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에 대하여
푹푹 찌고 더운 계절이다. 비 오듯 흐르는 땀을 감추기 바쁘고, 내 안의 모든 것이 더워져서 배출구를 찾고 싶은 그런 시간의 중턱이다.
흔히 여름을 미화의 계절이라고 한다. 지나고 보면, 녹색빛이 가득했던 불꽃이라고. 땀 흘리고 헥헥대던 시간은 잊고 눈에 담은 푸른빛만 잔상으로 남아있다고. 결국은 모순 사이에서 아름다움이 이기는 그런 계절이라고.
빛을 받으면 풀들은 몇십 배로 예뻐진다. 반짝 빛나는 작은 물방울들이 모든 존재를 아름답게 탈바꿈시킨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여름이 좋다. 보이지 않던 것을 빛나게 하여 세상에 내보이는 일을 하게 해 주기 때문.
마음씨 넓은 여름. 순순히 내보이는 명찰들. 거리를 걸으며 지나치는 모든 인연들이 이 여름 사이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고 생각하면 좀처럼 더위가 지나가지 않았으면 싶기도 하다. 겨울과는 또 다른 느낌의 동질감을 품은 게, 바로 나의 여름이다.
잊혔다 믿은 것들은 아직 소화 되지를 않았다는 걸 깜빡했다. 기억은 더운 숨을 자아내 모든 것이 여전히 버겁다. 턱턱 막히는 숨이 발버둥 친다. 그럼에도 꾸준히 무언가를 보러 나간다. 좋아하는 것들을 즐기러 더위를 뚫고 묵묵히 걷는다. 아무래도 진정한 사랑은 내 안에 있었나.
시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자들이 쓰는 거라는데, 귀퉁이에 떨어져 있던 내 영혼을 보면 맞는 것도 같다. 마음이 닿는 대로 사는 게 인생이라면 마음이 사라지리라 믿는 게 사랑이려나. 고독은 내 식사고 체기는 늘 굴러간다. 그렇게 나는 여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