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From. 피에르 베르제

by 애나 라잎

사진으로 보게 된 책이 너무 예뻐서, 그저 소장하고 싶은 욕구로 주문해놓고 책이 오는 동안 영화를 먼저 보고, 그리고 책을 읽었다.


이브 생 로랑 Yves Saint Laurent (2014)

감독 자릴 라스페르
주연 피에르 니네이, 기욤 갈리엔


우리에겐 이브 생 로랑만 남아있지만, 영화 속 주인공은 피에르 베르제다. 늘 이브의 곁에서, 뒤에서, 묵묵히 있어주던 존재. 그런 피에르가 없었다면, 지금의 '이브 생 로랑'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늘 같은 걸 물어봐.
어떻게 다 수집한 건지,
당신이 좋아했던 작품은 뭔지.
내 대답도 늘 같지.
당신이 사랑한 건 아름다움이었다고.

취향이나 본능은 만들어지는 게 아니야.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지.
그런 것들은 타고나는 거니까.


영화는 이브 생 로랑이 떠난 뒤, 피에르 베르제가 그에게 말하는 듯한 나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둘이 처음 만난 그때부터 이브 생 로랑이 우리 곁을 떠날 때까지를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이브를 바라보는 피에르의 시선이 있다.




나의 이브 생 로랑에게 Lettres a Yves -피에르 베르제

영화와 책은 묘하게 연결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 순서는 영화가 먼저, 책은 그다음이다. 영화로 이브 생 로랑의 삶을 조망한 뒤, 그가 떠난 후 피에르 베르제가 그의 유품과 삶을 정리하며 적어 내려가는, 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는 것.


피에르는 편지로 혼자 보내는 일상을 이브와 공유하고, 지인을 만나면 그와 함께했던 둘의 추억을 회상하고, 물건을 정리할 때면 그 물건에 얽힌 둘만의 이야기를 끄집어낸다. 영화가 끝나고 바로 책을 읽으면 그 여운이 이어져 지극히 사적이고 사소한 그 둘만의 이야기가 먹먹하게 다가온다.


아래는 피에르 베르제가 이브 생 로랑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중 일부.


스탕달이 「사랑에 대하여」에서 했던 말을 들어 보려 했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 건조해지고자 했다. 너무 많은 말을 하는 내 심장에 침묵을 강제하고 싶었다. 진실을 적었다고 생각할 때마다, 나는 한숨밖에 기록하지 못한 채 늘상 동요했다." 엘뤼아르가 누슈를 생각하며 그랬듯이 나는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주변의 모든 것들에 너의 이름을 써.
… …

그럼에도, 너에게 「벚꽃 동산」의 피르스가 했던 말을 들려주고 싶어. "인생이라, 삶은 지나갔네. 도무지 산 것 같지도 않은데." 오늘, 연극이 막을 내리고 조명은 꺼졌어. 서커스단의 천막은 해체되고, 나는 나의 모든 추억과 함께 홀로 남았지. 어둠이 내리고, 먼 곳에서 음악이 들려와. 그러나 그곳에 갈 힘이 없네.

- 피에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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