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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지 Jan 26. 2020

색채가 없는 다사키 츠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긴 문장엔 반드시 쉼표가 필요하다-

한동안 제 인생의 모토는 ‘천천히 쉼 없이’였습니다. 한번 사는 인생 느리게 가도 포기하지 않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했죠. 마음에서 원하고 간절한 목표라면 천천히 가도 괜찮다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면 언젠가는 미칠 수 있다고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멀리 내려다보면서 서두르지 않는 게 잘한 것 같습니다. 기다림과 인내야말로 제2의 천성인 양 했으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쉼 없이’ 행하는 것이었습니다. 항상 무언가를 강박적으로 해야 하는 성격이 되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성실하게 노력하는 자체’ 몰입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쉰다고 했을 때는 생각의 전원조차 꺼둬야 하는데 책을 펴 들거나 영화를 보거나 합니다. 말하자면 ‘쉬지 않는 인간’으로 굳어져버렸습니다.


성실과 근면. 우리 부모세대는 이런 자질을 미덕으로 여겼습니다. 그런 부모에게 훈육받았으니 인생관은 ‘근면하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였습니다. 물론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탱한 가치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부지런하고 성실하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는 생각은 오랫동안 우리 뇌리에 박혀있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도시생활은 언제나 ‘정확한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 있기를 종용합니다. 그것만이 사회를 존속시키는 라이프스타일이며, 현대인이 추구해야 할 최상의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매일 동일한 장소로 이동하여, 매일 비슷한 일을 하면서, 매일 유사한 걱정을 합니다. 심지어 저마다 꾸는 꿈조차 비슷해 보입니다.


그러니 툭툭 털어버리고 어디 가지를 못합니다. 항상 뭔가에 묶여 있고 가로막혀 있죠. 준거집단이 되어주고 정체성을 만들어주긴 하지만, 그것에 발목 잡혀 있습니다.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일상이 노곤한데도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분명히 여러 가지인데 다른 것은 선택하지 않습니다. 왜 그럴까요? 현재 붙잡혀 있는 장소나 일이나 걱정이나 꿈들을 차분하게 돌아보지 않아서이겠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분명 멈춰야 하는데도 말입니다.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는지 되짚어봐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휴식이 절실합니다. 분주한 일상에 틈을 내야 합니다. 누구의 말처럼  '멈추면 보이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를 다시 보게 되고 현재를 다르게 살 수 있습니다. 미래에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습니다.


쉬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습니다. 휴식하지 않는 인간은 항상 똑같은 것만 생산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뭔가 바쁘고 분주하면 해오던 것에 목맬 수밖에 없습니다. 그냥 하던 대로 하게 됩니다. 우리는 너무 집중해 있고 언제나 흥분상태입니다. 성과를 지향하는 인간은 남는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창조적인 사람은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일 자체보다는 다른 것에 한눈 파는 게 많아야 합니다. 심심해야 하며 권태롭기도 해야 합니다. 운동에도 휴식이 필요하잖아요. 회복하는 과정에서 더욱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관계는 또 어떻습니까? 거리를 두는 것은 서로에게 틈을 주는 것입니다. 서로에게 향한 에너지를 돌려 자신에게 향하기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다시 만났을 때 관계가 깊어집니다.


최근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사키 츠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주인공 여자 친구의 조언을 받아들여 ‘순례”를 떠나죠. 만약 그이가 그렇게라도 여정을 떠나지 않았다면 어땠을 까요? 예전과 똑같은 일상을 살았을 것입니다. 비록 과거의 오해를 풀기 위한 여정이었지만 그에게 용서와 치유의 일정이 있었습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그는 다시 사랑할 수 있는 남자가 됩니다. 회복된 것입니다. 예전처럼 살았다면 얻을 수 없었을 터입니다. 그래서 쉼 없는 행동과 생각에서 스스로를 놓아주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때로는 무목적 시간을 누리면서 자유도 꾀해야 합니다. 비워야 다시 채울 수 있으니까요. 새로운 것도 들일 수 있습니다. ‘휴식하지 않는 인간은 항상 똑같은 것만 생산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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