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미운 짓을 하면 찍어 누르고 싶어져
야 그렇게 살지 마
역겨우니 웃지도 마
활개하는 망나니는 잡히지 않는 걸 알아서
제 위치에서 두세 걸음 떨어뜨리고
돋보기를 고쳐 쓰지
심사 끝 다음
마지막 자음을 빚은 때부터 늘
난 삶을 죽였어
그렇게 또 사람을 죽였어
한없이 애태우는 상대를 두고
마음 어느 방향에 뒀을까
고리 빼면 언제쯤 튕겨나갈까
사유가 궁금해 입안 가득 굴려볼까
그러다 헛구역질이 쏟아져도 멈추지 않는
지독한 쳇바퀴 운동이었지
알고 보니 찌린내 가득한 풀속이었던 거야
향기 나는 소나무 따윈 애초에 없었던 거야
갈래길에서 무얼 택하든 그건
자유의지에 반하지 않았다는 징표였어
내 발에 내 손을 지졌다는
영원의 호소였어
몸뚱이를 그냥 두지 말라고
흐르다 굳어도 아무도 원망하지 말라고
그냥 사는 게 다 이런 거라고
판사님께 바칠 수 있는 마지막 문장이었어
그래서 너는 행복하니
일생 모든 순간을 쏟아붓고 갔으면
너라도 웃어야 울지 않지
이 많은 사람들이 그래야
우러러보는 하늘에 손 베이지 않지
누가 그러는데 말이야 믿음은 구원이래
사실이 아니어도 괜찮은 거야
온다고
반드시 올 거라고 믿으면 결국
도착하지 않아도 괜찮은 거야
그래서 우린
어디냐고 묻지 않아도 이해할 수 있는 거였어
끌어안은 사람들 보며 기뻐할 수도 있는 거였지
넌 이모와 껴안았을 거야
반드시 순백의 눈을 밟았겠지
나는 그리 믿을 수밖에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