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요리: 비오는 날엔 짬뽕

먹고싶은 거 다 넣어서 만드는게 짬뽕이지!

by 세림

경건한 예배가 끝나면 교회의 공기 흐름은 재빠르게 바뀐다. 서로의 안부를 물으면 반가워서 참을 수 없다는 얼굴로 서로의 어깨를 쓰다듬으며 한 주의 안부를 묻는다. 매 주 물어도 질리지 않고 매 주 들어도 궁금한 서로의 안부. 그렇게 서로의 안부를 묻는 시간은 식곤증이 찾아올 때 쯤이면 마무리가 된다. 그렇게 나에게도 식곤증이 찾아올 때쯤 슬며시 뒷걸음질을 치며 주차장으로 향했다. 인사는 눈에 보이는 이들에게만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반가운 마음과 아쉬움을 담아 전하고 나온다. 나의 공식적인 일정은 그렇게 끝이 났고 나는 뒤돌아 나의 은밀한 두 번째 일정을 지키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의 두 번째 일정은 사실 북적거리는 교인들 시선을 틈타 성사된 일정이였다. 북적거리는 소리를 뒤로 한 채 기둥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의 친구, 윤서와 함께 철부지 소녀들마냥 키득거리며 정해진 약속이었다. 거창하진 않지만 둘 만의 약속이기에 특별한 집초대 약속. 빠르게 집에 도착해 나의 방 작은 영화관인 빔 프로젝트를 뜯어서 챙긴다.


양태만큼 좋아하는 내 미국 친구, 빔프로젝트 아주 소중하다


그렇게 도착한 윤서네 집 문 앞. 초인종을 누르기 전 현관문 가드들의 눈치를 한번 봐주고 마치 펜싱선수처럼 재빠르게 초인종을 누르고 뒤로 빠진다. 현관문 가드는 어느 순간부터 윤서집 현관문 앞에 세들어 사는 새들이다. 잘 못하면 공격당할 수 있기때문에 늘 조심해야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윤서네 어머니께서 연필을 들고 캠버스에 스케치를 하시면서 나를 반겨준다. 미드를 보며 자유롭게 앉아 캠버스 앞에서 연필을 들고 스케치하시는 모습은 내 입에서 "어머니"라는 단어가 나오는걸 조금은 어색하게 만들었다. 윤서네 어머니는 누구의 어머니보다는 "그녀"라는 호칭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해드리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했다. 그렇게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 잡힐 때쯤 윤서는 Date 방으로 나를 이끌었다.

(각 방마다 A방, B방, C방이 아닌 윤서네 집은 음,,A는 기억이 안난다. Banana 방 이렇게 각 방에 특이한 이름을 지었다. 윤서가 직접 지었다고 한다. 그걸 듣고 든 생각 역시 그 엄마의 그 딸이다)

KakaoTalk_20230806_151248567.jpg Date 방


윤서를 따라들어온 Date 방은 암막커튼으로 영화관같은 느낌이 물씬났고 맛있는 디저트로 내가 이 공간을 좋아할 수 밖에 없게끔 나를 유혹했다. 매혹적인 유혹에서 정신을 차리고 우리는 누가 먼저 할 것없이 빠르게 빔프로젝트를 설치했다. 빔프로젝트 설치 20분, 영화 검색 및 선정 15분. 드디어 요란스런 영화관을 다 만들었는데...영화 시작한지 20분 정도 지났을 까 윤서가 먼저 낮잠형을 자진신고했다. 그렇게 우리는 잠들었다. (얘는 정말 내 친구인 것같다) 그리고 30분을 잤다. 26살 그녀들은 주일성수를 마치고 영화까지는 체력이 안된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 내가 던진 작은 공을 윤서가 받았다.

나: 윤서야 배고프지 않아?

윤서: 요리하면 배고파질 것같아. 우리 비오는 데 짬뽕어때?

나:좋아


윤서네 집에서의 첫 번째 프로그램인 영화시청을 중단하고 우리의 계획은 짬뽕으로 향했다.


부엌 앞에 모인 나, 윤서 그리고 윤서네 어머니. 미국을 떠나온 이들에게 유튜브 선생님의 이끄심없이 만들어야하는 짬뽕은 기억에서 흐릿한 음식이었고 하지만 윤서 어머니의 명언을 필두로 가감없이 요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어머니: 짬뽕은 말 그대로 짬뽕이니 먹고싶은 거 다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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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은 파스타로! 야채는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가니쉬는 뒤 텃밭 깻잎으로!


그렇게 완성된 우리들의 짬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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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뤄둔 영화를 다시 틀며 우리의 두 번째 영화시청은 다시 시작됐다. 그리고 그 영화의 평점이 2.2이라는 건 영화가 끝나고 알았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현관문 가드들이 나를 못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빗줄기가 약해진 틈을 타 양태의 손을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


오늘의 이 순간들은 별점 2.2 점 영화를 추억으로 만들고 먹고 싶은 것으로 가득 담아 만든 짬뽕이 맛있다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그런 포근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