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아이들과 첫 장거리 라이딩 왕복 44km

by Remi

주말이 오면 우리는 라이딩 가족이 된다.

세대가 다른 우리는 서로 다른 속도로

페달을 밟지만 함께 하는 그 순간만큼은

모두가 하나가 된다.

자전거가 가져다주는 바람 속에서

고요히 흘러가는 풍경을 따라

우리는 조금씩, 천천히, 그러나 멀리 나아간다.


자전거 타기 좋은 어느 주말

우리는 낙동강 자전거길로 갔다.
강정고령보에서 달성보까지 왕복 44km의

국토종주 구간.
스탬프 한 칸을 또박또박 찍어가며
아이들과 추억을 채워가는 여정이다.


사실 이 라이딩은 조금 특별했다.
둘째가 드디어 자기 자전거를 갖게

된 날이었으니까.
오빠 물려받은 자전거를 타며
마음 한편이 늘 서운했던 아이.
첫째 자전거를 사러 갔다가 둘째 눈치를

보며 발길을 돌린 적도 있었는데
이번엔 아빠가 생일 선물로 선뜻 내어준

자전거 한 대.


“진짜 내 거야?”
입이 귀에 걸린 둘째는 자전거와 함께 날아갈

듯 신났다. 그 표정 하나로, 이미 오늘의 여정은 성공이었다.

기상 예보는 비를 예고했지만,
하늘은 오히려 맑고 부드러웠다.
쨍한 햇살, 시원한 바람, 적당한 구름.
모든 것이 ‘오늘은 타야 해!’라고 등을 떠미는 듯했다.

출발점인 강정고령보 인증센터에서

달성보까지는 23km.
9살, 10살 아이들에게 딱 좋은 거리다.
중간에 화원유원지를 지나며
유유히 흐르는 강과 사문진 주막촌의

고즈넉한 풍경을 마주했다.

늘 아이 뒤에서 천천히 따라가는 아빠,
속도를 맞춰주느라 힘도 안 들였다고 웃지만,
그 마음만큼은 가장 깊이 페달을 밟고 있었을 것이다.


라이딩 중 가장 좋은 순간은
엄마와 딸, 나란히 속도를 늦추며
풍경을 함께 바라보는 시간이다.
남편과 둘이 탈 땐 욕심내어 더 멀리 가려 애썼지만,
아이들과 함께일 땐 자주 쉬고, 자주 웃는다.

“엄마, 사진 찍어줄게.”
역시 믿고 맡기는 우리 집 사진작가.
이 아이는 커서 어떤 장면을 담는 사람이 될까.
가족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지금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깊은 자양분이 될지 생각해 본다.


무사히 왕복 44km를 완주하고 나서
우리는 늘 가던 칼국수집으로 향했다.
자전거 마니아들이 사랑하는, 작지만 따뜻한 공간.
들깨 칼국수, 잔치국수, 그리고 아이들이 폭풍흡입한 녹두빈대떡.

그리고 빠질 수 없는 한 잔의 막걸리.
운전 때문에 돌아가며 양보했지만
그 잔을 함께 나누지 않아도
오늘 하루를 같이 완주했다는

만족감으로 이미 우리는 충분히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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