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추워서 산책을 못했다. 답답하다. 날이 좋을 땐 거의 매일 저녁 먹고 나선다. 위장이 약해서 밥을 먹으면 속이 뭉근하다. 다녀오면 훨씬 낫다.
그게 아니라도 걷는 걸 좋아한다. 걸으면 몸과 마음이 풀어져서 좋다. 머리도 잘 돌아가고 말도 술술 잘 나온다. 관심있는 사람과 데이트 코스를 짤 때도 신경 쓴다. 식사 장소 후에 산책 코스를 넣든지, 거리가 좀 먼 카페를 간다든지 하는 식으로. 그렇게 대화해야 애프터 성공률이 높다. 표본은 거의 없지만... 아무튼 그렇다.
혼자 산책할 때는 보통 음악을 듣는다. 예전에는 기분 따라 다른 음악을 들었는데, 최근에 산책 음악 리스트가 생겼다. 꾸준히 듣고 있다. 그리고 하나씩 추가 중이다.
*산책 음악 리스트*
-에릭 사티, 짐 노페디 1번
-드뷔시, 달빛, 조성진
-붉은 돼지ost, bygone days, 지브리 25주년 콘서트 버전
-류이치 사카모토, a flower is not a flower
-브루노 메이저, the most beautiful thing
-케니더킹, lemonade
-inger marie gundersen,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sam ock, silent
-evelyn stein, quiet resource
-fjk, ylang ylang
산책용 음악을 추천 받고 싶다.
2
다들 산책할 때 무슨 생각을 할까?
아니, 그것보다 생각을 어떤 식으로 할까?
한 때 그게 정말 궁금했었다. 사람들이 어떤 방식, 방향, 방법으로 생각을 하는지. 나로 말하자면 굉장히 두루뭉술하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상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a-z로 차근차근 접근해본 적은 별로 없다. 잘 하지도 못하고 성미에도 안맞다. 고민이 있으면 그냥 고민 자체를 덩어리째로 느낀다. 생각은 그냥 흘러가게 둔다. 그리고 구체적인 것이 저절로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린다. 말하자면 실 하나를 줄줄 당겨서 타래를 만드는 게 아니라, 부유하는 먼지를 모아모아 덩어리로 만드는 식이다.
나는 나만의 느긋한 방식이 재미있고 좋은데, 일할 때는 별로 좋지 않다. 그래서 회사에서는 최대한 아닌 척 한다(그러면서 결국 내 방식으로 한다).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며 사는지 궁금하다.
3
체했다.
마음도 체했다.
고 썼다가 너무 유치한 것 같아서 지웠다.
가 다시 또 쓰고 있다. 이렇게 쓰면 그래도 덜 유치해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고 한 번 더 쓰면 더더욱 덜 유치해보이지 않을까?
아무래도 소용이 없는 것 같은데.
4
오전에 미팅을 갔다가 점심을 먹고 체했다. 하루 종일 컨디션이 나빴다. 오늘 업무 중에 중요한 걸 빼먹어서 내일 뒷감당을 해야 할 상황이다. 거슬려서 잠을 설칠 것 같다. 별 것도 아닌데. 예민한 성격이라 몹시 피곤하다. 딱딱해진 내 마음 위를 아무리 걸어도 체한게 내려가지 않는다.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흐르면 좋든 싫든 달라진다. 좋은 싫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