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달빛여울 Feb 12. 2020

빙하와 바다가 만나는 다이아몬드 비치

아이슬란드 남동부의 검은해변 (Breiðamerkursandur)



아이슬란드 남동부 커다란 빙하호 요쿨살론 옆에는 검은 해변 하나가 있다. 다이아몬드 비치라 불리는 빙하 덩어리들이 무질서하게 흩어진 신비로운 곳이다. 사진으로만 보다가 드디어 검은 모래 위로 발을 내딛게 되었다. 아,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빙하 조각들을 보니 왜 다이아몬드 비치라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은은하게 빛나는 빙하 조각들은 그 이름 때문인지 정말 다이아몬드처럼 보이기도 했다.








흔히 관광객들은 이곳을 다이아몬드 비치라고 부르지만 이는 영어식 표현으로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브레이다메르쿠르산두르(Breiðamerkursandur)' 부른다고 한다. 해석해보면 바트나요쿨 빙하에서 뻗어나온 빙하 줄기 중 하나인 브레이다메르쿠르(Breiðamerkur)의 퇴적지형(Sandur)이라는 뜻이다.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본래 이름은 길고 발음이 난해해서 익숙해지기 힘들어 보였다. 왜 흔히들 다이아몬드 비치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잘잘한 검은 자갈들이 가득한 해변 위로 하얀 포말이 왔다 갔다 했다. 투명한 파도 아래로 손을 담궈 보았다. 차가운 바닷물이 손가락 사이사이로 스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해변 위를 나뒹구는 빙하 조각들은 서서히 바다로 스며들고 있는 와중이었다.








해변 위에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빙하들은 멀리 하늘에서 툭 떨어진 것 같았다. 빙하 덩어리에 손을 가져다 대면 콘크리트 벽을 만지는 것처럼 단단했다. 내 키보다 큰 덩어리부터 시작해서 자갈들과 뒤섞여 굴러다니는 작은 얼음 조각들까지 그 크기는 제각각이었다. 바다 위로는 빙하가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고래 꼬리처럼 보이던 작은 빙하 덩어리가 기억에 남는다. 아이슬란드에 와서 고래를 못봐서 아쉬웠는데 고래 꼬리 모양 빙하를 보며 위안 삼았었지.








긴긴 시간 끝에 바다로 흘러들어 온 빙하들은 곧 우리들 시야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빙하는 마침내 생을 마감하는 것일까, 아니면 자유를 얻어 먼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일까? 난 후자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오랜 시간 매여있던 빙하가 넓은 바다 속에 스며들어 비로소 자유롭게 노다닐 수 있을 것이라고. 모두들 녹아내리는 빙하를 걱정하고 있는 판국에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지만.











프알살론부터 시작해서 요쿨살론, 다이아몬드 비치까지 원없이 빙하를 보았던 날, 해변을 떠나는 발걸음이 무척 무거웠다. 이번에 떠나면 언제 다시 이곳에 와보려나? 아이슬란드를 알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내가 이런 곳에 와서 이런 풍경을 보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었다. 이 아름다운 곳을 젊은날에 보게 되어 난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슬란드 빙하호 요쿨살론(Jökulsárlón)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