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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녀구름 Sep 16. 2020

누가 알긴 내가 알잖아,

더 이상 나의 생각과 감정을 대충 넘기지 말자

어느 날 밤이었다. 아침부터 사람들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끝내고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을 자려 누웠다. 그런데 그렇게 누워서 느껴지는 감정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따뜻함도 오늘 하루 열심히 살았다는 뿌듯함도 아닌 무언가 허전한 감정이었다. 순간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당황스러웠지만 왜 그럴까? 생각하며 하루를 다시 한번 되짚어보았다.



그 날의 하루를 떠올려보면 분명 난 계속 웃고 있었던 것 같은데 왜 마지막에 느껴지는 감정은 따뜻함이나 뿌듯함이 아닌 그냥 무언가 알맹이가 없는 듯한 허전한 감정일까..? 왜 이러한 감정이 드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 마음의 감정이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감정인지, 어떠한 원인이 있었기에 이러한 감정이 느껴지는 것인지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을 이어가던 끝에 불현듯 한 연예인이 남편과 주고받았다던 그 대화의 내용이 생각났다.


그 부부가 나눈 대화의 내용은 이러하다.

어느 날 나무의자를 만들고 있는데 남편이 아무도 보지도 않을 것 같은 의자의 밑판을 열심히 사포질하고 있길래 아내가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여긴 사람들이 보지도 않는데

왜 그렇게 열심히 해..’

그랬더니 남편이

’누가 알긴 내가 알잖아.‘라고 답했다고 했다.



맞다. 그 남편의 대답!

길지 않지만 짧은 그 한마디의 문장 속에 담긴 말이 지금 나에게도 필요한 말이었다.

‘누가 알긴.. 내가 알잖아..’

‘남이 생각하는 나보다 더 중요한 건 내가 생각하는 나..’라는 그 말.






잠시 스쳐 지나갔던 그날 밤의 허전한 감정이 단순히 그 순간의 감정이 아닌 종일토록 아니 어쩌면 그 보다 더 이전부터 누군가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나에게는 더없이 중요했던 무언가를 놓치고 있었기에 들었던 감정이 아녔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날 하루 동안 분명 다른 이들도 내가 웃고 있다고 알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내가 종일 웃고 있었기에 괜찮은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다른 곳이 다 부드럽게 사포질이 되어 있어도 내가 만들었다면 그 의자 밑 부분은 사포질이 되어 있는지, 안 되어 있는지 나는 알고 있는 것처럼.. 누군가가 알아봐 주기 이전에 나는 사람들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이 정말 웃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고충이 있는지 남은 몰라도 나는 알아차렸어야 했다. 왜냐하면, 보이지 않아도 나에게 그곳은 너무 중요한 곳이니깐..



생각해보면 나는 나의 직업상 누군가의 필요와 고충에 민감해야 되기에 다른 이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또 어떤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많이 물어보고 많이 들여다보려고 했던 것 같다. 또한 상대방이 입으로 내뱉은 말 이외에도 미처 못다 한 말은 없는지 다시 한번 더 귀 기울이고 더 깊이 알아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런데 나 스스로에게는 그만큼의 관심을 가져주지 못하였다.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 ‘괜찮아. 좋아.’라고 말하는 게 다가 아닌 미처 다 꺼내지 못한 마음속 묻어 두었던 그 말을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 스스로는 못다 한 말이 있지는 않는지, 차마 얼굴 표정으로도 숨겨야 했던 감정이 있지는 않았는지 알았어야 했지만 언제나 ‘괜찮겠지’라고 하며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 같다.






요즘 시대가 그리고 더더욱이나 한국이라는 사회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기 힘든 나라인 듯하다. 남자는 태어나서 딱 세 번만 울어야지!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꼭 어떠한 직업뿐만이 아니라 때로는 가장 가깝다고 말하는 가족에게조차도 ‘별일 없어. 괜찮아’라고 할 때가 있듯 저마다 미처 다 꺼낼 수 없는 내면의 깊은 감정들과 생각들..



이러한 질문을 해보고 싶다. 혹시 당신은 아무도 보이지 않을 때 어떠한 모습인가? 만약 집에 혼자 있다면 밥은 어떻게 차려 먹는가? 


그중에는 이렇게 대답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집에 혼자 있으면 그냥 대~충 차려먹어요’라고 답하는 이들.. 나 역시도 혼자 있을 때는 그냥 신경 쓰지 않고 대충 먹을 때가 많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가 우리 집에 왔다고 가정해보면 어떨까? 분명 잘은 몰라도 내가 혼자서 먹던 그 음식만 식탁 위에 올려놓지는 않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나 스스로에게 그냥 대충.. 일 때가 많이 있는 듯하다. 내가 나의 감정을 대충 넘기고, 나의 생각을 대충 넘기고..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날마다 누군가에게 대접하듯 장을 봐서 밥을 차려야 하는 피곤함을 스스로에게 가하라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신경 쓰는 만큼, 애쓰는 만큼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 충분히 들여다봄과 애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냥 피상적으로 오늘은 당이 당기네?! 하고 초콜릿을 먹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가끔은 초콜릿을 찾는 나의 모습을 보며 내가 미처 관심 갖지 못했던 내 마음 안을 들여다보고 해결되지 못한 힘듦은 없는지 또 스트레스 없는지.. 나의 감정은 괜찮은지 등 나 스스로에 대한 귀히 여김과 애정이 필요한 것 같다



그렇게 난 그날 밤 허전한 어쩌면 기분 좋지 않은 나의 감정들을 그대로 넘기지 않고 계속 어디서부터 시작된 감정이었는지 찾아보며 예전에 한 프로그램에서 진행했었던 ‘그랬구나’라는 게임을 하였다. ‘그랬구나’의 게임은 상대방이 무슨 얘기를 해도 끝까지 듣고 난 뒤, ‘그랬구나.. 그랬었구나’라고 답해주는 게임이다.


누군가의 대화 속에 이해받고 싶고, 공감받고 싶어 하는 내 안의 욕구를 잠시 내려놓고, 그 누구에게 이해받고 공감받기 이전에 나 스스로가 내 감정과 생각에 대하여 이해해주는 것, 공감해주는 것의 연습   

‘오늘 하루 동안 이러저러했어.. 그때 나의 감정은 어떠했어.. 등등’ 어떠한 말 이어도 그 생각과 감정 섞인 말에 나 스스로가 먼저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었구나..’라는 이해와 다독임..



아무리 겉보기에 괜찮은 집도 좋은 재료로 기초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집은 해가 뜰 땐 괜찮다가도 비가 오고 바람이 불면, 물이 새기도 하고, 곰팡이가 생기기도 하듯 분명 나 스스로만 아는 나의 내면의 감정과 생각을 대충 처리하지 않고 스스로를 이해하고 돌볼 줄 아는 사람은 분명 표가 나게 되어 있는 듯하다. 나 스스로에 대한 감정과 생각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과 사랑은 나만 소중하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아니다.


이건 마치 스튜어디스가 비행기 안에서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시 아이보다 어른에게 먼저 산소 호흡기를 착용해야 한다고 말하듯이 이것은 나만 소중하고, 나만 잘 살면 된다는 혼자 살기 위함의 이기적인 행동이 아닌 연약한 아이를 끝까지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어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올바르게 착용해야 하는 것처럼 내가 살아야 옆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도 더 지키고 살릴 수 있기에 하는 행동과도 같다. 나의 감정을 생각하고,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귀히 여기는 마음은 이기적인 행동이 아닌 분명 그런 행동이 나를 살게 하고 나와 만나고 함께하는 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행동일 것이다. 또한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만큼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의 감정과 생각도 무시하지 않고, 별 것 아니라 생각하지 않고 귀히 여기게 될 것이다.  



어느 누군가가 나의 마음을 나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려주고 공감해주기 이전에 나 스스로가 먼저 나에게 물어봐주고 공감해주자.


‘00야, 너 정말 괜찮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랬구나..’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나의 노력과 애씀에 그 누구보다 내가 나에게 뜨거운 박수를 쳐주자.


‘잘했어, 내가 알잖아’

‘정말 잘한 거야.. 내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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