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밤>
울 것 같은 마음들이 있다. 내겐 모녀를 다룬 글들이 그렇다. 저항 없이 터지는 물살이 거세다.
화내고 싶지 않고, 탓하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거칠어진다. 같은 습성을 물려줘서, 내가 싫어하는 짓을 반복하고 있어서. 똑같이 미련하게 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틱틱거린다. 엄마는 나를 왜 이런 환경에 내던져지게 했어?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닌데.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엄마가 미웠다. 너무 미워서 그냥 다 모른 척하고 싶었다. 내게 왜 이런 환경을 줬는지, 왜 힘껏 소리 지르지 못하는지 궁금했다. 마음 가는 대로 악쓰지 못해 썩어가던 마음이 그만 고여버렸다. 다 때려치우고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날의 엄마와 살고 싶었다. 아직 말랑한 그녀에게 조목조목 다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는 이렇게 대접받을 사람들이 아니라고.
오늘 읽은 책에선 결국 3대가 서로를 안아냈다. 해내고야만 그들이 참 자랑스러웠다. 마구잡이로 비추는 조명들이 너무 밝아 코앞도 잘 분간되지 않았지만 그들 자신만의 힘으로 살아냈다는 걸 증명하는 듯했다. 이제 황혼 속을 날아갈 일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우리의 몫일 것이다.
풍랑 속에서도 손을 놓치지 않아야만 연대라고 생각했다. 기필코 입을 모아야만 큰 힘이 생긴다고 믿었다. 그래서 행동하기까지 늘 오래 걸렸다. 사람들이 스피커폰을 들어도 늘 안정적인 삶에 안주하고 말았다. 그냥 참으면 괜찮았기 때문이다. 별 것 아니라고 넘겨버리면 어느새 또 웃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안다. 조금씩 펼쳐진 세상의 눈은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게 만들었고, 나는 더 이상 아파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거친 길에 난 민들레가 어떻게 뿌리박고 자라났는지에 집중하게 된 것이 시작이었다. 그렇게 스며들 듯 차근차근 기원을 찾아갔다. 아픔들끼리 주고받는 싸움에 지치지 않고, 왜 공론장이 피투성이가 되었는지에 더 주목하게 되었다. 마음속으로 외치던 외로운 고성은 점점 잦아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