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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개같은 고양이

by 무너

치와와를 닮은 고양이였다. 분명히 야윈 몸과 젖은 눈망울이 딱 치와와인데 다들 고양이라고 했다. 모두들 고양이라고 할때 나 홀로 치와와라고 할 용기가 없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두리번거리던 고양이는 과묵한 내가 편하게 느껴졌던지 나에게 다가와 안겼다. 털을 보듬어주고 목덜미를 애무해주면 녀석은 응석받이처럼 처럼 파고들었다. 정에 굶주린 것 같았다. 고양이에게 말을 건네보았다.


"아빠라고 해봐. 아빠야 아빠."


가만히 날 쳐다보면 고양이가 치와와처럼 가늘게 주둥이를 내밀곤 "아빠."라고 따라 말했다. 신기한 생각이 든 나는 이것 저것 다른 사물들을 가리키며 이름을 알려주었다. 고양이는 곧잘 따라했다. 비록 작고 개같이 생겼지만 천재 고양이였던 것이다. 나는 개를 닮은 천재고양이가 너무 자랑스러웠다. 밖에 나갔다 돌아오면 개를 닮은 천재 고양이가 어느새 내 발끝에서 놀고 있었다. 고양이는 유독 옆구리를 간지르는 걸 좋아했다. 항상 내 무릎위에 앉아 부드러운 털을 내 팔에 부벼대곤 했는데 옆구리를 간질어 달라는 의도 같아 살살 만져주면 그 때마다 두우우웅 몸을 떨었다.


고양이의 진동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었다. 개를 닮은 천재고양이의 오르가즘일까. 걱정이 된 나는 고양이 대백과사전을 찾아보기도 하고 분유통에 우유를 잔뜩 넣어 물려주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두우우우웅. 고양이의 진동은 쉽게 그치지 않았다. 녀석의 진동은 꼬리부위에서 시작되어 머리를 타고 내 손끝으로 전해졌다.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올 법한 일이지만 녀석은 천연덕스럽게 뱃고동소리같은 진동음을 반복하며 무슨 일이라도 있냐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한참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던 나는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어? 내가 이럴때가 아닌데? 벌떡 일어나 보니 아침 일곱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 두우우우웅. 알람용 핸드폰이 침대 머리 맡에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지각이었다. 집에서나 입던 라운드 티에 겨우 자켓하나 걸치고 황급히 나와 사흘 굶다 먹이를 발견한 고양이처럼 버스에 올랐다. 개를 닮은 천재고양이의 진동이 주머니 속에서 길게 요동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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