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o List도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Todo List OX 퀴즈 해보기>
Todo List를 하루 5번 이상 본다.
복잡한 일에 Todo List를 두는 것이 편하다.
Todo 앱에서 Tag와 그룹핑 기능을 사용한다.
오늘 할 일 중 중요한 2가지를 3초 안에 말할 수 있다.
Todo List가 기억력을 보완해준다고 생각한다.
역대 위인들은 Todo List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필요한 일이 떠오르면 바로 Todo List에 적는다.
해내지 못한 일을 보면 죄책감이 든다.
(맨 아래에서 정답 생각해보기)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Todo List를 애용했습니다. 종이는 물론 여러 가지 앱도 써봤고요. 하지만 지금은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Todo List가 제 행동을 방해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볼게요.
왜 Todo list를 썼나
Todo List 작성이 흥미로웠던 이유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와 힘이 List에 고스란히 투영됐기 때문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정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일들을 적어 나가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죠. 대부분의 할 일 관리 책에서는 상세한 Todo List가 실행력을 높인다고 해서 저도 의심 없이 그렇게 작성했고 하나씩 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친구를 만나면 말하고 싶은 화재 거리가 참 다양했습니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 항상 리스트에서는 즐거운 일거리로 가득했으니까요. 내가 왜 그 일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가 있었고 매일 List를 확인했으니 언제든지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재밌는 소설을 소개하는 기분이랄까요. 그 일을 '하겠다'는 말을 비난하는 사람은 없었어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었으니까요.
Todo List의 어두운 면
그러나 List 대로 수행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습니다. 쓴 대로 잘 되지 않았어요. 게으른 것일지도 모르고 실패가 두려웠을지도 모릅니다. 아니, List를 보며 이제 하기만 하면 된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 때문이었을까요?
Todo List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꿈을 이룬 사람들도 얼마나 자신이 체계적으로 일정 관리를 했는지 이야기하니까요. 하지만 Todo List의 이면에 대해서 한 번쯤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Todo List를 작성하면 꼼꼼한 일처리가 가능하고 체계적으로 일이 진행된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런데 실제 행동을 하지 않아도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아마 할 일을 하나씩 나누는 작업의 묘미를 아시는 분도 많으실 겁니다. 뇌는 상상한 것과 실제 경험한 것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이 있죠. 상상하고 할 일을 적는 것만으로도 할 일을 다하고 난 뒤에 성취감 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성취감이 행동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Todo List에 일을 세분화하고 일정을 관리하는 것은 실제 그 일을 하는 것보다 쉬울 테니 적은 노력으로 성취감을 느끼려는 습관이 들게 됩니다. 같은 맥락으로 미국의 사업가 Derek Sivers는 2010년 TED 강연에서 목표를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이 목표를 행동으로 옮기는 데 방해가 된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분화된 할 일은 행동 하나 측면에서는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행동의 전체 흐름을 더 어렵게 만듭니다. 왜냐하면 현실 적용에는 항상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단계를 세분화할수록 실패했을 때 그다음 단계가 받는 타격이 큽니다. 5년 뒤 10년 뒤 계획을 세우고 Todo List에 적는 것이 무의미한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그 시대의 일은 사실 제어 밖의 일이라 '관리의 대상'보다 '신념'에 가까울지 모릅니다.
보통 Todo List 세분화로 할 일이 많아질 때 좀 더 체계적인 '관리법'을 찾습니다. 날짜별로 구분되고 칸이 보기 좋게 나뉘어 있는 Note를 구매하거나 각종 Todo List 웹서비스를 번갈아 사용해보면서 Category, Tag, Template 등의 기능을 적용해봅니다. 자연스럽게 좀 더 자신의 일을 쉽게 관리할 수 있는 툴에 적응해가고 확연히 Todo List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은 그만큼 더 늘어나게 되죠. 안타까운 것은 그 일을 왜 해야 하는 가보다 단순히 언제 어디서 하느냐가 할 일을 추가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돼버린다는 것입니다.
또, 많은 할 일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적지 않아도 되는 일들도 적게 됩니다. 쉽게 적을 수 있고 쉽게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런 일에는 Due가 없거나 언젠가 하고 싶은 일도 상당수 포함됩니다. 하찮은 일이 쌓일수록 우리는 주의력을 정말 쏟아야 할 일에 쓰지 못하고 빼앗기게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List 의존적인 일처리 방식은 자주 앱이나 노트를 보게 만들고 매번 가장 쉬운 일을 빨리 찾아서 수행하는 편엽적인 태도를 갖게 만듭니다. 10개 중에 9개을 완료하는 것이 1개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낸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Todo List를 정리하고 중요하지도 않은 일만 처리하다가 지쳐 잠들기가 다반사입니다. 오늘의 할 일 항목을 옆으로 밀어내기만 하면 쉽게 내일로 미룰 수 있는 편리한 기능이 그 일이 내일로 미뤄도 될 일이라는 느낌까지 줍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List를 보는 것을 의도적으로 피하게 됩니다. 나중에는 열심히 한 것 같은 데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자괴감이 들겠죠. 그 List안에 적어둔 중요한 일들은 그렇게 하찮은 일들과 섞여 사라지고 맙니다. 슬프게도 제가 모두 겪은 경험입니다.
그러니, Todo List를 줄이자.
Todo List를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질문은 무엇을 담아야 하는지 결정하는 겁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의 저자 스티븐 코비는 시간 관리의 4 사분면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한 번쯤 보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스티븐 코비의 시간관리 4 사분면
스티븐 코비는 2 사분면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중요하고 급한 일(1 사분면)은 급해서 중요한 일이 된 경우가 많고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2 사분면)은 1 사분면의 일 때문에 못하고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1, 2, 3, 4 모든 영역의 할 일을 List에 적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중요도를 구분하고 Tagging 하는 기능을 사용하면 쉽게 분류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일단 머릿속에 있는 모든 할 일을 다 적어 놓아야 홀가분하고 비싼 Todo List 서비스를 이용하는 보람이 있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2 사분면의 일들만 Todo List에 적으면 할까요? 아닙니다.
중요한 2 사분면의 일은 머릿속에 기억하고 Todo List에 의지하지 않아야 합니다. 이 일들은 Due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과 항목에 수정 사항이 많이 발생합니다. 적어놓고 보면 진행의 방향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하기보다는 적힌 일을 처리하는 데 급급한 상황이 연출되기 쉽습니다. 그리고 List 기반 체계에서는 적힌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이 새로 발생했을 때 더 중요한 일을 해야 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할 일이 더 늘어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다시 4 사분면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적어야 하는지 좀 더 명확히 하기 위해 4 사분면을 아래처럼 재구성해봤습니다.
Y축은 그 일을 하지 않았을 때 발생하는 손해를 나타냅니다. 그리고 X축은 그 일에 대한 마감 기간을 누가 정해주었는지 알려줍니다. 보통 일의 Due를 내가 아닌 타인이 정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뚜렷한 목적 없이 생계유지를 하기 위한 일이나 나의 목표가 아닌 타인의 목표, 우리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 일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우리 스스로에게 높은 가치를 주는 일은 타인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내적 동기를 가지고 정한 Due에 기반한 일들입니다.
이제 타인의 Due를 가진 일을 A 영역, 자신의 Due를 가진 일을 B 영역이라고 하겠습니다. A 영역을 잘하기 위한 솔루션은 사장이 부하 직원으로 하여금 일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법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바로 Todo List를 작성하도록 시키는 것이죠. Due가 매우 명확하고 목표도 딱 정해져 있는 List 말입니다. 사례로, 일본의 Toyota는 생산 공장에서 직원들에게 Todo List를 작성하게 만들어 생산력을 크게 끌어올렸었죠.
반면 B영역은 앞서 말한 대로 '무엇'을 '언제'까지 하자는 식 List보다는 '왜' 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Todo List는 그 일을 왜 해야 하는지 잊기 쉽게 만들고 끝없이 할 일이 줄어들고 늘어나는 상황에 싫증을 느끼게 만들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합니다.
할 일 기억, 그럼 어떻게 할까?
방법론에 앞서 왜 우리는 할 일을 굳이 기억해야 할까요? 좋은 필기구와 핸드폰이 있는 데 말이죠. 기억은 인류문명이 지금까지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기능과 고도의 사고와 학습과 생산은 기억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중요할 일을 뇌에 기억하고 되새기고 확장하고 반론하며 다시 수렴하는 선순환이 일어나야 합니다.
기억의 메커니즘을 크게 둘로 나누면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하는 가를 살펴보는 것이죠. 하지만 할 일을 기억하는 데는 그리 중요한 부분이 아닙니다. 기억의 지속성보다는 신속성에 맞춰져야 합니다. 왜냐하면 할 일을 기억할 때마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면 비효율적이고 매일 떠올리기 때문에 장기기억에 대한 필요성도 없습니다.
할 일을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계 기억력 대회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18년 8월에 있었던 기억력 대회에서는 12초 만에 52장의 카드를 외우는 세계 신기록이 나왔습니다. 기억력을 높이는 훈련을 하는 사람들은 모두 같은 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자신에게 익숙한 이미지로 연상 기억하는 것입니다. 이런 가상의 공간을 '기억의 궁전'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오랫동안 기억할 필요하다면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학습 관점에서 장기기억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퀴즈를 풀고 반복 학습 시 간격을 두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마치며
List를 봐야 행동에 옮길 수 있다면 List를 위한 List를 작성하고 있는 건 아닌 지 자문해야 합니다. 무리한 할 일 목록은 행동을 방해하므로 List를 줄이고 정말 중요한 일은 바로 행동에 옮길 수 있도록 머릿속에 기억하고 있어야 합니다. 제가 하고 할 일 기억 방법은 다음 시간에 좀 더 자세히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Todo List OX 퀴즈 결과 생각해보기>
Todo List를 하루 5번 이상 본다.
→ 자주 본다면 List 의존성이 높은 것이다.
복잡한 일에 Todo List를 두는 것이 편하다.
→ 명확한 일이 안 보이면 일단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중요한 일이면 기억하고, 그렇지 않지만 해야 한다면 쓴다.
Todo 앱에서 Tag와 그룹핑 기능을 사용한다.
→ 꼭 필요한 기능인지 생각해본다. 그 기능을 사용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들어갈까? 되도록 안 쓰는 것이 좋다.
오늘 할 일 중 중요한 2가지를 3초 안에 말할 수 있다.
→ 중요한 일은 바로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보통 이런 일은 오늘만 하는 일이 아니라 어제도 한 일이다.
Todo List가 기억력을 보완해준다고 생각한다.
→ 명백히 기억력을 저하시킨다.
역대 위인들은 Todo List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 아인슈타인 같은 교과서에 나오는 위인 말고 닮고 싶은 CEO들이 어떻게 Todo List를 작성하는지 보는 게 현실적이다. 예를 들어 개인적으로 생산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엘론 머스트는 회의 내용을 메모하지 않고 기억한다.
필요한 일이 떠오르면 바로 Todo List에 적는다.
→ 확장이 필요한 일은 기억하고 하찮지만 안하면 손해인 일은 적는다. 그외는 무시.
해내지 못한 일을 보면 죄책감이 든다.
→ 핵심은 비생산적인 일을 무시하고 생산적인 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저 List에 남겨진 일이 아니라 중요한 일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