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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Jul 30. 2021

엔딩이 미정인 동화

주인공에게 길을 알려줄수있다면

가슴에 커다란 칼이 꽂힌  태어난  있었지.

아이의 부모는 태어난 아이를 보고서 깜짝 놀랐단다.

그런데 아이는 아프지도 않은 지 해맑게 칼을 만지작 거리며 웃기만 했지.

아이는 점점 자랐고

여느 아이들처럼

뛰놀고

웃고

고민하고

먹고

자고

뒤척이고

화내고

다시 웃고

그런 시간들과 함께 자랐단다.

가슴에 꽂힌 칼은 가끔 삐그덕 거리긴 했지만

여전히 거기게 머물러 있었지.


아이는 소녀가 되었어.

그리고 가까이 하고싶은 소년을 만났지.

소녀는 너무도 따듯한 마음을 가져서

소년을 꼭 품어주고싶었어.

소년은 힘들고 외로워보일 때가 많았거든.

한낮 뜨거움 말라가고 있는

마른 나무처럼 보였지.

특히 혼자 서 있는 소년의 그림자가 유난히 길고 얇은 가지처럼 눌러붙어있을 때

그런 생각을 하곤했단다.


소녀는 용기를 냈고

소년을 향해 달려갔어.

소년을 안으려는 순간

칼은 소녀에게 더 깊이 꽂혔고

간신히 서 있던 소년은 소녀의 칼에 튕겨나가 넘어져버렸지


소녀는 아파서 소리를 질렀어.

칼 때문인지 소년을 아프게 해서인지 소년을 안을 수 없어서인지 알 수 없었지만

소녀는 어쨌든 너무 아팠어

아파서 펑펑 울었단다


그때부터 소녀는 자기에게 꽂힌 칼을 보게 됐어

무거운 칼을 품고 걷는 걸음 걸음이 너무나도 무겁게 느껴졌지.

소녀는 거울을 보고싶지 않았어

가슴에 꽂힌 칼을 보고싶지 않았거든


소녀는 점점 야위어갔어

하루하루 눈빛도 밤처럼 어두워졌지

칼을 뽑아내고싶다고 밤마다 소리지르기도 했어

날이 갈수록

소녀는 칼을 닮아갔어

눈빛도 목소리도 모습도

칼처럼 날카롭고 차가워졌지

사람들은 소녀를 두려워했어

다치지 않을까 늘 소녀 앞에서 조심했지


이 이야기는 이제 어떻게 될까?

소녀는 어떻게 했을까?


소녀는 칼답게

무엇이든 찌르고 싶어졌어

그게 자기의 숙명이고 운명인것같았거든.


그러면서도 소녀는 마법을 기다렸어

밤마다 다시 꿈을 꿨지

따듯하고 가볍고 포근한 가슴으로

소년을 꼭 안는 그런 꿈을 꿨어

하지만 눈을 뜨는 아침엔 늘

칼날에서 느껴지는 서늘함과 추위와 함께였지


이 이야기는 이제 어떻게 될까?

이 이야기는 동화거든.

해피엔딩이었으면 해.


이야기의 주인인 주인공에게 때로는 물어봐야 하지.

넌 어떻게 하고싶니? 이제 어떻게 할거니?

그런데 주인공이 갈 길을 잃어 한없이 헤매고 있다면,

그자리에 가만히 멈추어있다면

작가는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


기다려주어야 할까?

더 좋은 길을 찾아 알려주어야 할까?


소녀는 이제 진짜로 자기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어떻게 하고싶은지 몰라

소녀는 깊고 깊은 땅 속에 자신을 묻고싶어해

이 칼날이 흙 속에서 시간이 흐르고 흘러 녹슬고 무뎌지도록

그저 시간이 인생을 집어삼키기를 기다리고만 싶어해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눈빛은 이미 녹슨 칼날처럼 빛을 잃어있었어


이 이야기는 이제 어떻게 될까?

이 이야기속 소녀에게 일어날

다음 이야기는 무엇이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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