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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Sep 06. 2022

'쓰는 것' 이 어려운 이유

가짜 나와 맞서 싸우고, 모든 나와 화해해야지


글쓰기. 어쩐지 미루게만 된다. 대체 쓴다는 게 뭐길래.

'쓰다-'가 들어간 말을 줄세워놓고 가만히 의미를 생각해본다.


쓰다

글을 쓰다
마음을 쓰다
애를 쓰다
물건을 쓰다
(...)     

                                                                                                                                                                                

쓴다는 건 이용한다는 거니 무언가 닳도록 하는 것이다. 

내가 시간을 쓰고, 마음을 쓰고, 애를 쓸 땐 모두 내 삶 한켠을 차지하는 무언가를 내어놔야 한다. 

    

글을 쓸 때는 무엇이 닳는가. 

글 쓰기 역시 마음을 쓰는 것이고 시간을 쓰는 것이다. 애를 쓰는 것이다. 

내 안의 무언가를 내어놓는 일이다. 내어놓은 그것이 글자로 남긴다. 마음과 시간이 문자로 바뀌는 그런 일.  그러니 뭔가를 써보려면 스스로를 갈아 언어로 빚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 쓰기가 어려웠던 큰 이유는 글을 쓸 때 나의 어딘가가 닳는 그 수고로움이 귀찮고 번거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쓰려고 할 때마다 내 안에서 들리는 어떤 목소리가 온갖 핑계를 대며 못쓰게 한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에고'다. '에고'는 언제나 시끌벅적하다. 온갖 감정의 드라마를 다 만들어내며 자기가 진짜 '나'라고 싸우고 있다. 일상에서 울고 웃는 에고의 목소리를 글로 다 토해내면 어떨까?  에고가 만들어내는 현실의 고통과 비극의 드라마도 글로 소모되고 쓰여지고 나면, 어쩐지 애틋하고 희극적인, 귀여운 ‘나’로 보인다.     


어쩌면 수많은 허상의 나를 바라보고 깨닫게 하는 눈이 바로 글이다. 반대로 에고는 닳아서 글로 치환되는 것을 두려워한다. 자신이 가짜라는걸 들키지 않고서 강력한 허상으로 영영 나를 지배하고 싶어한다. 쓰려는 나를 주저앉힌다.



제대로 쓰여지지 않은 '나'들은 결국 미워진다. 그러면 나는 손톱을 물어 뜯는다. 쓰여지지 않은 나를 견딜 수 없어서, 잘근잘근 씹어댄다.   

 

그러니 써야 한다. 

시간도 쓰고 마음도 쓰면서 내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들을 문자로 써야 한다. 

그건 가짜 나랑 맞서 싸우는 방법이기도 하고, 다른 말로는 모든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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