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상 10주년 특별판>
죽음이란 무엇일까? 누군가에겐 지루하고 덧없는 시간이 누군가에겐 생사를 오가는 지옥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가차 없는 양면성, 미친 듯이 냉혹한 상대성.
김은 자기중심적인 사람이다. 불행은 내 것만 아니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몹시 편협한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지진도, 가난도, 기후 위기도, 그리고 오래전 자신을 도와준 어른도 그리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태도를 바르게 고칠 수 있었던 여지조차도 흘려보낸다.
그에게 있어 사랑이란 무엇일까. 익숙해져 귀찮아진 곁의 사람이 스스로 떨어져 나가기만을 기다리는 듯한 그의 모습은 흡사 책임감 없는 주인, 혹은 관계를 놓을 용기는 없지만 책임은 지고 싶지 않은 여러 인간 군상을 떠올리게 한다. 늘 퉁명스럽게 대하지만 가끔은 친절해지고, 이별이 눈앞에 닥치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벼랑 끝의 애정이 바로 김이 하는 사랑이다. 극한으로 치달아야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과연 진실일까.
그는 누군가의 죽음을 기다린다. 동시에 이별도 기다린다. 간절히 염원하던 건 일을 해치우는 것이었을까, 자신에게 솔직한 이별이었을까.
불행에는 순서가 없다. 물론, 예고도 없다. 그러나 더 잔인한 것은 불행이 닥쳐올 때 우리가 가진 방어막이 다르다는 것이다. 에어백이 터지는 곳은 비교적 안전하지만,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하는 곳도 있다.
한 가정은 아이를 잃었다. 부모는 아이를 곁에 두는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그뿐만은 아니었다. 그들에게는 풀지 못한 애정의 문제가 있었다. 남을 깎아내리며 자신들의 삶을 포장하려는 욕구 또한 강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깜깜한 어둠 속에선 라이트조차 켜지 못했다. 감정싸움에 불빛이 끼어들 여유는 없었다. 그들은 무얼 위해 싸우는가? 관계적 회복이라기엔 서로를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으며, 단순한 애정 다툼이라기엔 각자가 가진 시선 또한 반대편이다. 이들의 결말은 무엇일까. 계속해서 화요일의 식사를 누릴 수 있을까.
다른 가정은 시야를 잃었다. 남편은 눈앞의 것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아내는 천진한 상상력의 시선을 잃었다. 미래를 내다보던 그녀는 이제 눈앞의 것만 보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성큼 다가온 대중음악이 그녀의 삶 전부가 된 것은. 희귀한 잡지에서 본 가사는 그녀의 일상에 거머리처럼 붙어있었다. 그녀는 수술 대기실에서 단 한 발자국도 내딛지 못했던 것이다. 남편이 서서히 방으로 파고드는 동안, 그녀의 마음은 얼음같이 굳어갔다. 머리를 써야 했을 것이다. 가사를 되뇌며 어떻게든 살아보려 한 그녀는 그래서 넓은 세상을 누려본 강사에게 극적인 끌림을 느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은 늘 흘러가고, 세상이 정해놓은 보편의 인간상은 변화한다. 하지만 밑바닥에 깔린 인간성만큼은 상식선에서 움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사회가 통념이 통하는 세상이기를, 혼란 속에서 간절히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