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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다 May 09. 2023

(울보를 위한) 잘 울기 위한 매뉴얼

manual for my 'blue'

이 글은 우울과 슬픔의 구렁텅이에 자주 빠지는 나를 위해 남기는 매뉴얼. 그 첫 글이다.

지금까지 삶을 관찰해본 결과, 내가 걷는 감정의 길은 늘 험했다.

곳곳에 감정의 깊은 구덩이가 있는데 맨날 거기 빠졌다가 빠져나오는데 에너지를 쓰는 걸 반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

구덩이를 없애고 메우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보아하니 당장에 없애는건 쉽지 않을 것 같고,

구덩이를 안만날 순 없겠고,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 할 것인지에 대한 메뉴얼을 나를 위해 만드는게 필요해보여 곧바로 이렇게 써본다.




  1차 체크리스트


    배는 불렀는지 체크해본다. - 대체로 허기지고 배고프면 쉽게 구덩이에 빠진다. 일단 뭐라도 먹인다. 뭐가됐든 먹인다. 그와중에 먹고싶은게 있다면 그나마 깊이 감사해본다.  


    물과 가까이 한다. 인간은 물로 이루어졌다.  걸어다니는 물이다. 물을 일단 벌컥벌컥 먹인다.

                       그리고 샤워한다. 발끝까지 깨끗하게 씻고 새 속옷, 새 잠옷으로 갈아입어본다.  


    청소한다. *주의점- 이미 구렁텅이에 반쯤 이상 빠진상태라면 이 모든게 버겁고 손하나 까딱하기 어려워 불가능할 수가 있다. 


    음악을 듣는다.작은 우울일 경우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듣거나 밝은 음악을 들어본다.

       내가 사는 작은 공간에 변화를 주는 손쉬운 방법이다. 

      그러나!! 이미 반쯤 몸을 담근 우울일 경우 택도 없을 수 있다. 오히려 과하게 밝은 음악 특유의 해맑음은 사람 속을 더 뒤집어 놓을 수도 있다.


  

    그럴 땐 별수 없다. 울어야 한다. 어쩔 수 없으므로 맘을 굳게 먹는다. 속시원한 울음을 울 수도 있지만, 운이 좋지 않을 경우엔 가슴이 찢어지고 사람을 더 가라앉게 만드는 울음을 울어야만 할 수가 있다. 그치만 어쩔 수 없을수가 있지. 이왕 울게 되었다면 어떻게 잘 울것인가?를 고민하도록 하자.  


잘 우는 방법


    절대 슬프고 우울한 음악을 들으며 울지 않는다. 그건 무거운 돌을 달고서 다이빙하는 것과 같다.


차라리 유튜브에 어린 아이들이 깨끗한 목소리로 부른 노래들을 켜둔다.  

            추천 - 이 세상의 모든 것 다 주고싶어. 마법의 성. 꿈꾸지 않으면.

           (1) 이 세상 모든 부모님들을 위한 무대❤ ‘이 세상의 모든 것 다 주고 싶어 - 이석훈&소희&은서’♪ [국민동요 프로젝트 아기싱어] | KBS 220514 방송 - YouTube


(1) ‘아빠는 라디오 스타’ DNA 싱어,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부르는 <마법의 성♬> #DNA싱어 #DNAsinger #SBSenter - YouTube


(1) 고영배×고다윤, 부녀가 함께 부르는 힐링 무대 <꿈꾸지 않으면♬> #DNA싱어 #DNAsinger #SBSenter - YouTube


            들으며 어쩐지  눈물이 나는데 대체로 깨끗한 노래들엔 마법이 담겨 있다. 따뜻한 사랑과 함께 가라앉게 되어서 일종의 구명조끼가 될 수 있다. 깊이 가라앉더라도 최악의 선택은 하지 않게 될 것이다. 결국 우울이든 분노든 뭐든 사람을 살리는 건 '사랑'인데 순수한 목소리로 노래하는 사랑은 우울조차도 무장해제시킨다.  

    이제 엉엉 운다. 어린아이처럼 운다. 기억나지 않는 상처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직감을 발휘해 그냥 어린아이가 된듯이 모든걸 발산하듯 운다.   


    그리고 '말을 내뱉는다'. 느껴지는 감정, 하고싶은 말들을 마구마구 내뱉는다. 생각으로만 존재하는 애매모호함을 회피하지 않고 밖으로 꺼내 펼친다. 그런데 너무 어두운 구렁텅이에서 울 땐 이게 대체 뭔 감정인지, 왜 우는지 구별도 안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아무거나 뱉고본다. 그러다보면 마음에 딱 걸리는 어떤 말들, 뭔가가 있다. 억울하다! 라던지 특정 대상한테 하고싶은 말이라던지! 사랑받고 싶어! 라는 말이라던지.   


    그 말을 발견했다면 대체로 그 말은 나를 더 많이 울게 만들거고 더 마음아프게 만들거다. 얕은 구렁텅이라면 그 말을 뱉으며 오히려 마음이 시원해질테지만, 그렇지 않으면 덧난 상처를 건드린듯이 오히려 더 깊은 구렁텅이로 가라앉는듯 마음이 아파질 수가 있다.   


    직감적으로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뭔가를 건드렸다' 느낌이 느껴질 수 있다.  

            그럴땐 어떻게 해야할까?


울음이 너무 거셀 때 대응법



  * 일단 신에게 기도한다. 종교를 막론하고 우주의 가장 신성한 빛에게 기도한다. 

   내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기억하지 못하는, 무의식적 상처를 치유해달라고 울부짖어본다.  


    이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린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자신을 살짝 뒤로 하고 관찰자 나를 등장시켜서 엉엉 우는 나와 분리시킨다. 내가 겁나 울고있구나 마음이 미친듯이 아프구나 생각해본다.   


    그런 나에게 말을 걸어보며 달랜다. '너 진짜 힘들구나. 얼마나 아프니. 슬프지. 억울하지. 괜찮아. 울어도 되고 슬퍼도 되고 억울해도 되고 네 맘대로 다해도 돼. '  

          내가 신이 된듯 나에게 해주고싶은 모든 말을 다 해준다.

          내가 어떤 모습이든 망하든 어떻든 평생, 평-생 나는 내 편이고 늘 내 곁에서 도와줄거라고 말해준다. 나에게 엄청난 믿음과 사랑을 준다. 이쯤되면 나에게 응원과 격려와 사랑의 말들을 마구마구 해주게 된다. 언제고 또 우울하고 언제고 또 이렇게 아파하겠지만 그래도 괜찮다고. 어쨌든 나는 곁에 있어줄거고, 네가 원하는 것들을 삶에서 가져다줄거라고. 너에게 좋은 것들은 다 가져다 줄거라고. 앞으로 같이 잘 해나갈 수 있을거라고 부모의 마음이 되어 달래준다.  


    이젠 울고 있은지 시간이 좀 흐르기도 했으니 구렁텅이에서 슬며시 벗어나기로 마음먹는다. 마저 울면서 지금 당장 나한테 뭘해줄 수 있을 지 생각한다.   


     그게 물 한잔 먹게 해주는 것일수도 있다. 그럼 당장 일어나 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지극히 주관적인 매뉴얼임을 밝히며,

내가 더 성장하게 되어 더 나은 방법들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


또 다른 팁이 있다면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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