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적으로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콘텐츠가 이렇게나 범람하는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데 무슨 말이냐. 솔직하게 말하자면 요즘엔 도무지 보고픈 것도 크게 욕망하는 것도 없어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도 뭘 하는지 모르고 핸드폰 안 세상에서 방황하다간 모래알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나가는 시간만 보내겠구나. 이후로 핸드폰도 컴퓨터도 줄이고 그냥 멍하게 시간을 보낸다. 처음 시도했을 땐 사람이 이렇게 바보처럼 느껴질 수가 없었다. 쉴 새 없이 더 배우고 더 나아가야 하는 시간에 이게 뭐 하는 짓이냐. 과거의 내가 지금의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았으나 이제는 이를 큰 무리 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조급함과 생산성을 내려놓고 나니 그동안 정신이 얼마나 많은 자극들에 길들여져 있었는지 알게 됐다. 그래서 이렇게 삶이 무감해진걸지도 몰라. 나는 나도 모르는 새 얼마나 얇아지고 있었던 걸까?
마음이 동하면 움직이고 해야만 한다는 강박으로 동하면 멈춰 선다. 억지로 짜 맞춘 당위에 맞춰 굴러가던 삶을 멈추고 보다 자연스레 살아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러가는 시간 동안 알 수 없는 내 어딘가에 새 살이 차오르고 있음을 느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힘은 행동하는 힘만큼 강할 수 있었다. 안에서부터 배어 나올 힘을 따라 걷다 보면 내가 있어야 할 자리에 가 있지 않을까? 앞으로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