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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시 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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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Apr 08. 2023

오래된 취향

주말 아침이다. 일찍 일어나 서랍 정리를 하다 아주 오래된 아이팟을 발견했다. 중고등학생 시절 한 몸처럼 들고 다니던 친구다. 좋아하던 블로그를 돌며 받은 좋은 음악들 중에서 더 좋은 음악들을 모아 장르별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놓은게 떠올랐다. 침대 맡 오래된 스탠드 조명은 동시에 에어팟 충전과 스피커로써 기능했다. 오랜만에 에어팟을 찾은 기념으로 어렸을 적 가장 좋아하던 플레이리스트를 틀었다. 조악한 음질로 지글대며 음원이 재생되었다. 침대에서 느른대며 음악을 듣는데 즐겨 가던 재즈 블로그에 올라온 한 앨범을 듣기 위해 밤새 블로그와 소리바다와 구글을 헤집던 시간이 떠올랐다.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음원 파일을 받아 아이튠즈를 이용해 일일이 태그를 달고 정리해서 기기 안에 넣으면 동이 텄다. 그렇게 가지런히 정리된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학교로 갔다. 이런 밤은 새도 그닥 샌것 같지 않고 되려 속에서 뜨뜻한 군불을 지핀 것처럼 힘을 줬는데. 좋았던 기억은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소화가 아주 잘 되는 밥을 먹은 것과 다를 바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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