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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민 Jan 17. 2023

마음으로 천천히 걷기



시간이 생겼다.


그래서 걷고 싶었다.

여유 있는 걸음으로 주변 풍경을 즐기며,

천천히 걸으며 천천히 생각하는 시간을 생각했다.


그래서 내디딘 한걸음. 다시 한걸음.

지나가는 사람들을, 개천 위에서 거니는 오리들의 여유를 함께 즐겼다.


평일 낮시간임에도 카페와 공원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로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평소 내가 보지 못하고 알지 못했던 시간에 들어오니 묘한 뿌듯함이 느껴졌다.


출근하는 아침마다 선물하듯 안겨주는 스트레스와 부담도, 나를 고민하게 만드는 걱정거리들도 이 시간만큼은 내려놓을 수 있다. 아니 그래야 한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 어느덧 사람들을 조금 더 빠르게 지나쳐가고 있었다.

마음은 아직 여유를 제대로 찾지 못한 모양이다.


다시 속도를 줄이고 걸음을 천천히 만들었다.

오늘 하루동안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많았지만 마음을 편안히 하는 게 가장 우선이었다. 앞으로 남은 일들이나 고민거리들은 마음이 복잡한 상태에서 하면 안 되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복잡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조급함이 생겨날 테니까.

그러기에 중요한 일일 수록 애써 여유를 만들고 마음을 편안히 해야 한다.


문득 다리에서 통증이 느껴지니 멍했던 시야가 다시 돌아왔다.

앞에 보이는 사람들을 모두 추월하며 너무 빠르게 걷고 있었다.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섰다.

시간적인 여유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마음에 여유를 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더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이렇게 잠시도 걱정과 고민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걸 보니 말이다.


도를 도라 부르면 더 이상 도가 아니라 했던 그 말처럼.

여유를 즐기기 위해 여유를 고민하면 더 이상 여유가 아닌 것일까.


내게 주어진 잠깐의 휴식이 너무도 짧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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