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펜부르크 정원을 누비다

정원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둘러보기

by WOONA


님펜부르크 궁전 내부를 돌아보고 난 뒤 궁전 밖 넓은 정원으로 향했다. 지도를 펼쳐 들고 정원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운 건축물들을 돌아보기로 했다. 각 궁전에 들어설 때마다 통합권 표에 펀칭을 해주셨는데 스탬프 투어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갔던 곳은 지도에서 14, 18, 27, 30번이 적힌 곳





아말리엔부르크(Amalienburg)


처음으로 갔었던 곳은 아말리엔부르크이다. 선제후 칼 알브레히트(Karl Albrecht)가 왕비 마리아 아말리아(Maria Amalia)의 수렵 활동을 위해 만든 건축물이다. 8개의 방으로 구성되었는데 방마다 제각기 용도가 다르다고 한다.



아말리엔부르크(Amalienburg)



건물 높이와 맞먹는 큰 유리창문이 사방에 자리잡고 있었다. 커다란 창문을 통해 따뜻한 햇살이 들어와 건물 내부를 환하게 비춰 주었다. 연노랑색 벽 위로는 푸른 빛깔로 여러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아마도 님펜부르크 정원의 풍경을 담은 그림이 아닐까 싶었다. 어느 한 부분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신경을 쓴 듯 했다.





노란 방에 들어섰다. 하얀 천장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다. 노란 벽과 천장에는 은빛 장식이 가득했다. 커튼과 침구류 모두 노란색이었다. 이렇게 화려한 방에서 잠을 잔다면 기분이 어떨까?







아말리엔부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방은 아마도 이 푸른 방일 것 같다. 하얀 천장에는 꽃이 핀 것처럼 화려한 금빛 장식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 아래로 웨딩 케이크처럼 생긴 커다란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다. 천장부터 벽 전체를 휘감고 있는 금빛 장식들을 보고 있으니 넋을 놓게 되었다.





윗부분이 굴곡진 커다란 창문이 연달아 있었고, 그 창문과 크기와 모양이 똑같은 거울들이 창문 사이사이에 배치되어 있었다. 이 방이 제일 아름답다고 느꼈던 이유는 아마도 이 거울 때문이 아닐까 싶다. 사방에 거울이 있어서 눈을 두는 모든 곳마다 내가 비쳤다. 이 아름다운 공간 속에 서있는 내 자신을 바라보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거울 너머의 나를 보니 거울 속에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마치 거울나라의 앨리스가 된 듯 거울의 방을 거닐었다.



화려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는 거울의 방




거울의 방을 지나서 화려한 타일들로 꾸며진 방에 들어섰다. 이 방은 주방으로 사용하던 공간이라고 한다. 작은 타일 조각들이 모이고 모여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 내었다. 형형색색의 꽃들이 담겨있던 커다란 꽃다발이 기억에 남는다. 이 작은 타일들에 그림을 그리고 구워내느라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주방을 마지막으로 궁전을 벗어났다. 아말리엔부르크를 뒤로하고 님펜부르크를 사이에 두고 반대편에 위치해 있는 막달레낸클라우제로 향했다. 잔디밭 위에서 피크닉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귀여운 오리들이 잔디밭 위를 자유롭게 거닐고 있었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두들 흥겹고 행복으로 가득차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님펜부르크 궁전


님펜부르크 궁전을 뒤로하고 반대편으로





막달레낸클라우제(Magdalenenklause)


아말리엔부르크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아주 독특한 건축물 막달레낸클라우제. 바이에른 왕실의 축가였던 프랑스 유학파 출신 요제프 에프너(Joseph Effner)에 의해 만들어진 기도를 위한 공간이다.



막달레낸클라우제(Magdalenenklause)



막달레넨클라우제 안으로 들어섰다. 마치 석회 동굴 안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굴 안에나 있을법한 기괴한 모양의 암석들이 가득했다. 살짝 기괴하기도 했고 신비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성모상과 십자가상이 커다란 검은 돌덩어리 안에 세워져 있었다.





모양이 제각각인 돌들이 벽 위를 촘촘히 채우고 있었다. 정돈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모습 같으면서도 곳곳은 세세하게 꾸며져 있었다. 벽 위로 보이던 아름다운 문양들은 색돌과 조개 등으로 꾸며진 것들이었다. 가까이서 바라보니 해변에 가면 흔히 주울 수 있을 것 같은 조개 껍데기들이 많았다. 어떻게 이런 재료들을 가지고 공간을 창조해내려는 생각을 했을까?





막달레넨클라우제는 여태 쭉 봐왔던 궁전들과는 확연히 다른 독특한 모습었던지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공간이 너무 신기해서 한참동안 서서 구경했다.





막달레낸클라우제를 나와 내가 정한 다음 행선지는 파고덴부르크(Pagodenburg)였다. 꽤 오랜 시간 숲 길을 걸었다. 어찌나 넓은지 님펜부르크 궁전 밖 정원에서 하루 온종일을 보내도 다 돌아보지 못할 것만 같았다 .



고요한 숲길
혼자 다니면 이런 사진을 찍게된다



출출해진 배를 달래기 위해 가방 속에서 초콜릿을 하나 꺼내 먹었다. 뮌헨 중앙역 마트에서 맛있어 보여 집어 들었던 것있데 이렇게 유용하게 먹게 될 줄은 몰랐다. 언제 출출해질지 모르니 가방 안에 주전부리는 꼭 챙겨 들고 다니자 생각했다. 달콤한 초콜릿 덕분에 다시 힘을 내서 걸었다.



맛있었던 초콜릿



파고덴부르크(Pagodenburg)


막달레넨클라우제를 나와 울창한 숲길을 걸었다. 잔잔한 호수 위에는 파란 하늘과 푸릇푸릇한 나무들이 담겨 있었다. 멀리 무성한 나무들 너머로 하얀색 앙증맞은 건물이 보였다. 드디어 파고덴부르크에 도착했다.



파고덴부르크 호수
숲 속에 숨겨져있는 보물을 발견한 듯 했던 만남
파고덴부르크(Pagodenburg)



파고덴부르크는 막달레낸클라우제를 만들었던 요제프 에프너가 만든 궁전이다. 선제후 막스 엠마누엘과 그의 가족들이 운동한 뒤 티타임을 가지기 위한 공간이었다.



푸른 색조로 그려진 천장화와 화려한 금칠



파고덴부르크는 인도, 아랍 그리고 중국 스타일을 접목한 로코코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유럽인들이 동양의 탑을 '파고다(pagoda)'라고 불렀는데, 이 건물의 모습이 동양의 탑처럼 생겨서 파고덴부르크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수많은 타일로 장식된 벽면



하얗고 커다란 아치 유리창으로 스며든 햇살 덕분에 건물 안이 훤했다. 바닥은 마치 체스판 같은 모양이었다. 푸른 빛깔의 작은 타일들이 촘촘히 벽을 채우고 있었고 하얀 천장에는 푸른색으로 칠한 고풍스런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다.





1층을 둘러보고 나무 계단을 올라 2층으로 향했다. 2층에 들어서면 여태까지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들이 드러난다. 2층은 침실로 이용되던 공간인데 마치 중국의 어느 궁궐 안에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1층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라서 같은 건물인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분명 이국적인데 왠지 모르게 익숙한 분위기의 방이었다. 검게 옻칠해진 벽과 노란 벽지 위에 그려진 꽃 그림들을 보니 병풍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이 시기에 중국풍 스타일이 유행이었고 중국에서 만든 자기가 귀족들에게 사치품으로 유행했다고 한다.





여태까지 보았던 그림들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그림들이 벽에 그려져 있다. 중국의 옷 같기도 하고 아랍 문화권의 옷 같기도 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다양한 의복을 입은 사람들이 그림에 담겨 있었다.





파고덴부르크를 돌아보고 난 뒤 마지막 목적지인 바덴부르크(Badenburg)로 향했다. 정원 중앙을 관통하는 운하를 넘어 반대편으로 가야했다. 꽤나 먼 거리였지만 쉬엄쉬엄 걸었다. 벤치에 앉아 일기를 쓰기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면서 천천히 이동했다.



계속해서 숲길 걷기
일기를 쓰며 잠시 쉬어갔던 벤치에서 보이던 풍경
운하 끝에 보이는 님펜부르크 궁전의 모습
정원 곳곳에 있던 조각상들
바덴부르크 호숫가의 오리





바덴부르크(Badenburg)


바덴부르크 역시 요제프 에프너가 만든 곳이다. 그가 만든 여러 건출물들을 몇군데 돌아보고 나니, 그는 정말 대단한 건축가였구나 싶었다. 다양한 문화를 융합해 건축물들을 창조해서 각 공간마다 독특한 개성이 살아있었다.





바덴부르크의 메인 홀은 그 어느 곳 보다도 아름다웠다. 드높은 천장에 그려진 신들의 세계 그리고 아름다운 아기 천사들의 조각. 사방에 자리잡은 커다란 창문 너머로는 여름을 맞은 푸릇한 나무들이 보였다. 따뜻한 햇살이 창문 사이로 스며들어 메인 홀이 닿았다. 님펜부르크의 스톤홀에서 보았던 올림피아가 그려진 천장 그리고 화려한 내부보다도 이곳이 더 아름답게 느껴진 것은 왜일까? 아마도 나 혼자여서 그런 것일까?





어찌된 영문인지 이곳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거니는 사람은 나 뿐이어서 무척이나 고요했다. 이 고요한 공간 속 사박사박 내 발소리가 건물 전체를 울리는 듯 들려왔다. 울려퍼지는 소리와 이 건물 그리고 나, 왠지모르게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이 언제나 더 좋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도 벅차게 좋구나. 다시금 느꼈다.



중국풍 그림들



이곳 또한 파고덴부르크처럼 중국풍의 벽지와 장식들로 잔뜩 꾸며져있다. 검은 옻칠과 적색의 석재로 꾸며진 벽 아래로는 목욕탕으로 추정되는 공간이 나온다.





이 외딴 곳에 목욕탕을 지을 생각을 하다니 대단하다. 일련의 궁전들을 돌아보면서 이들은 참으로 호화롭게 살았겠다 싶었다. 괜시리 부럽기도 하면서도 감당못할 사치스러움에 거북스러워지기도 했다.





바덴부르크를 마지막으로 님펜부르크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지도 위 표시된 갈만한 곳들이 더 많이 있었지다 돌아보기에는 나에게 시간과 체력 모두 부족했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하루 날잡아 이곳 님펜부르크와 정원에만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다음에 이 곳에 다시 오게 된다면 샌드위치라도 하나 사와야겠다. 그리고 님펜부르크 궁전은 패스하더라도 이 넓은 정원과 별궁들은 꼭 다시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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