 갖는 우리 모두의 화두인데 그는 이것을 혼자만 고민하기보다 함께 웃고 떠드는 과정 속에 어떤 대안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늙어가는 것에도 공간이 필요하고 공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늙음, 몸, 성향 등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고 그 이야기가 존중받는 곳. 아무튼 책방은 그런 책들이 진열될 것이고 그 책들은 책방 속에서 또, 책방 밖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우리가 되고 우리의 언어가 세상에 목소리를 낼 것을 상상해 본다.
# 책 대 담배(feat. 조지 오웰)
“책 한 권을 출판하면 1만 부가 나간다고 가정할 때 –교과서까지 고려해도 이는 높은 수치이지만- 보통 사람 한 명이 한 해에 약 세 권을 직간접적으로 구입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세 권 모두를 사는 데 드는 돈은 1파운드나 1파운드가 조금 안 되는 정도다.” - 조지 오웰, 『책 대 담배』중
우리에게 소설『동물농장』, 『1984』로 잘 알려진 영국 작가 조지 오웰은 굉장한 산문가이기도 했는데 내가 인용한 『책 대 담배』는 믿음사의 ‘쏜살’ 총서 중 한 권이다. 이 책은 책 제목과 동일한 제목의 산문으로 시작하는데 내용은 한 해 동안 책을 사기 위해 드는 비용과과 술과 담배를 사는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를 계산하고 있다. 조지오웰이 1900년대 초중반 작가이니 그때도 술과 담배를 소비하기 위해선 지갑이 쉽게 열렸지만 책을 소비하는 것에는 인색했음을 알 수 있다.
요즘 책 한 권의 값을 대략 15,000원 정도라고 할 때 우리는 과연 일 년에 얼마나 많은 책을 소비하고 있을까.
책방지기는 이곳이 공동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책방에 드나들어야 한다고 한다. 그러려면 모임이 계속돼야 하고 무엇보다 책방 공간 자체가 계속 유지돼야 한다. 책방 유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판매이다. 하지만, 조지 오웰 시대나 지금이나 책은 소수의 기호품쯤으로 인식돼 있다.
사람들이 책을 사는 것을 주저하는 이유에 대해 책방지기는 책에 대한 사회정서와 문화가 미약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국가에서 책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도서정가제마저 흔들려고 하는 때여서 걱정이 크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는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완전도서정가제가 자리 잡았고, 유럽의 경우는 책방에서 할인을 해 주면 그 할인금액을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학교에서 매체들을 통해서 책을 많이 읽으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랐지만 막상 책을 사주는 어른은 많지 않았고 그런 문화는 지금도 여전하다. 책을 사는 것이 또, 책을 읽는 것이 허세쯤으로 여겨지는 정서가 지배적이다.
책 한 권이 가지는 힘은 꽤 강력하다. 한 권의 책으로 인생이 바뀐 이들의 이야기를 여러 매체에서 어렵지 않게 만난다. 좋은 책을 고르는 수고를 다양한 시선을 가진 책방이 덜어주고 있다. 책방에서 책을 사는 것이 일상이 되기를. 여러 거창한 설명이 필요 없는 일이 되기를 바란다.
# 삶을 이끌어 주는 책
강영선 책방지기는 때가 되면 만나게 되는 책이 있다고 했다. 그는 20대에 노동운동, 민주화 운동 현장에 있었는데 『전태일 평전』이 삶의 지침이 됐다.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할 수 있지만 또한,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생애를 보며 배웠고 그렇게 운동 현장에서 꿋꿋이 버틸 수 있었다고.
30대에는 결혼과 육아가 그녀의 현실이 됐다. 마음은 운동 현장에 나가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여건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그 시절 박경리 선생의 『토지』를 필두로 우리나라 대하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한다. 16권으로 이뤄진『토지』에는 약 600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책을 완독한 후 ‘그 누구의 삶도 그 시대의 흐름과 역사에서 자유롭지 않는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한다. 운동 현장에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이 있었던 그녀지만 여러 이유로 현장에 나오지 못했던 동료들을 이해하게 됐다고. 그렇게 그녀는 더 성숙해졌다.
이렇게 책은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게 해 주는데 40대에 책방지기에게 찾아온 책은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였다. ‘스토너’라는 남자의 일생에 관한 책인데 ‘누구나 자신의 삶의 주인공이고 어느 누구나 짊어지는 삶의 무게는 같음.’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모두는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더 강하게 했다고.
50대인 요즘 그녀의 관심사는 앞서도 말했지만 ‘나이 듦’과 ‘돌봄’이다. 질병과 관련해서 그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완전히 깨부숴준 책이 안희제의 『난치의 상상력』이다. 크론병으로 투쟁 중인 20대 청년의 생존투쟁기인데 병을 회피하거나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이 병과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이다. 아울러 병을 대하는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이 사회가 워낙에 건강 중심이잖아요. 어디가 좀 아프면 뭔가가 부족한 사람, 자기 관리 못한 사람 등으로 단정 지어 버리잖아요. 우리나라는 후천성 장애인도 많아요. 질병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죠.”
요즘 사회는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아픔을 들키는 것이 큰 결점을 들킨 것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아픔은 혼자 겪어내고 혼자 극복해 내야 하는 것이 잠정적 약속인 것 같은 시대.
“나는 아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보는 사람 때문에 아픈 걸 숨기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해서 생각해 보곤 해요.”
몸이 됐든 마음이 됐든 아픔을 숨기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해서 같이 고민할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그 사회가 더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책방지기는 걷는 걸 무척 좋아해서 종종 책방을 비우기도 한다. 그녀가 육지로 먼 산책을 가거나 올레 걷기처럼 긴 산책을 나섰을 때는 일일책방지기들이 아무튼 책방을 지킨다. 그리고 덧붙여서 일일 책방지기들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우리 책방 손님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책은 많고 조용하고 차도 마실 수 있어요. 가만히 멍 때리기도 하고, 책도 이것저것 살피다 보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시간이 꽤 돼요. 저야 본업이 책방지기라 그럴 틈이 없지만 일일 책방지기들은 그게 가능하죠. 와서 많은 분들이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공동 공간을 추구하는 그 다운 말이다.
아무튼 책방지기의 추천의 책은 위에 그녀의 삶을 이끌어 준 책들로 대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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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책방은 제주시 간월동로 12에 있고요.
매주 일, 월은 휴무에요.
화~금 낮 1시부터 저녁 7시까지 문을 엽니다.
이 글은 인터넷신문 <제주투데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책방의_탄생] 우리의 언어, 우리의 공간 < 책방의탄생 < 연재칼럼 < 기사본문 - 제주투데이 (ijeju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