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기 자비의 글쓰기

브런치 환생

by 진재

브런치에서 다양한 작가들의 글을 읽다 보면 자주 접하는 단어가 있다.


자. 기. 검. 열


자기 검열은 자아의 건강한 활동 중 하나이다.

자아는 우리가 도덕적이고 윤리적으로 본능을 충족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검열이 없는 사람은 본능이 시키는 대로 마구잡이로 살 위험이 높아진다.


나의 친구 중에 작가 지망생이 있다. 그에게 자신이 쓴 글이 마음에 드냐고 물은 적이 있다.

그는 답했다.



한 편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나머지는 불태워버리고 싶어.



이전 브런치를 정리하면서 지나간 글들을 대충 읽어 보았다. 심폐소생술을 잘하면 나쁘지 않은 글이 될 듯한 것은 블로그에 옮겼다. 비공개로.


그 외에는 손발이 오글거려서 읽어주기가 힘들었다. 얼굴이 화끈거리며 수치심이 고개를 드는 글도 있었다.


아무리 몸에 좋은 것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되듯이 자기 검열도 지나치면 자신의 성장을 방해한다. 글을 쓸 때 자기 검열이 작동하고 매서운 감시관이 눈을 뜨면 쓸 말도 제대로 쓰지 못한다.


내면의 비판자는 나를 오그라들게 만든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자기 자비'이다.


생각해 보자.

친구가 자신이 쓴 글을 읽어달라고 가져왔다. 수줍게 건넨 친구의 글을 읽은 당신이 이렇게 말한다.



야, 유치해서 못 읽어 주겠다. 이러고도 글쟁이라고 하냐? 관둬라.



그동안 쌓여왔던 가문의 복수라도 하는 것이 아니라면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건 너무나 무례하고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무례하고 상처를 주는 행동을 우리는 자신에게 하고 있다. 그것이 지나친 자기 검열이다.


타인의 행동이나 글을 읽으면서 단점이나 꼬투리를 잘 잡아내는 사람은 자신에게도 같은 행동을 한다.


나를 친절하게 대해야 하는 누군가라고 생각해 보는 것이 결국은 자기 자비로 이어진다.


나 역시 지난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지독한 자기 검열의 열병에 시달렸다. 그러나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으며 이것이 보편적이고 인간적인 경험이라는 생각에 조금 마음이 놓였다.


글을 쓰는 것은 내 안에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 내 안의 나를 마주하는 일이다.


인상을 쓰고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 나와 얼굴을 마주할 것인지, 친절한 얼굴로 바라볼 것인지 선택은 나의 몫이다.


환생한 브런치2회차에서는 자기 검열 대신 자기 자비를 베푸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계획없이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