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처음은 흙,
아무것도 아닌
뒤죽박죽 요동치던 것은 섬세함을 거쳐
서서히 가늘게 타고 올라가며
유연하게 형태를 갖춘다
촉촉함이 무르익으면
타오르는 불 속으로 들어가
일그러질 듯 위태롭더라도
버텨내야만 한다
어차피 이곳을 거치지 않는다면
부서져 버릴 것은 매한가지이기에
산산조각이 나더라도
완전히 견고해지기 전까지는 나올 수 없다
끝까지 버텨낸 것은
이젠 더 이상 흙이라 불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