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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Nov 19. 2020

퇴사 후 두 번째 여행 #스위스

버킷리스트

앞편에서 말했듯이 스위스 융프라우는 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였다. 우연히 광고 속에 나온 모습을 보면서 내가 기회가 된다면 저긴 꼭 한 번 가봐야겠다, 생각했던 곳이다. 이번 유럽 여행을 계획하면서도 어디를 갈지 많이 고민했다. 동유럽으로 갈지, 서유럽으로 갈지, 아니면 전혀 새로운 곳으로 갈지. 나는 첫 유럽 여행을 런던으로 갔었다.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여름휴가철이어서 무조건 휴가를 써야 되는 상황이었는데 친구랑 얘기하다가 우리 오빠 런던에 있는데 연락해볼까?로 시작되어 영국행 비행기를 타게 되었다. 근데 그때 유럽은 좋긴 했는데 뭔가, 새롭게 와! 이런 기분은 아니었다. 아직 자유의 소중함을 몰랐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아무튼 그래서 유럽을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비긴어게인에서 갔던 일정의 상품과 더불어 스위스 융프라우까지 갖춰진 게 있어서 유럽으로 떠나게 되었다.


스위스는 뉴질랜드와 약간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이다. 내가 스위스를 많이 돌아다닌 게 아니고 인터라켄에서도 융프라우 가기 위해 역 쪽에서만 하루 정도 머물렀던 거라 완벽히 비교할 순 없겠지만 광활한 자연의 아름다움이라는 테마는 비슷하지만 좀 더 다른 느낌이 있었던 것 같다. 물가는 뉴질랜드도 비쌌지만 스위스가 좀 더 비싼 느낌이었다. 근데 또 스위스는 식자재는 물가에 비해 엄청 저렴한 편이었다. 그걸 보면서 든 생각이 아무리 그래도 다 먹고살게는 해주는구나와 같은... 하하하 그렇지. 사람이 아무리 그래도 먹고살아야지 암.



스위스 흔한 풍경

버스를 타고 가면 창밖으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저 눈 덮인 산을 보는 순간 아, 내가 스위스에 왔구나! 를 실감했던 것 같다. 스위스에서 패러글라이딩 하는 게 새로운 버킷리스트인데 언젠간 다시 갈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세 번째 퇴사에 맞춰 이 모든 게 안정되기만을 빌고 또 빌어 본다.





회에마테공원

인터라켄에 흔한 잔디밭 풍경이다. 진짜 여기 잔디밭 크기가 크다. 초록 초록한 잔디밭 위에 눈사람이 있으니깐 그게 또 언밸런스하면서 재밌었던 것 같다. 사실 볼거나 구경할 건 별로 없는데 그냥 스위스에 있다는 사실이 좋았던 거 같다. 내가 스위스에 있다니! 이런 기분이랄까??


여행을 가면 그냥 아무것도 안 해도 좋은 것 같다. 내가 이 낯선 땅에 와서 새로운 걸 경험한다는 느낌은 어느 정도의 역경과 고난을 상쇄시켜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여행이라는 게 어떻게 보면 어렵고 또 어떻게 보면 정말 별거 아닌 거 같기도 하다. 사실 여행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서 느끼는 바가 다른 것 같다. 멀리, 최소 한 시간 이상 가야지 여행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을 테고, 집 앞 분위기 좋은 카페만 가도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실 거창하게 여행 가야지!! 이런 게 아니라, 오늘은 새로운 곳에 가볼까? 이렇게 시작을 해도 여행의 90%는 시작됐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예전에는 여행을 갈 때 정말 계획이란 걸 1도 안 하고 갔다. 친구랑 어디 갈지 지역만 정해 놓고 가는 수준이었다면 말 다 한 거 아닌가. 스마트폰이 생긴 뒤로는 더욱 그런 것 같았다. 어렸을 때는 딱히 친구들끼리 여행을 간다라는 개념이 없어서 그랬던 걸 수도 있지만 대학 이후부터 스마트폰이 나온 후부터는 여행을 갈 때 진짜 아무것도 정해놓지 않고 갔던 거 같다. 비행기 타고 가는 곳이라면 가는 날 공항에서 기다리며 여행지를 찾아봤던 거 같다. 그래서 여기에 가고 싶어서 이 곳을 가야지! 이게 아니라 여기 가서 어디 갈지 생각해 봐야지가 됐던 것 같다.


하지만 요즘에는 인스타나 기타 어플들을 사용하면서 흐름이 바뀐 것 같다. 지역을 정하는 게 아니라 이제는 인스타나 인터넷에서 특정 장소 사진을 보고 여기에 가고 싶다! 고로 이 지역에 가고 싶다가 되는 것 같다. 자연스럽게 계획도 짜게 됐다. 어플 중에 특히 엄청 좋아하는 여행 계획 짜는 어플이 있는데 그 어플을 사용한 뒤로는 어디 갈 때 항상 노선 및 일정 계획을 해서 여행을 시작했던 것 같다. 인터넷이 발달되고 IT가 발달될수록 알게 모르게 아주 사소한 패턴도 바뀌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 같은 사람들이나 아니어도, 비슷하게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라켄 거리

광장 공원에서 시내 쪽으로 걸어가면 길거리 풍경이 이렇게 펼쳐진다. 내가 있었던 인터라켄 동네는 화려하거나 볼게 엄청 많은 곳은 아니었다. 역이 많이 있었고 약간의 쇼핑할 거리와 공원, 광장이 대부분이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나는 너무 만족스러웠고 좋았었다.





인터라켄 서역

융프라우로 가기 위해 산악 열차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이때 너무 설레어서 기다리는 시간도 마냥 좋았었다. 융프라우까지는 기차를 타고 한 번에 갈 수가 없다. 총 2번 정도 환승을 했고 구간마다 갈 수 있는 기차가 달라서 바꿔 타야 했다. 가면서 진짜 해발 1000m에 호텔이 지어져 있고 거기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을 보니 인생은 저렇게 즐기는 거구 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곳이 바로 버킷리스트 일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도. 정말 끝없이 펼쳐진 곳으로 스키를 타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내가 다 대리만족이 됐었던 것 같다. 참고로 나는 스키, 보드 아무것도 못 탄다. 썰매 정도..? 하하 보드 타려고 3년 정도 배웠는데 안돼서 때려치웠다. 내 길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사실 나는 첫 번째에 포기했는데 항상 같이 가는 사람이 포기를 못해서 계속했었는데 3년째에는 같이 포기하게 되었다. 하하하하 진작 포기했으면 서로가 편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나를 위해 최선을 다해 가르쳐줬기 때문에 속으로만 생각했다.





융프라우 가는 길

융프라우 가는 날이 진짜 날씨가 너무 좋았다. 10년 경력 가이드님도 이렇게 날씨 좋은 건 진짜 다섯 손가락에 꼽힌다며. 역시 축복받은 여행객들이었다. 스위스가 춥다고 해서 패딩을 준비해 입었는데 올라가는 길에는 패딩이 무색한 날씨였다. 약간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하지만 꼭대기에서는 필요하다. 모자도 귀마개도. 선글라스도. 다 가져가라. 꼭대기에서 부는 바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니 꼭 다 하고 갔으면 좋겠다. 나는 사전 지식 없이 갔다가 무슨 정신으로 서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약간 반쯤 정신 나간 느낌이었다.





중간 기차 바꿔 타는 역

기차를 바꿔 탈 때는 잠깐 기다리고 이런 거 없다. 거의 바로바로 환승하게 된다. 그래서 여기서 어물쩡 거리다가는 기차 못 탈 수 있으니 욕심부리지 말고 적당히 사진 찍고 재빠르게 기차에 탑승하도록 하자. 그리고 올라갈 때 약간의 초콜릿을 가져가면 좋다. 아무래도 고산증이 올 수 있어서 달달한 거 가져가면 좋다.


나는 올라갈 때 고산증에 관련해 가이드님이 설명을 해줬을 때 진짜 오만가지 걱정을 했었다. 내가 진짜 버킷리스트라고 하면서 온 곳인데 고산증 때문에 제대로 못 보고 못 즐기면 어떡하지. 그러면 안되는데. 대략 이런 걱정을 하면서 갔는데 올라가서 누구보다 멀쩡하게 다녔다. 단 한 번의 어지럼 증상 없이. 다들 머리 아프다고 속 울렁거린다고 하는데 나는 멀쩡. 현지인인 줄. 아무튼 초콜릿은 유용하니 챙겨가자. 나는 미리 밑에 있는 마트에서 초콜릿 과자? 같은 걸 세일해서 엄청 사갔었다. 올라가서 샀다기보다는 그냥 먹고 싶어서 샀다고 의심받을 정도로. 그리고 그거 같이 간 꼬맹이들한테 절반 가량 주게 되었다. 생각보다 난 멀쩡해서 별로 필요가 없었다. 그냥 간식거리 정도. 근데 같이 간 초등학생들은 속 울렁거리고 힘들어 보여서 가지고 있던 초콜릿을 나눠줬었다. 부모님이 괜찮다고 많이 먹었다고 했지만, 더 먹으라고 줬었다.(떠 넘긴 거 아님. 어디까지나 선의의 마음임)





Eismeer 중간 전망대

그리고 중간에 이렇게 전망대에서 10분 정도 기차가 정차했다 간다. 그럼 창문으로 풍경을 보고 오면 되는데 높은 곳이란 게 딱 느껴질 때가 살짝만 뛰었을 뿐인데 머리가 띵했을 때다. 하지만 여기서 풍경 볼 때가 가장 평화로웠다. 그리고 가는 기차가 거의 통유리로 되어 있어서 풍경 보면서 가기 좋다. 비현실 같은 풍경을 보면서 내가 융프라우에 가고 있다는 사실을 맘껏 만끽하면서 갔던 거 같다.





요흐 전망대

전망대에서 사진이 매우 평화로워 보이지만 정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밑에서는 왜 모자랑 선글라스 등등을 준비해 가라고 하는지 알 수 없었는데 여기서 알게 되었다. 이 순간을 위해서 준비하라고 한 거였구나. 사실 그래서 전망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멋있구나를 느낀 건 사진을 보고 나서다. 사진으로 보니 내가 이런 곳에 있었구나를 알 수 있었다.





융프라우까지는 2~3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기차를 계속 갈아타는 것도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되고 속력이 미친 듯이 빠르지 못하다. 빠르게 가다 산 무너지면 어떡하나. 적당한 속도로 갈아타면서 가니깐 충분한 여유를 즐기면서 갈 수 있다. 그래서 아침에 출발해서 전망대 구경하고 내려오면 해가 다 저물어 있다. 융프라우 갈 때는 온전히 하루를 다 비우고 갔다 와야 한다.





패키지여행이었지만 함께 여행에서 만난 언니들이 잘 챙겨줘서 사진도 많이 남기고 즐겁게 다닐 수 있었던 것 같다. 혼자서 외로울 틈이 별로 없었다. 언니들, 가이드님이 잘 챙겨주고 같이 여행했던 가족분들도 살갑게 대해주셔서 감사했다. 사실 패키지여행은 무엇보다 중요한 게 함께 다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시간을 어기기 시작하면 그다음엔 나도!라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고, 지나치게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사람이 있다면 어딜 가나 투덜투덜하는 소리를 들어야 할 수도 있다. 적지 않은 돈 투자해서 온 여행이 그 순간 와장창 깨지게 되는 것 같다.


패키지 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갈 때마다 늘 좋은 사람들과 좋은 여행을 했던 것 같다. 나는 패키지 가서 시간 약속을 어기는 팀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장소를 착각하거나 실수해서 늦는 일이 한 번은 있을 법도 한데, 그런 경험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기에 나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고 더 신경 쓰게 됐던 것 같다. 사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다니는 여행은 첫 번째도, 두 번째도 배려와 양보다. 그게 어그러지는 순간 그 여행 자체가 떠올리면 열 받는 여행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유럽 여행은 다들 시간 약속을 얼마나 잘 지켰냐면, 우리가 스위스에서 파리로 가기 위해 2시간 정도 걸리는 바젤 역으로 이동해야 했다. 기차 시간이 8시면 그전에 도착하기 위해 출발 시간을 새벽 5시 30분 정도로 잡았다. 근데 진짜 단 한 명도 이 시간을 어겨 나온 사람이 없었다. 심지어는 밀라노에서 스위스로 올 때는 시간 약속을 다 너무 잘 지켜 스위스에 1시간이나 일찍 도착해 뜻밖의 자유시간도 얻게 되었다. 다들 시간 요정들인 줄 알았다. 현지 가이드님한테 폭풍 칭찬은 덤이었다.




그리고 전망대에 가면 반가운 걸 볼 수 있다. 바로 신라면이다. 컵라면으로 파는데 가격은 어마 무시하다. 신라면 작은 사이즈 컵라면이 나무젓가락 포함해서 만원이다. 심지어 환율 따지면 만원 넘는 듯. 젓가락 미리 하나 챙겨 올 걸 이란 생각이 아주 잠깐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그곳에서 신라면을 거부하기란 정말 쉽지 않다. 12시간 떨어진 타국 해발 3000미터 이상 되는 곳에서 먹는 신라면이라니. 포기할 수 없는 조건이다. 내가 이러려고 돈 버는구나 생각하며 먹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실업자, 백수였네..^^!! 그래도 어쨌든 돈 벌고 간 건 맞으니깐.. 하하 사실 한국에선 신라면 거들떠도 안 보는데 꼭 이렇게 먹으면 맛있더라.




전망대에서 갑자기 눈보라 같은 게 쳐서 앞이 보이지 않는 순간이 있었다. 근데 그 순간이 하필 내가 나간 시간이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모자는 필수다.




이건 화장실이 너무 좋고 문화충격이어서 찍어 봤다. 스위스 가다가 중간에 휴게실을 들렀는데 스위스 휴게실 화장실의 모습이다. 세면대가 화장실 칸마다 각각 있다. 물론  밖에 우리가 알고 있는 거울 있고 큰 공용 세면대도 있다. 진짜 스위스는 화장실도 다르다며 감탄하면서 찍어 왔던 기억이다.




얼음궁전

전망대에 얼음궁전이라고 얼금 전시회를 하는데 이건 시기가 묘하게 안 맞으면 못 볼 수도 있다. 주기적으로 얼음 조각 모양을 바꾸는데 이 바꾸는 시기에 오면 못 보고 가는 거다. 우리도 못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가이드님이 그랬는데 그런 일 없이 얼음궁전까지 모두 보고 올 수 있었다.


사실 스위스는 도시 여행을 했다기보다는 이 융프라우에 가기 위해 거쳐가는 지점이어서 많이 보거나 경험하는 일정은 없었지만 오히려 난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다. 뭔가 짧게 보고 가면 아쉬움만 더 크고 오히려 그게 불만족스러운 경험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차라리 그런 거 없이 이렇게 딱 보고 올 것만 보고 오니깐 오히려 더 좋았던 것 같다.


3국 중 2국이 끝나 버렸다. 나머지는 프랑스 파린데, 파리도 거의 인생 여행지급이었다. 그건 다음 파리 여행기에서 이어 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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