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게 그모양이지

#5

by 분갈이

달리기 중이었다.

갑자기 오른발이 틱

하고 걸렸다.


순간 몸의 균형이

이미 고꾸라지고 있다.

나는 무릎은 다치지 않고자 하더라.


낙법 비슷한 것을 했다.

'으윽!'

육중하게 등으로 굴러 돌아 넘어졌다.


맑은 밤하늘

개운했다.

이렇게 넘어져 본 게 언제더라?


182cm에 84kg의 몸을 일으켰다.

탓을 하고 싶었지만 탓할 무엇이 없었다.


왼손 바닥에 흙 묻은 상처

엉덩이를 털고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에 흙 묻은 피는 그냥 두었다 아프니까.


멋쩍게 웃으며 어기적어기적 다시 천천히 뛰기 시작했다.

와 이거 시원하게 넘어졌다고

충격이 크다고


어렸을 때는 왜 그렇게 자주 넘어졌을까?

그 나이엔 많은 것들이 도전이었으리라.


도전하지 않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지지 않으면 다치지 않는다.

고로 도전하지 않으면 다치지 않는다.


넘어졌다고 걱정의 말로 혼내고

다칠까 봐 걱정의 말로 못 하게 하고

그러니 애들이 곱게 그 모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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