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프피와 활석많은 방형이 인정없는 석황을 강금했다.

#18

by 분갈이

모스굳기계는 광물의 상대적인 단단함(경도)을 측정하기 위해 고안된 표준 척도다.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10가지 광물을 기준으로 서로서로 긁었을 때 어떤 것이 흠집이 나는가를 통해 순위를 매긴 것이다.


'활석많은 방형이 인정없는 석황을 강금했다.'


저 문장은 모스굳기계 순서를 보다 외우기 수월하게 누군가 만들어 구전되는 니모닉 문장(Mnemonic Phrase)이다. 순서는 다음과 같다.


활석(1) < 석고(2) < 방해석(3) < 형석(4) < 인회석(5) < 정장석(6) < 석영(7) < 황옥(8) < 강옥(9) < 금강석(10)


손톱의 모스 굳기는 2.5다. 따라서 활석과 석고는 손톱으로도 긁힌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에도 각기 다른 굳기가 있다.



씹프피는 욕설 접두사 '씹'과 mbti 성격 유형 중 INFP를 조합해 만들어진 신조어다. 그들이 사회적으로 환영받지 못하고 욕설형 신조어로써 격상된 이유는 세상이 자신의 감정에 맞춰주기를 원하는 자기감정중심적 사고 체계와 감수성과 내향성이 지나쳐 널리 세상을 해롭게 하기 때문이다.


씹프피는 가족, 친척, 연인, 단톡방, 사무실, 연구실, 유튜브, 민원 접수, 교통사고 현장, 등 방방곡곡 흔하게 관찰되고 시시각각 활약한다. 그들의 대표적인 특성 3가지는 다음과 같다.


하나. '인정해 줘, 공감해 줘.'

인정 욕구와 공감 욕구는 인간이면 갖는 기본 욕구에 해당하지만, 씹프피는 그 정도가 보통 수준을 넘는다는 세평이다. 안 받아주면 홱 토라지고, 자기 연민에 빠져 악감정을 품고 있다가 보복 행위를 일삼기도 한다. (내 기분 상해죄)


둘. '근데, 왜 말을 그렇게 해?'

본인의 잘못을 지적하면 상대의 태도를 문제 삼는다. 눈물을 흘려 상대를 나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피해자 코스프레)


셋. '회피형 인간' - 미성숙한 방어기제

불편할 것 같거나, 불리할 것 같으면 약속이고 체면이고 관계고 다 무시하고 회피한다. (약속 당일에 무슨 되지도 않는 소리를 이유로 대면서, 그것도 문자 딸랑 보내며 약속을 깬다. 그냥 아무 말 없이 연락을 두절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태어나는가? 아니면 만들어지는가?

쌀로 밥 짓는 소리지만, 타고남에 만들어짐이 더해졌을 일이다.



타고남(Nature)


인간의 피부에는 통점이 있다. 통점은 외부의 자극이 신체에 해를 끼칠 수 있음을 뇌에 전달하여 몸을 보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충격이나 압박, 찔림, 베임, 온도 자극(45℃ 이상), 화학적 자극에 반응하며 "지금 당장, 이 위험에서 벗어나라"라는 몸의 강력한 신호인 것이다.


인간에게는 감정의 통점도 있다. 피부의 통점이 물리적 위험을 알리는 '경보'라면, 감정의 통증은 사회적 관계의 위험을 알리는 '생존 경보'이다.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거나 집단에서 소외당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뜨거운 물에 데었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인 전대상회(ACC)와 동일하다고 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마음이 너무 아플 때 타이레놀 같은 진통제를 복용하면 실제로 심리적 고통이 어느 정도 경감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뇌가 두 통증을 비슷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란다.


중학생 시절 매를 끄떡없이 맞아내는 친구들이 있었다. 나는 단 한 대만 맞아도 펄쩍펄쩍 뛰거나 주저앉아 살려달라고 싹싹 빌었다. '나는 왜 쟤처럼 매를 잘 맞아내지 못할까?' 엉덩이를 두 손으로 비비며 오만상을 찌푸리는 내 모습은 볼품없었다. 선생님은 내게 '참을성이 없다고', '엄살이 심하다'라고 하셨다. 그래서 사회와 나는 나를 참을성 없는 인간으로 인식했다.


그러다 학년이 높아지면서 '통점'에 대해 알게 되었다. 피부에는 통증을 느끼는 통점이 있고, 통점의 수와 통점의 민감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수년 전 아프리카의 한 국가에 체류했던 적이 있었는데, 바비큐를 준비하다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아니, '베아'라는 흑인 메이드가 바비큐 통 안에서 빨갛게 달아오른 숯을 맨손으로 뒤적이는 것이다! 알고 보니 흑인은 진피층이 더 치밀하고 두꺼워서 그런 게 가능하다고 한다. (*백인은 피부층이 얇고 자외선에 취약하며, 동양인은 백인보다는 두껍고 흑인보다는 얇은 중간 정도의 두께를 가진다고 한다. 물론 인종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대체로 그렇단다.)


씹프피도 마음의 통점이나 감수성이 보통의 사람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유전적으로 공감 능력이 높거나 외부 자극에 민감한 사람(HSP, Highly Sensitive Person)은 남들에게는 '살짝 스치는 정도'인 말 한마디에도 날카로운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통점이 많다기보다, 그 통점들이 자극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 그런 것이다.


그래서 씹프피는 보통 사람들보다 예민한 신경계, 내향적인 기질, 활발한 거울 뉴런을 장착하고 태어났기 때문에 자기감정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합리적 추론을 해볼 수 있다.



만들어짐(Nurture)


인간은 태어나 이름을 붙이고 타고난 기질에 경험과 그에 대한 자신의 해석이 쌓이면서 'OOO는 이런 사람이다.'로 인식되는 하나의 인간이 된다.


우리 사회는 사회 존속을 위해 질서와 안녕과 번영을 추구한다. 그래서 사회 존속을 위한 핵심 기제(매커니즘)로 '인간의 사회화'라는 체계가 존재한다. 인간의 사회화란 개인에게 사회의 언어, 규범, 가치, 관습 등을 학습하도록 하고 내면화하여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평생의 과정이다. 단순히 지식을 배우는 것을 넘어,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나'라는 자아를 형성하고 사회에 적합한 행동 양식을 익히는 핵심적인 활동이다.


그렇다면 누군가 어디서 씹프피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부모, 형제, 친인척, 친구, 학교, 학원, 미디어, 책, 그 어디에도 딱히 씹프피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없다. 먹으면 씹프피가 되는 음식이나 영양제도 없다.


하나. 성숙시키지 못한 방어기제

성장 과정에서 겪은 어려운 상황에서 대처하는 방법이나 해결하는 방법을 학습하지 않고, 회피하거나 자신을 비련의 주인공으로 설정해 상황을 책임지지 않는 것이 습관화된 것이다. 결국 나이를 먹어도 사회가 그 나이대에 기대하는 수준의 방어기제로 성숙하지 못한 채 어릴 적 하던 그대로 살며 나이만 먹었다.


둘. 성공 경험의 부족

자신의 감수성을 창의성이나 생산적인 방향으로 표출해 본 경험이 적으면, 그 에너지가 내부로만 썩어 들어가게 된다.


셋. 환경적 요인

과잉보호나 방임을 경험하며 '세상은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아'라는 고립된 세계관이 고착화될 때 부정적인 틀이 완성된다.



우리는 모두 한때 씹프피였거나 그 비슷했던 때가 있다.


유아기 → 아동기 → 청소년기 → 초기 성인기 → 중기 성인기 → 후기 성인기


어린 시절로 갈수록 부모에게 투정 부린 적 있고, 형제와 니꺼내꺼 싸운 적 있고, 자존심 때문에 오기 부린 적 있고, 숨거나 모르는 척하며 회피했던 적 있고, 그럴 상황이 아닌데도 자기 하고 싶은 것 하려고 떼쓴 적 있고, 사춘기 시절 있고, 그냥 이유 없이 누가 싫은 적 있고, 시기한 적 있고, 질투한 적 있고, 괜히 못되게 군 적이 있다.


쓱 보면, 사회가 나이가 어린 사람을 두고 씹프피라고 욕하지는 않는다. 어린 사람이 그러면 아직은 어리니까 그럴 수 있다고 어느 정도 이해해 준다. 그렇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는 그래서는 안 된다고 여기는 나이대가 있는 것이다. 그 나이대 이상의 사람이 자기감정중심적 사고 체계와 과한 감수성과 지나친 내향성 회피 기동으로 주변을 해롭게 하는 행태를 보이면 씹프피라고 욕하는 것이다.


그 나이대는 어디일까?


초등학생 → 중학생 → 고등학생 → 20대 → 30대 → 40대 → 50대 → 60대 → 70대 → 80대 → 90대 → 100대




※ 첨언

길에서 호랑이나 곰, 나이 많은 씹프피를 만나면 도망쳐라.

거기서 무슨 대화를 하고 자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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