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8일
1
새벽의 긴 대화는 즐겁다.
팔방으로 아름다운 말이 오갔다. 고맙고 좋았다. 나는 말을 조금 했고, 그마저도 하지 말아야할 말들이었지만 딱히 후회는 없다. 충분했다. 말은 수많은 소통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역시 나는 머리로 세상을 이해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다. 온몸으로 이해한다. 아주 잠깐의 침묵, 눈치채기 힘든 어조의 변화, 걸음걸이, 자세, 바람의 방향과 온도, 볼의 떨림, 말과 말 사이의 여백, 희미한 눈빛 같은 거... 그런 게 나를 결정적으로 뒤바꿔놓는다. 그래서 나의 세상도 결정적으로 뒤바뀌는 것이다.
그렇게 작고 사소한 것으로도 사람은 달라지고, 그 사람의 세계도 달라진다. 변화는 숙명이다. 영원한 건 없겠지. 그러니까 모든 게 아무런 의미도 없을까? 아니, 어쩌면 그 반대는 아닐까. 잘 모르겠다.
2
두어시간 자고 출근했더니 몹시 졸렸다. 다행히 연휴 전날이라 일찍 퇴근했다. 지하철에서 내려 집까지 가는 길에 시장이 있다. 설을 앞두고 있어 시장은 음식을 팔고 사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그틈에서 천천히 걷다가 문득 깨달았다. 무언가 달라졌다는 걸. 어제까지만 해도 머릿속에 자욱하던 안개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깨끗이 비워졌다. 긴 꿈에서 깬 것처럼 생경한 기분. 충분히 했다는 감각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마냥 기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개운했다. 연휴가 끝나면 일도 바빠질테고, 다시 소설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자신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3
연휴를 대비한 식량 구매. 새우깡, 고구마깡, 오징어칩, 버터러스크, 통밀오란다스낵, 먹태바사삭. 생각없이 골랐는데 단 거 세 개, 짠 거 세 개, 짝을 맞췄다. 신기했다.
그러고보니 아이스크림도 그렇다. 빵빠레 밀크맛, 빵빠레 초코맛, 붕어싸만코 슈크림맛, 붕어싸만코 초코맛, 돼지바 기본, 돼지바 블랙, 누가바, 누크바. 왜 하나 같이 짝으로 샀지? 집에 돌아와서야 그걸 깨달은 게 이상했다.
아무튼 연휴를 같이 보낼 전우들 덕분에 든든.
4
노래방에 가고 싶어서 나왔다가, 너무 피곤해서 그냥 돌아왔다. 일단 오늘은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