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환생
브런치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면 자주 접하는 단어가 있다.
자. 기. 검. 열
자기 검열은 자아의 건강한 활동 중 하나이다.
자아는 우리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본능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검열이 없는 사람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마구잡이로 살 위험이 높아진다.
나의 친구 중에 작가 지망생이 있다. 그에게 자신이 쓴 글이 마음에 드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답했다.
한 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나머지는 불태워버리고 싶어.
이전 브런치를 정리하면서 지나간 글들을 대충 읽어 보았다. 심폐소생술을 잘하면 나쁘지 않은 글이 될 듯한 것은 블로그에 옮겼다. 비공개로.
그 외에는 손발이 오글거려서 읽어주기가 힘들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며 수치심이 고개를 드는 글도 있었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되듯이 자기 검열도 지나치면 자신의 성장을 방해한다. 글을 쓸 때 자기 검열이 작동하고 매서운 감시관이 눈을 뜨면 쓸 말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내면의 비판자는 나를 오그라들게 만든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자기 자비'이다.
생각해 보자.
친구가 자신이 쓴 글을 읽어달라고 가져왔다. 수줍게 건넨 친구의 글을 읽은 당신이 이렇게 말한다.
야, 유치해서 못 읽어 주겠다. 이러고도 글쟁이라고 하냐? 관둬라.
그동안 쌓여왔던 가문의 복수라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건 너무나 무례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무례하고 상처를 주는 행동을 우리는 자신에게 하고 있다. 그것이 지나친 자기 검열이다.
타인의 행동이나 글을 읽으면서 단점이나 꼬투리를 잘 잡아내는 사람은 자신에게도 같은 행동을 한다.
나를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누군가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결국은 자기 자비로 이어진다.
나 역시 지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지독한 자기 검열의 열병에 시달렸다. 그러나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이것이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경험이라는 생각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글을 쓰는 것은 내 안에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내 안의 나를 마주하는 일이다.
인상을 쓰고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나와 얼굴을 마주할 것인지, 친절한 얼굴로 바라볼 것인지 선택은 나의 몫이다.
환생한 브런치2회차에서는 자기 검열 대신 자기 자비를 베푸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