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 계발할 '자기'란 게 없는데요

[자기발견의 힘] 서평

by 김정은



이 책의 원제는 The End of Self-Help입니다. 자기계발을 둘러싼 그 모든 담론들을 한 큐에 끝내주겠으니 내 말 잘 들어보라고 자신 있게 일갈하는 이 책은 꽤 거침이 없습니다. 엉킨 실타래를 단칼에 베어 버리는 쾌도난마의 정신이랄까요. 이 책의 저자인 게일 브레너는 자기계발 논의의 결함을 하나하나 고발하는 방식이 아닌, 그 모든 담론의 바탕이 되는 단 하나의 기본 전제, 바로 ‘자기’라는 개념을 해체하는 방식을 선택합니다. 계발할 ‘자기’라는 개별적인 대상이 실은 따로 존재하지 않으므로 자기계발이란 말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이죠.

저자는 단 한 가지 결론을 향해 질주합니다. ‘자기’라는 분리된 의식은 사실 허상이며, 우리는 그 모든 것 너머에 있는 온전한 자각 그 자체이다—이것만 깨달으면 우리의 모든 괴로움은 끝나노니, ‘나는 충분하지 못하고 결함 있는 분리된 존재다’라는 잘못된 전제에서 시작하는, 그 모든 자기계발과 자격지심과 번아웃의 악순환을 한방에 끝장내보자고요.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이 책이 강조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생각에 대한 탐구와 신체감각 느끼기, 자각에 대한 자각입니다. 사실 생각 탐구와 자각의 개념은 알기 쉬운 언어로 차근차근 설명해 주는 책이 꽤 많고, 여러 군데서 자주 언급되는 내용입니다. 가령 생각 조사•탐구에 대한 설명은 바이런 케이티의 [네 가지 질문]이, 자각•알아차림에 대한 설명은 마이클 싱어의 [상처받지 않은 영혼]이 훨씬 자세하고 다정해요. 이 책이 제게 깊은 인상을 남긴 건 신체감각 느끼기에 대한 저자의 설명 때문이었습니다.


화가 나세요? 일단 몸을 느껴보세요


신체감각+생각=감정


게일 브레너는 ‘소위 감정은 신체감각과 머릿속을 맴도는 생각의 패턴이 합쳐진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아, 이 얼마나 명료한 공식인가요! 우리가 신체 감각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않는다면 감각 자체는 그저 자각 안에서 그 순간 일어나는 경험에 불과하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그러니 감각을 굳이 바꾸거나 간섭하려 들지 않고 올라오는 모습 그대로 허용하면, 감각은 제 본성에 따라 사라지죠. 여기에 더해 생각을 탐구하여 그 구구절절한 사연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면 우리는 감정에 사로잡히기보다는, 감정의 오고 감을 초연히 지켜볼 수 있게 됩니다.


올라오는 감정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흔히들 ‘그것과 함께 있어라,’ ‘있는 그대로 느껴라,’ ‘충분히 경험된 감정은 저절로 사라진다’와 같은 조언을 합니다. 저 역시 (불쾌한) 감정이 올라오면 있는 그대로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왠지 모를 저항이 섞여 들여서 있는 그대로 느끼지 못하고 결국 기분이 나빠지거나 칠색 팔색 진저리 치는 결말로 끝날 때가 많았는데, 저 구절을 보고 알았습니다. 제가 느끼려고 ‘노력’했던 건 생각과 신체감각이 뒤죽박죽 섞인 하나의 덩어리였다는 것을요.


어느 길로 가나 결국은 통해요


생각이나 몸의 감각 중 하나의 통로에만 집중해도 결국 감정 해방이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생각을 조사해 그것이 진실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경우 몸의 감각 역시 자연스레 사라지며 해당 감정으로부터 놓여나게 되고, 거꾸로 몸의 감각에만 집중해 느끼다 보면 그 감각의 원인이 된 숨겨진 신념이 불쑥 튀어나와 아하! 하는 시원한 깨달음을 얻게 되죠. 생각에 공감하지 말고 일단 조사하기. 몸에 감각(대부분 부정적으로 해석되는 감각이죠)이 느껴지면 긴장되는 부위를 의식적으로 이완하며 ‘어서 오세요, ‘모든 경험이여, Yes!’의 마음으로 충분히 느끼기. 저자는 이 두 가지를 강조합니다.


물론 생각을 조사하고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과 자신이 개별적 존재가 아닌 자각 그 자체임을 깨닫는 원네스(Oneness) 경험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강이 있습니다. 저자는 “말로 옮길 수 없는 것들을 말하려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씩씩하게 선포하지만, 그가 설명하는 ‘마음에 휘둘리지 않는 수용적이고 자유롭고 해방적인 삶’이란 걸 실감하는 일은 사실 요원하기만 하죠. 하지만 저자 역시 “구름이 흩어지기 시작하는 데 몇 년이 걸렸고, 같은 말을 거듭 듣고 나서야 그 말뜻을 경험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저는 그래서 일단, 이 말에 기대어 가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고전적인 화두를 꽤나 쉬운 말로, 실용적으로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아, 이게 정말 좋은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길이 없네, 하지만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내가 노력한 여정은 너무나 잘 알고 있으니 다 퍼줘야지'의 정신이 책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평소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