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턴 이직하다
나는 이직을 했다. 그것도 미국에서 이직을 했다. 이직을 하고 나니 왜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했다는 게 중요한 거 였다.
그렇게 회사를 떠난 지 며칠째 내 근황이 궁금한 사람이 나타났다. 왜 궁금한건지 알 것같지만 너무 삐딱선을 탈 것같으니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상대가 아닌 나를 위해 하기로 했다.
이직이 결정 나고 나에게 중요한 것은 하루 전날도, 그 날 당일도 아니였다. 내게 중요한 것은 그 다음날이였다. 나는 '내 일'을 위해 그리고 '내일'을 위해 이 모든 것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잘 지내냐는 답변에 '그 다음날'부터의 일을 차근히 풀어가보려한다.
그 다음날
| 새벽기도
23년 1월 미국에 와서 꼭 한번 새벽기도를 가고싶었는데 7개월이 지난 이제서야 새벽을 깨워 교회에 왔다. 왜 가고 싶었냐고 물어본다면 이건 내게 있어서 관례 같은 것 같다. 내게 큰 약속, 중요한 행사 그리고 해결하기 어려운 결정을 하고 나면 늘 새벽을 깨워 교회에 갔던 것같다. 그리고 새벽공기를 마시며 늘 마음 속으로 천천히 이 상황을 곱씹었고 다짐을 했다. "괜찮아.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 모든 순간을 겪을 수 있음에 감사하기만 하자' 이렇게 다음날을 맞이하는 나만의 관례까지 잘 마칠 수 있었다.
| 이사
미국에 와서 7개월동안 이사만 4번째 했다. 미국에 처음와서 그런 기도를 했었다. 한국과 다른 각 집들만의 개성에 홀려 집들을 보며 늘 기도했다. '주님 미국에 있는 동안 많은 집을 구경하고 살아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7개월 동안 4번의 이사..주님은 정말 내 기도를 듣고 계시는 분이다. 이사는 늘 힘들지만 이 경험 또한 내게 너무 소중하기에 감사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의 4번째 집을 잠깐 소개하자면 창문이 매력적인 집이다. 아침에는 햇빛을 보고 저녁에는 달빛을 보며 스마트폰을 할 수 있다ㅋㅋ감성과 유희 사이에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는 집이다.
|구역모임
연이어서 낯선 이의 초대를 받아 진짜 평생 먹어보지 못한 음식들은 대접받았다. 정말 사람의 연은 참 신기한 것 같다. 협력업체 차장님의 교회 구역모임을 가게 될 줄 이야. 그 날의 식사자리를 떠올리면 지금도 웃음이 새어나오기만 한다. 그 자리가 웃긴 이유는 웃겨서가 아니라 상황이 웃겨서 였다. 나를 초대해주신 분들끼리도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라 많이 어색해했고 음식을 앞에 두고 모두가 수저를 들어 식사를 하기까지 20분은 넘게 걸렸던 것같다. 그 사이에서 점차 나는 그 어색함을 즐기기 시작했고 정작 나를 초대해주신 차장님이 제일 말수가 없으셨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라지셨는데 나중에 물어보니 충전의 시간이 필요해 잠시 쉬고 계셨다고 한다. 진짜 이게 무슨 상황인거지ㅋㅋㅋㅋ 다시 생각해도 그 날은 너무 웃기고 너무 어색했다.
그리고 나를 매료시킨 친구가 있었다. 그의 이름 '호두'
| 히피펌
구역모임에서 주워들은 소식들을 몰래 저장해 새로오셨다는 아론 선생님을 찾아가 파마를 했다. 그때까지는 몰랐다. 히피펌이 이렇게까지 빠글거리는 건지. 아론 선생님 머리 잘 한다면서요...
2달동안 정말 많이 울었다. 이게 과연 맞는 선택일까를 수 없이 고민하며 힘들어했고 그 힘들었던 광야와 같은 시간을 지내고 나서 나는 감사를 찾을 수 있었다. 나의 감사는 역설적이게도 고민을 고민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했고 그리고 그 안에서 불안, 공포, 슬픔 그리고 인내, 침묵, 감사에 까지 도달하면서 자기 확신을 찾아갈 수 있었다. 그리고 인내의 시간들을 통해 나는 더 단단해졌고 내 자신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이 모든 감사를 주님께 돌릴 수 있다는 것이 내게 가장 큰 기쁨이였다.
이제 이 글의 끝을 내보고자 한다. 잘 지내냐를 질문에 답을 달아보기 위해 풀어보았던 너무나 평범한 나의 다음날들. 그리고 그 평범한 다음날들이 모여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네. 잘 지내요. 여느때보다 더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