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에서 만난 호주 청년들
이번 주 코로나19 상황이 심상치 않은 주간이라 어떻게 할까 하다가 오늘 오신다는 호스트 분들이 있어 나간 “아씨이태원”.
다른 호스트 분들과 커피 마시며 미팅도 하고 일을 하고 있는데, 골목 윈도우 쪽에서 기웃거리는 두 청년이 보였다. 혹시 내가 모르는 더 오기로 한 사람이 있었나? 문을 열고 나갔다.
“헬로?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그림이 너무 멋져요!”
(아, 관광객이었구나?)
“하하 고마워요. 팝아트 프로젝트인데 ‘프로젝트 페이스 드로잉’이라고 하는 거예요. 사람들하고 인터뷰를 하고 그림을 그리는 거죠. 원하면 그림 더 있으니 들어와서 구경해요!”
“와, 진짜 들어가도 돼요?"
“응? 왜 안돼요? 들어와요~! 어디서 왔어요?
“저희 호주에서 왔어요. 한국 여행 중이에요.”
그렇게 생각지도 않은 게스트를 맞았다. 마침 안에 있던 다른 호스트인 Sue Kim과 Jae-sung Park님, 콜롬비아에서 온 음악을 하는 재성님 친구 Felipe Monroy까지 있었던 터라 갑자기 조용하던 공간이 시끌벅적해졌다.
내가 이전에 작업했던 그림이나 캐릭터들을 구경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Austin이라는 청년. 한국을 너무 좋아하는 이 친구 덕분에 한국에 여행 오게 되었다고, 스케이터 보더이면서 그림을 그린다고 자기가 그린 그림을 보여주기도 하며 인스타그램 친구도 맺었다.
“작가님, 혹시 디자인이나 이런 걸 전공했어요?”
“그랬죠. 그래픽 디자인 전공을 했어요.”
“아, 역시! 작품들을 보며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요. 저도 집에 돌아가면 그쪽 공부를 하고 싶어요.”
“와! 좋은 생각이에요. 확실히 그림 그릴 때, 그쪽 공부를 한 것이 도움이 되죠. 타이포 그래픽이나 레이아웃 등 전에 배웠던 것들이 작품을 하는데 꽤 유용해요. 디자인 공부 꼭 해봐요!”
벽에 걸린 “누구나씨” 캐릭터가 그려진 에코백을 사고 싶다고 계속 가격을 말해달라고 하는 것을 괜찮다고 그냥 선물로 주는 거니 가져가라고 굳이 들려 보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잔뜩 움츠러든 요즘을 완전히 잊을 정도로 기분 좋은 서프라이즈 선물 같은 만남. 먼 곳에서 온 일면식도 없는 게스트로부터 받은 기분 좋은 피드백.
누군가가 내가 만든 것을 순수하게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는 것은 이렇게 기분 좋은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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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25일 낮
아씨이태원 Artsy Itaewon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