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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Nov 18. 2020

퇴사 후 두 번째 여행 #이탈리아

내가 바로 비긴 어게인 멤버

대학교 때 배낭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친구 따라 쫄래쫄래 뉴질랜드로 갔었다. 하지만 가서 많은 걸 배우고 스스로가 바뀌었다고 생각해 후회 없는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뉴질랜드는 훗날 내가 좀 더 여유가 있을 때 부모님이랑 다 같이 가족여행으로 다시 한 번 다녀오고 싶다. 그 후로 시간이 흘러 나는 직장에서 퇴사를 했다. 첫 번째 직장에서 퇴사했을 때는 안 맞는 옷을 억지로 끼워 맞춰 입고 있었는데 벗어 던진 기분이었다면 두 번째 퇴사는 약간 시원 섭섭했다. 하지만 난 나에게 온 두 번째 퇴사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퇴사가 결정되고 바로 유럽 여행을 예약했다. 친구들이랑 같이 가기엔 오랜 시간 휴가를 낼 수 있는 친구가 없어 이번 여행도 혼자서 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20대 초반의 그런 열정은 힘들어 패키지를 예약했다. 내가 가고 싶었던 곳들을 모아 놓은 상품을 찾아 헤맨 끝에 예약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가고 싶었던 곳은 비긴어겐인을 보면서 저긴 꼭 죽기 전에 가봐야지 했던 이탈리아였다. 그러면서 함께 돌아볼 수 있는 서유럽 3국 여행을 묶어 놓은 패키지를 발견해 당장 예약을 했었다. 서유럽 여행지 중에서 영국이 안 들어간 상품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내가 그 어려운 걸 해내고야 말았다. 영국은 친구의 사촌이 영국에 있다고 해서 갔다 와서 영국이 포함되지 않은 서유럽 3국 여행 상품을 찾았었다. 그래서 이탈리아-스위스-프랑스 이렇게 3국 일정으로 된 여행 패키지를 예약해서 다녀오게 되었다.


배낭여행 이후 이렇게 장기간 여행을 간 게 오랜만이라서 설레기도 하고 뭔가 유럽에 대한 환상 같은 기대감이 많이 있었다. 특히 이렇게 서유럽 3국을 가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TV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을 보고 나서다. 박정현 님이 소렌토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죽기 전에 저기는 한 번 가보고 죽어야겠구나를 생각했던 거 같다. 그리고 스위스 일정은 융프라우가 포함된 일정이어서 선택을 확정하게 되었다. 언젠가 버스를 타고 가는데 버스 TV광고에서 융프라우에 대한 광고가 나오고 있었다. 그걸 보고 메모장 버킷리스트에다가 융프라우를 적어놨었는데 조금 늦었지만 그 것들을 한번에 이루게 된 여행이 되었다.


그럼 그 시작점에 있는 이탈리아 이야기를 시작해 보겠다.



소렌토

이탈리아 첫날 일정은 소렌토였다. 소렌토는 마을 안을 돌아다니며 보지는 않았고 이렇게 전망대에서 전경을 보는 일정이었다. 첫날이고 아직 함께 다니는 사람들과 어색해 뭔가 그냥 다 어색한 느낌이다. 하지만 나의 어색함과는 달리 풍경은 그림 같았다. 내가 이걸 보려고 여기까지 왔구나를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소렌토는 마을로 들어가기 전 전망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여기서는 소렌토 마을의 전경과 해안 마을의 절경을 볼 수 있다.


사실 이때는 아직 이탈리아에 낯을 가리고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약간 어색한 것도 있었고 실감이 안나는 것도 있었다. 내가 유럽에 왔고 퇴사를 했다는 사실이.






아말피 해안도로

죽기 전에 한 번은 와 봐야 한다는 아말피 해안도로다. 아말피 해안도로는 관광지라기보다는 드라이브 코스에 가깝다. 실제 렌트를 해서 달리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면서 중간에 내려서 잠깐 전망을 구경할 곳도 있다. 여기는 대형 버스가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 소형 미니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되며 개인적으로 오면 렌트를 해서라도 꼭 한 번은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내가 바로 CF의 주인공. 운전을 직접 해도 좋을 것 같고 옆에 타고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약간 옛날 중세시대에 온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같이 여행하는 인원들은 주로 가족 단위가 많았는데 5명 이상 가족 단위가 2 가족이나 있었다. 가는 길에 어머니랑 같이 앉아서 가게 됐는데 혼자 와서 좋겠다며, 진정한 여행이라며. 가족과 다 함께 이렇게 여행하는 것도 큰 행복이라고 이야기해주며 훈훈하게 마무리했다. 나는 유럽여행이라서 패키지라도 좀 젊은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별로 없었다. 여기서 또 한 번 내가 고정관념이 있구나를 깨닫게 되었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혼자 가게 되니깐 가장 맘에 걸렸던 게 방배정이었다. 싱글 차지를 할지, 아니면 룸 조인을 할지 고민을 하다가 룸 조인을 하려고 진짜 백방으로 알아봤는데 절때 없었다. 그러다 여기저기 문의글을 남기고 다니다가 이 여행사에서 룸 조인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고 결제를 하게 됐는데 당일날 공항에 가이드님이 나 보고 싱글차지 맞죠?라고 물어서 너무 당황했었다. 저는 룸 조인으로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했더니 가이드분이 한 번 더 알아보고 알려준다고 했었다. 순간적으로 그럼 싱글차지 비용을 지금 여기서 내가 내야 되는 건가? 그게 뭐지?? 싶었는데 다행히 따로 추가 비용 없이 싱글차지를 하게 되었다. 뜻밖의 행운이었다. 생각했을 때 혼자 여행 예약을 하셨던 분이 취소를 하면서 수수료를 낸게 아닌가 싶었다. 이름 모를 룸 조인이 될 뻔한 분한테 감사함을 전한다.






포지타노

아말피 해안도로를 달려가면 포지타노 마을이 나온다. 그래서 보통 이곳에 오면 소렌토-아말피 해안도로-포지타노 이렇게 많이 왔다 가는 것 같다. 소렌토에서 한 30분? 정도 가면 포지타노에 도착한다. 산과 바다의 중간에 있는 마을은 가히 절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조금 아쉬웠던 건 마을까지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전경만 보고 떠난 거였는데 나름 전망대에서 잘 보고 왔던 거 같다. 





소렌토항구

다시 소렌토로 돌아와 소렌토 항구로 향했다. 다음 일정은 카프리섬이었는데, 축구선수 박지성 님의 신혼여행지며 많은 부호들이 여름에 휴양지로 많이 찾는 섬이라고 한다. 이 섬 같은 경우는 겨울에는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고 여름 딱 한철에만 장사를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먹고살만하기 때문에 구태여 겨울까지 나와서 일하지 않는다고. 너무 부러워서 들어 누울 뻔했다. 소렌토 항구는 밑에서 올려다보면 절벽 아래 위치한 듯한 느낌이다. 실제로 마을은 위쪽에 자리 잡고 있고 있어서 항구를 이용하려면 꽤 많이 내려와야 한다.







아우구스토정원
시계탑광장
카프리섬

카프리섬까지는 배를 타고 30분 정도 걸린다. 내가 갔을 때는 아직 겨울에 속하는 달이라서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고 있었다. 섬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크다. 적어도 하루 정도는 꼬박 있어야 될 정도로. 하지만 우리에게는 많은 시간이 없었기에 카프리섬에서 가장 유명한 몇몇 곳만 보고 돌아와야 했다. 섬은 유럽의 축소판 같은 곳이다. 지중해 느낌도 나고 유적지 느낌도 나고 골목골목 건물들을 보면 유럽의 흔한 거리 느낌도 나고.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곳이었다. 자유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여기서 1박을 해도 좋고 아니라면 아침에 들어가서 저녁에 나오는 것을 추천한다. 어렵게 간만큼 충분히 카프리섬의 진면목을 느끼고 오면 좋겠다.






나폴리항구

섬에서 나올 때는 소렌토로 나오지 않고 나폴리 항구로 나왔다. 세계 3대 항구라는 나폴리 항군데 사실 난 잘 모르겠다. 여수 같기도, 부산 같기도, 통영 같기도 한. 물론 건물의 모습은 많이 달랐는데 그게 아니었다면 같은 곳이라고 생각할 수도. 나폴리 항구가 기대 이하라는 건 아니고 그만큼 우리나라 항구들도 아름답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항구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면 분명 세계 4대, 5대 항구라고 불리었을 것이다.


해 질 녘 나폴리 항구의 모습은 아름다웠고 이 모습을 뒤로한 채 우리는 빠르게 숙소까지 이동해야 했다. 숙소는 로마 시내 들어가기 전에 있는 곳을 이용했었다. 일정에 소렌토 포지타노가 있었기에 로마 시내에 숙소를 잡으면 시간이 비효율적이라고 이렇게 잡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유럽의 호텔들의 대한 후기가 너무 별로 여서 딱히 기대를 하고 가진 않았는데 일정에 있었던 호텔들이 대부분 괜찮았던 것 같다. 한 곳 빼고. 뽀삐? 이런 이름이었는데 정말 그 옛날 여관방 같은 곳으로 싫었다. 별로도 아니고 싫었다. 근데 그곳 빼고는 대체적으로 방도 널찍하고 다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혼자서 편하게 쓸 수 있어서 다시 한번 취소한 룸 조인을 할 뻔했던 분에게 감사했다. 강행군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잘 모르는 사람이랑 어색하고 뻘쭘하게 씻고 자고 했으면 더 피곤했을 텐데 혼자서 맘껏 쉬고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 그리고 유럽 호텔 대부분의 슬리퍼가 없다. 우리나라는 실내에서 신발을 신지 않아 대부분 호텔의 슬리퍼가 마련되어 있지만 유럽 같은 경우는 실내에서도 신발을 신는 문화라 호텔에 슬리퍼가 없다. 그러니 꼭 슬리퍼 하나 챙겨 가길 바란다. 아무 생각 없이 갔다가 그냥 맨날로 돌아다녔다. 맨날로 다니는 게 불편하진 않지만 약간의 찝찝함이 있어 그런 거 싫어하는 사람들은 챙겨가는 게 좋다.





흔한 아침의 해 뜨는 풍경, 해 지는 풍경



콜로세움(로마)

드디어 익숙한 곳에 왔다. 교과서에서도 보고 영화로도 보고 그냥 많이 봤던 콜로세움. 나는 콜로세움 내부 관광은 따로 하지 않았고 밖을 둘러보는 걸로 만족했다. 콜로세움 다음 일정은 선택관광이었는데 나는 선택을 하지 않고 걸어가는 걸 택했었다. 유럽까지 왔는데 유럽 거리를 걸어 보지 않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선택하지 않았는데 선택하지 않은 게 나밖에 없을 줄은 몰랐다.. 하하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당황한 티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쓱 빠졌다. 


유럽 패키지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부터 같이 가서 전체 일정을 같이 하는 가이드 분이 있고 유럽에 가서는 지역별로 현지 한국인 가이드 분이 나와서 가이드를 해준다. 그래서 나는 한국에서부터 같이 간 가이드 분과 일대일로 유럽 거리를 걷게 되었다. 거리마다 일대일로 설명해주는데 약간 수학여행 온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면 나 하나 때문에 걷고 계신 건데도 싫은 내색 한 번도 없이 같이 말동무해 주시고 설명도 열심히 해주시고 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며 사진도 열심히 찍어 주셨다. 뜻밖의 일대일 투어 경험. 





포로로마노

걸어서 처음 도착한 곳은 포로로마노다. 고대 유럽인들의 정치 이야기를 들으며 정치인들은 예나 지금이나, 서양이나 동양이나 다 똑같구나를 생각했다. 그래. 그 나물에 그 밥이지, 와 같은 막장 생각을 하면서 열심히 설명을 들었었다. 유럽 거리를 걸으니 이제야 내가 좀 유럽에 와 있구나 실감하게 되었다.


전날 일정은 버킷리스트에 있을 만큼 원했던 일정이었지만 뭔가 유럽에 왔다! 이런 느낌이 사실 많이 들지 않았는데 로마 콜로세움 입성하고 이렇게 거리를 걸으니 아, 내가 유럽에 있구나!!! 유럽이라니!!! 이런 느낌이 서서히 들었던 것 같다. 


처음 혼자서 여행을 계획했을 때는 패키지와 배낭여행 중 많이 고민했었다. 하지만 처음 가보는 유럽에 혼자서 배낭여행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 같았고(사실 이제 그럴 열정이 많이 부족한 게 팩트다. 자본주의의 노예로서) 혼자서 전체 일정을 짜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패키지여행을 선택했던 건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패키지 속에 자유여행을 하는 기분이랄까??






유럽의 흔한 시청






트레비분수

트레비 분수는 여름에 오면 땅이 안 보인다고 한다. 나는 이날도 사람이 많다고 느꼈는데 여름에 갔다 온 친구한테 사진을 보여 줬더니 넌 정말 행운이라며. 여름 성수기 때 가면 지금 사진 속 인구에 곱하기 15라고 한다. 15 무엇???? 듣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나는데 그 사람들을 헤치고 사진 찍은 친구를 리스펙 해줬다. 여기서 가이드님이 한 시간 자유시간을 줘서 거리 구경을 맘껏 했었다. 유명하다는 젤라또도 하나 사먹고(젤라또는 초코보다 망고가 더 맛있었다) 눈 돌아가는 상점 가서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하나만 사고(안 사진 않는다) 러쉬가서 점원한테 영업 당해 이것저것 사고 길거리 상점에서 스노볼 같은 것도 샀다. 소비 요정 강림해서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다. 역시 돈 쓸 때가 가장 행복한 것 같다. 


사실 나는 대표적인 욜로족이다. 딱히 욜로로 살아야지! 해서 이렇게 사는 건 아니고 첫 번째 회사 다니면서 이런저런 걸 많이 느끼고 생각하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언젠간 내가 내 첫 회사 입사 스토리부터 퇴사 스토리까지 올릴 것이다. 아주 파란만장한 그 시간들을. 그때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렇게 살다가 내가 내일 죽으면 만족하면서 죽을 수 있을까? 억울할까? 잘 산 인생이라며 만족할까? 그때는 진짜 억울할 것 같았다. 지금 이렇게 죽으면 평생 한이 되어 구천을 떠돌 것 만 같았다. 여기서 다 이야기할 순 없지만 그때는 생각이 아주 많았다가 아예 없었다가 그런 시간들을 왔다 갔다 했었다. 


그러다가 미래의 나를 위해서 오늘의 나를 희생하는 건 의미가 있을까? 란 생각에 도달했다. 물론 노년을 위해 꾸준히 저축하고 알뜰하게 사는 건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미래 계획을 잘 세우는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게 현재의 나를 구속하고 불행하게 만든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당장 내가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데 10년, 20년을 위해 오늘을, 현재를 희생하듯 살아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흥청망청 살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너무 억누르며 살 필욘 없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오늘이 불행하면 내일의 시작도 기분이 안 좋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이 아닐까?라는. 그리고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고 이젠 나도 마냥 어리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그 나이 속에서 오늘의 내가 제일 젊고 예쁠 텐데 라는 생각을 하니 현재를 살아가는데 가장 행복한 나만의 방법으로 살고 싶어 졌었다. 그래서 다 내려놓고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비록 나는 남들보다 저축도 많이 못했고 안정적인 직장을 갖고 있진 못하지만 지금의 내 인생에 만족하고 즐겁게 살고 있다. 


누군가가 보기엔 내가 한심하고 철없어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지금의 나에게 만족한다. 이게 내 모습이다. 남들 눈에 그렇게 보이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게 아닌 지금 이 모습이 내 진짜 모습에 가깝다는 걸 이젠 인정하고 즐기기로 했다. 100세 시대라는데 돈 좀 늦게 모으면 어떨까? 그냥 일 좀 더 하면 되는 거지. 친구들 다 결혼하는데 난 안 하면 어떤가? 결혼 안 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그들과 또 즐겁게 놀면 되지. 결혼을 해도 다 애기 한 두 명 있는데 나는 딩크족이면 어떤가? 내가 그로 행복하고 만족하면 됐지. 


남들 눈 신경 쓰지 말고, 남들한테 신경 쓰지 말고. 남들한테 신경 쓰는 거 스스로에게 투자해 보면 훨씬 생산적일 것이다. 






트레비분수거리

한 시간이 아주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이드님과 다시 만나 다음 장소까지 부지런히 걸어갔다. 이날 날씨가 진짜 너무 좋아서 걷는 거 자체가 힐링인 날이었다. 참고로 유럽 여행하는 동안 비가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비가 오면 이동 중이거나 내부 관광을 할 때만 비가 왔었다. 신이 축복을 내렸다 할 만큼 날씨 운이 진짜 좋았다.





테레베강

유럽의 한강 같은 곳이다. 로마 거리를 걷다 보면 계속 마주치는 강이다. 한국의 한강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었다. 한국의 한강은 한강 양 옆으로 조깅, 자전거 길, 잔디밭, 광장 등등 너무 즐길 수 있게 돼어 있는데 여기는 그렇게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걸을 수 있는 길이 있긴 있는 거 같은데 한국처럼 그게 널찍하지는 않았다. 물론 테레베 강도 엄청 크기 때문에 다른 곳은 이곳과는 또 다른 모습일지도 모른다.






흔한 로마 거리 건물





바티칸시티
바티칸박물관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 바티칸 시티다. 우리는 미리 패스권을 예약해서 기다림 없이 바로 입장할 수 있었다. 이날도 줄이 엄청 길었는데 여름에 오면 기본 2~3시간 기다리는 건 기본이라고 한다. 그렇게까지 해서 이 곳을 봐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유럽의 역사와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한 가치가 있을 것도 같다고 생각했다. 이곳에는 천지창조 진짜 그림이 있어 많은 예술가,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림을 보존하기 위해 안에서는 일체 카메라를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밖에 작은 모형 그림을 만들어 놓고 가이드들은 들어가기 전에 이 그림을 보면서 설명을 해준다. 확실히 실제 그림을 볼 거라는 생각으로 설명을 들으니 기억에 오래 남고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어느 정도냐면 난 아직도 미켈란젤로가 본인의 흔적을 그림에 어떻게 남겼는지 기억하고 있다. 그림을 보면 바로 찾아낼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그림의 구도, 의미 같은 것들이 아직 생각나는 거 보면 확실히 효과가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옛말에도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는 건가 보다. 확실히 중, 고등학생의 아이가 있다면 같이 오면 세계사 공부도 되고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등학교 고학년만 돼도 괜찮을 것 같다.





두오모대성당
오르비에토

여행의 3분의 2 일정이 이탈리아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곳 중에 한 곳이다. 천공의 성이라는 마을인데 정말 이 마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아직까지 기억이 날 정도다. 또한 거리 자체가 중세시대 거리 느낌이다. 뭔가 영화 속, 드라마 속 한 장면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거대한 세트장을 구경하는 기분도 든다. 이곳은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어 버스도 다른 곳보다 약간 느린 곳이다. 음. 하지만 난 오히려 그런 게 여유가 있어 좋았던 거 같다. 나도 한국인인 만큼 빨리빨리 문화의 선두주자지만 가끔은 이런 여유가 부러울 때가 있다. 우리가 그렇게 빨리빨리에 젖어 있는 만큼 우리 스스로를 옥죄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그렇기에 우리가 그 수많은 침략과 전쟁을 겪고도 이 만큼 성장할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 마음이 참 그렇다. 이런 걸 보면 이런 게 부럽고, 이런 걸 보면 이런 게 부럽고. 만족할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이 끊임없이 발전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렇기에 언젠가 우리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죽이게 될 거라고도 생각한다. 이번 코로나만 해도 그렇다. 인간의 끝없는 이기심에 결국엔 이런 바이러스까지 생겨난 거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참 재밌는 존재인 거 같다. 스스로를 죽이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는 살려내기 위해 한 없이 애쓰는 것도 인간이다. 











시뇨리아광장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
넵튠의분수, 베키오궁전
베키오다리

거리에서 말이 막 돌아다니는 곳. 여러 나라 사람들이 같은 걸 보고 감탄하는 중. 날씨가 좋아 사실 어딜 가든 다 좋았던 거 같다. 이때가 2월 말, 3월 초였는데 비수기이기도 하지만 코로나가 시작되는 시점이어서 사람들이 정말 많이 없기도 했다. 유럽은 아직 코로나가 퍼지기 전이었고 퍼지는 걸 기 위해서 국경 폐쇄를 논의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때만 해도 이렇게 마스크 없이 자유롭게 다녔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우리의 일상이 이렇게 크게 바뀌게 될 줄 몰랐다. 갈 때 고민이 많았는데 유럽은 아직 안전할 때라 마스크 장갑 등등 준비해서 갔었었다. 그리고 돌아와서 스스로 한 달 가까이 자가 격리를 했는데 와, 이게 사람이 그냥 집에 있는 거랑 가쳐 있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확진자가 다시 퍼지고 있는 요즘 우리 몸은 스스로 지키는 게 정답인 것 같다.





피렌체대성당

유럽 가서 정말 성당 하나는 원 없이 보고 온 것 같다. 이제 웬만한 교회 크기로는 놀랍지도 않다. 앞에 대자가 붙으려면 이 정도 규모는 돼야 대가 붙는 구나만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정확히 한 일주일 지나고부터는 교회는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인간의 적응력이란. 놀라울 따름이다. 









오르비에토







탄식의다리, 두칼레궁전
산마르코광장

드디어 이탈리아 북부로 넘어왔다. 곤돌라로 유명한 베니스다! 갔을 때가 딱 베니스 축제할 때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일찍 끝났다고 한다. 그래도 몇몇 코스프레 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는데 아쉽기만 할 뿐이다. 이제 다시 언제 갈 수 있을지 모르는데 아쉽기도 하고 그랬다. 베니스는 물의 도시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도시가 물 위에서 연결 연결되어 있는 형태라고 한다. 그래서 곤돌라나 수상택시가 하나의 교통수단이 되는 곳이다.


참고로 저 곤돌라 운전하는 아저씨들 연봉이 억대라고 한다. 곤돌라 운전한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이 분들이 퇴근할 때 벤츠 타고 간다는 그분들이다. 





베네치아 곤돌라

곤돌라를 타고 가볍게 한 바퀴 돌았는데 처음에 곤돌라 탈 때 배가 생각보다 너무 많이 흔들려 비명이 난무했었다. 미친 듯이 소리 지르면서 착석. 착석하고 나서는 생각보다 의자가 너무 편해서 내심 놀랐다. 아니 이렇게까지 곤돌라 의자가 편할 일? 나는 그 나룻배 같은 나무 의자의 딱딱함을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역시 사람은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플로리안 카페

희대의 카사노바, 카사노바의 당골 집인 플로리안. 도망치는 와중에도 여기 와서 핫초코를 먹었다고 할 만큼 좋아했었다고 한다. 그래서 나도 한 번 먹어봤다. 카사노바 핫 초코를 먹었는데 살짝 민트향이 나면서 진짜 맛있었다. 근데 맛있어야 되는 가격이다! 하하. 그 정형적인 커피잔 크기에 핫초코 한잔이 대략 2만 원. 맛없으면 문제 있는 가격이다. 


이때 패키지여행에서 알게 된 언니들이 있었는데 언니들은 유심을 사서 끼고 왔고 나는 와이파이 포켓을 대여해 갔다. 근데 여행 3일 만에 그 유심 데이터가 다 닳고 만 거다. 포켓은 인원수 상관없이 사용 가능하니 같이 쓰자고 했는데 언니들이 고맙다며 이 핫초코를 사줬었다. 덕분에 두배로 맛있는 핫초코를 먹을 수 있었다. 비싸긴 하지만 이왕 간 김에 플렉스 한 번 해보자. 맛은 진짜다.






아레나원형극장
줄리엣의집, 에르베광장

베니스에서 2시간 정도 이동해 베로니로 왔다. 줄리엣의 집이 있는 곳. 여기서 헨리가 노래를 멋들어지게 불렀었는데. 거의 이 정도면 비긴 어게인 제6의 멤버 아닌가? 싶다. 나는 줄리엣의 집 2층까지 올라가 보지는 않고 마당만 구경하고 나왔다. 줄리엣 동상이랑 사진 한 번 찍고 나와서 광장을 구경했다. 하지만 광장은 거의 다 접은 상태여서 많이 구경할 건 없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탈리아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지도는 유럽 여행 일정 노선이다. 첫 번째 사진이 전체 노선 그리고 나머지는 도시별 일정 노선이다. 사실 자유 여행으로 갔으면 돌아다니기 힘든 일정이어서 더 만족도가 컸다. 소렌토나 포지타노 같은 경우도 이탈리아 외곽에 있어서 원래 비긴 어게인 전에는 상품에 많이 포함되는 노선이 아니었다고 한다. 역시 이래서 방송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또한 나는 프랑스에서도 프랑스 파리뿐 아니라 남부인 니스와 모나코도 갔었는데 니스에서는 한 달 살기를 하고 싶을 만큼 힐링이 되는 곳이었다. 아쉽지만 글은 여기서 마무리! 다음 편에서 여행기를 마저 이어가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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