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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박 Oct 13. 2021

양말과 성별

https://images.app.goo.gl/LymhCY8gjNGorKHw9

내 발은 '여자치곤' 큰 편이다. 


어려서부터 주위에서 '여자가 발이 그렇게 커서야'...라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그런 말들엔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살았던 것 같다. 신발이야 발에 맞는 걸 신으면 그만이고, 주위에서 발 크다고 놀리거나 핀잔을 주면 웃고 넘기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발 크기와 관련해 늘 불편하고 잘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한데, 바로 양말이다. 


여자 양말에 욱여넣은 내 발은 늘 숨을 쉬게 해달라고 아우성. 발에 안 맞는 양말을 신고 하루 종일 서서 수업을 한 날 집에 와서 양말을 벗을 때의 그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어쩌다 구두라도 신어야 하는 날엔 손바닥 반 만한 버선모양 양말에 발을 끼워 넣는데, 신자 마자 발가락이 저려온다. 전족을 했던 여성들은 도대체 어떤 고통 속에서 살았던 것일까. 


그냥 제품 이름에 붙은 성별따위 상관없이 발에 맞는 양말을 사면 되지 않냐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내겐 남자 양말은 크고, 여자 양말은 작다. 양말을 치수별로 파는 경우도 많지 않다.




며칠 전, 우연히 모 스파 브랜드에 들렀다가 양말 코너를 둘러보던 중, 내 발 사이즈에 딱 맞는 남성 양말 세트를 발견했다. 발이 작은 남성들을 패션업계가 배려하고 있나 보다! 


기쁜 마음으로 계산을 하러 갔는데, 점원이 묻는다.



"사이즈 확인하신 거 맞지요? 이건 남성 양말입니다."


"네~ (그게 제 사이즈입니다.. 여자지만요..)"



발 크기에 맞는 양말을 신고 하루를 보내는 오늘. 내 발은 평화롭다.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행복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은 얼마나 소중한가.


특정 사이즈에 '여성', '남성'을 붙이는 것이 의미가 없음을 누구나 알고 있음에도, 변화가 쉬이 오지 않는 것은 왜 일까. (그리고 왜 남성 옷들이 더 멋지고 편안하면서 예쁜가!)


부디 큰 발을 가진 여성과 작은 발을 가진 남성에게도 떳떳함과 편안함이 쉽게 허락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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