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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르네상수 May 29. 2020

경주솔거미술관 - 소산小山 박대성 상설전시

집에서 보는 갤러리

경주솔거미술관은 2008년 소산 박대성 화백이 작품 기증 의사를 밝히며 추진되었고 2015년 8월 문을 열게 되었다.

솔거(率居) : 신라시대 화가의 이름


상설전시 <소산(小山) 박대성> 문화로 여는 미래의 길展 박대성관 연장전시

2019.11.25.(월) ~ 2020.06.21. (일)


관람시간

*연중 무휴 오전 10시 ~ 오후 7시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


나는 위성도시에 살아서일까 경주이씨여서일까 경주에 오면 '뭐랄까'로 시작되는 기분이 든다. 뭐랄까 쉽게 고조되는 마음을 접어두고 경주엑스포로 향했다.

십구 년 시월 경주 여행 겸 방문했을 때와는 여러모로 달라진 점들이 있었다. 통합권이 있어야 입장 가능하다는 것과 계절의 변화, 초행이 아니라 다시 보이는 것들, 오늘은 다녀온 티를 내야 해서일까 미술관 주위를 두 세번 맴돌았다.

솔거미술관은 참 보기 좋다. 미술관스럽다는 표현을 써야 어울리려나? 건축물이 전시 작품보다도 기억에 남는 것은 아마도 취향의 문제겠지만, 뒤로하고 소산 박대성 화백의 작품 기증에 힘입어 설립된 솔거미술관의 상설전시를 관람했다.

 


박대성 - 삼릉비경

소산 박대성 화백은 수묵으로 독자적 예술세계를 이룩한 화가라고 불린다. 미술관 내부에서 볼 수 있는 작가연혁에서 찾아볼 수 없었지만, 화백은 다섯 살의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고 자신은 팔 한쪽을 잃었다. 신체적 결함, 화백은 결함의 불편함을 외롭고 어려운 수행의 길로 걸으면서 독학으로 자신의 예술세계를 이룩하였다.

글씨와 그림은 한 몸이라는 동양의 미학 서화일체가 본인 자체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작품 앞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잠시 멍하니 보니 더욱더 좋았다.


박대성 - 백두산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아 수묵의 농담, 절묘한 필선의 마음을 온전하게 알아주지는 못하지만 거대한 규모의 작품에 압도되는 기분은 잘 알 것만 같았다.

사람의 크기를 몇 배 넘어서면 크기에 대한 감도 잡히질 않지만 한 번 보고 대번에 알 수 있을 만큼 분명히 멋있는 그림이다. 화백의 불편을 알기 전에 느꼇던 감상과 알고 나서의 감상이 물줄기처럼 교차한다.


수묵(水墨) : 빛이 엷은 먹물

필선(筆線) : 글씨를 쓰거나 그림을 그릴 때 드러나는 붓의 선

농담(濃淡) : 색깔이나 명암 따위의 짙음과 옅음


박대성作

규모가 큰 작품들이 많다. 칠하지 않아도 보이는 것들이 좋았다. 여백의 미가 이런 것일까? 답답하지 않게 관람할 수 있는 미술관의 구조도 참 좋았다.


전시실 내부

전시실 내부에 자연광이 들어오는 미술관을 가본 지가 오래 된 것인지 없었던 것인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솔거미술관은 여러모로 오래 기억날 것 같다.


미술관 내부

이타미 준의 경주타워를 보고 올라와서 그런가 수풍석미술관이 생각나기도 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건물의 그림자를 따라 전시실로 이동하다 보면 환기되는 기분이다.


미술관 입구

미술관을 나와 외벽을 따라 걸었다. 미술관, 박물관은 도심에서 동떨어진 곳에 있어야 한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잠시나마 수긍하며 황색의 벽을 찍었다.


미술관 외부
미술관 외부
미술관 외부
미술관 외부
미술관 외부
미술관 외부

나무 옆에서는 나무처럼 돌 위에서는 돌처럼 이질감이 들지 않던 황색의 미술관이 참 좋았다. 한옥 건축물이 즐비한 경주에서 한옥이 아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바람이 제철 같던 사월의 경주였다. 바람처럼 지나가는 요즘 봄날을 느낄 수 있어서 더욱더 좋았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봄다운 봄을 못 느껴서 그런 건지, 다녀온지 한달이 훌쩍 넘어서 그런 건지 경주 생각이 많이 난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좋은 기억의 낯선 도시는 모든 계절이 제철인 것 같다.


ps. 경주법주를 마시지 못해 아쉬웠다.

경주에 한 일년 살고 싶다는 생각을 맴맴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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