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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준혁 Feb 01. 2024

아름다운 시작과 시시한 끝

2024년 2월 1일

1

2월의 시작이다.

무엇을 시작할까, 라는 생각보다 무엇을 끝낼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끝내야할 것들이 먼저 떠오른다. 끝내고, 끊어야 할 것. 털어내고, 버려야 할 것. 어쩌면 그런 것들이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더욱 잘 알려주는지도 모르겠다.


2

겨울의 나는 곰처럼 게으르다. 새벽 조깅을 안한지 꽤 되었고, 소설도 멈춘지 오래다. 게으름을 어떻게 해야 하지 않을까? 끊어야지.

게으름의 원인은 대체로 피로다. 몸과 마음의 피로. 몸이 피로한 건 규칙적인 생활로 해결할 수 있다. 저녁에 과식하지 않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그러면 몸은 금세 회복한다. 하지만 마음의 피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요즘 나는 지나치게 감상적이다. 그래서 더 피곤한 것 같다. 무엇이든 치우친 감정은 피로하다. 우울과 외로움은 담배처럼 중독성이 있고, 또 습관성이라 신경쓰지 않으면 계속 반복하게 된다. 해결책은 담배처럼 단순하다. 그냥 딱 멈추면 된다.

성가시게 구는 우울과 외로움을 향해 손바닥이 보이도록 손을 쭉 뻗자. 

멈춰!


3

라고 말은 하지만 실은 괜찮다. 나는 모든 건 때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니 때가 되면 저절로 멈출 것이다. 물론 그 ‘때’라는 것이 항상 내가 원하는 형태로 원하는 시기에 오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런 류의 사고방식이 아니다. 

때가 오면 내가 알아차릴 거라는 것, 그런 생각으로 때가 올 때까지의 시간을 묵묵히 보내자는 다짐에 가깝다. 두려움과 초조함을 내려놓고 때가 오길 기다린다. 그러니까 멈추지 않아도 괜찮다. 차분하고 고요하게 기다린다. 모든 게 저절로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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