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을 추측하는 건 사실 폭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방 안에서 숨죽여 있는 기분을 알리는 건 원치 않은 일
그래도 너를 끄집어내어
내 곁에 다시 앉혀두고 싶다
강력한 자성으로 너를 끌어당기고 싶다
온통 푸르기만 했던 날이 한낱 꿈에 불과했대도
우리가 느낀 강렬한 한 줄기 섬광은 그대로니까
무뎌지지 말고 무너지지도 말고
그저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늘
함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
무엇이든 적당해지자
동아줄 하나 잡고 사는 게 인생이라는 말
알지 못하던 것들이 비로소 와닿을 때
가만히 앉아 물을 참방거리며 했던 넋두리를 떠올린다
턱 끝까지 차오르던 더운 숨
그저 죽도록 가빴으면서 괜찮은 척
속고 속이며 모서리 전부 마모되어 갔고
청춘이여
어떤 관계는 나를 살게 하고
어떤 사람은 나를 웃으며 울게 만든다
그 모순이 곧 내 삶이다
소나무가 오래오래 뿌리내리길
봄바람과 여름 향기와 가을 정취와 겨울 함박눈
모두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