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방> 프롤로그

by 이슬



여기에서는 아무도 이름을 쓰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말하지 않는다.

대답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굳이 말 할 필요 없다는 표정에 가까웠다.


아니, 사실 표정 같은 단어는 애초에 없다.

원래 배운 적이 있기 때문에 알고 있는 것 뿐이다.


직선의 긴 가로에 세로와 세로 가로 세로 세로

가-로 좌 사선 우 사선 가로 긴 세로, 동그라미.


기분이 괴상하면, 눈썹을 들어올리고 이야기를 뱉어내는 입꼬리가 내려가는 것이라고. 날씨가 실컷 드세었다가 봄이라도 올 것 같으면 실룩거리는 줄은.


하루는 기록되었다.


어디에 잠잠했다가, 얼마나 또 깜빡거렸는지.

그 정도의 흔적이 이 곳에서의 시간을 대신한다.


무명의 방,

몇 계절인가 몇 달인가 몇 년인가쯤의

회고록. 또는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