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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jin Nov 19. 2020

교육 그 시작점에 대하여

너는 뭐가 되고 싶어?

나는 직업상담사라는 직업을 갖기 전에 사교육 시장에서 일했었다. 가장 어린 고객은 7살 유치원생이었고 나이 많은 고객은 성인 고객까지 모두 있었다. 일하면서 입시 상담, 진로, 코칭, 학습 그 나이 때 아이들에게 해야 하는 상담은 대부분 다 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담하면서 가장 힘든 케이스는 부모님과 아이의 니즈가 다를 때고 대부분 그렇다.(대부분 힘들다는 소리) 부모님들의 니즈는 한 가지다. 성적 올리는 것. 그렇다면 아이들은? 천차만별이다. 부모님 성화에 마지못해 나와 앉아 있는 경우부터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아이들, 일단 하긴 한다는 아이들, 잘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 자기가 잘난 줄 아는 아이들 등등 너무나도 다양한 아이들이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나와 함께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중에 정말 본인의 의지대로, 본인이 원하는 게 정확히 무언인지 인지하고 이야기를 하는 아이들은 10명 중 2명 있을까 말 까다.


가끔은, 사실 대부분 자괴감이 든다. 내가 이 아이들한테 뭐라고 하는 건지. 힘들어하는 게 뻔히 보이는데, 누가 봐도 운동장에 나가서 뛰어놀아야 될 아이들을 붙잡고 앉아 나는 지금 뭘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매번 매 순간 든다. 그럼에도 나는 돈을 받았으닌깐 해야 한다. 거기에서 오는 모순이 생각보다 힘들었던 것 같다. 또 한참 일했을 때가 교육 과정이 바뀌는 시점이어서 늘 매번 준비하고 확인해야 했다. 요즘 중학교 1학년들은 진로 적성 찾기다 뭐다 해서 시험도 없애고 현장 학습 위주로 교육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취지는 좋고 꼭 필요한 것도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그렇듯 문제는 속 빈 강정이라는 거다. 학교에서 시험 안 보고 진로 찾기 한다 뭐 한다 하면 뭐하나. 집에서 100만 원, 200만 원 학원 과외 풀로 돌리는데. 사교육 시장을 죽인다? 어림없는 소리다. 우리나라 자사고, 민사고, 사립고, 대학 서열 순위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그럴 일은 절때 없다.


나는 정말 묻고 싶은 게, 이렇게 교육 만드는 장관, 공무원들 자식들은 교육을 어떻게 시킬지 궁금하다. 아, 유학 보내려나? 대체 어떤 탁상공론을 하면 이런 결과물을 매번 내놓는지 의문이다. 거기에 피해자는 늘 아이들이다. 정권 바뀔 때마다 바뀌는 교육과정에 죽어 나는 건 그 공부를 실제로 하고 그걸로 대학에 가야 되는 아이들이란 말이다. 아무튼 일 하면서 늘 딜레마에 빠져 있었다. 또 그때 한창 코칭 열풍이 불어 코칭기법을 사용하라고 회사에서 엄청 강요했었는데 코칭은 지시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가르치는 게 아니라 스스로 깨닫게 하는 건데 나도 그런 교육을 못 받아서 참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서 늘 반성하고 되풀이했던 것 같다. 어쨌든 오는 아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좋은 대학을 가는 거다. 좋은 대학을 가서 취업을 하고 성공하는 게 인생의 큰 루트로 생각하고 있다.


그럼 사실 중3에서 고등학생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정하는 거다. 벌써 10년 된 이야기지만 나 같은 경우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고3 때 엄청 반항심이 컸다. 계속 책상 앞에만 앉쳐 놓고 책만 보게 하더니 이제 와서 뭐 하고 싶은지 생각하라고? 뭐 대충 이런 반항심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혼란스러워서 그랬던 것 같다. 당장 내가 뭘 하고 싶은지는 모르겠고, 대학은 가야 되고 총체적 난국이 있다면 이런 걸까?라는 생각에 그냥 무작정 반항을 했던 것 같다. 반항을 할 때 공부도 같이 안 했다. 이게 참.. 하하 후회까진 아니지만 그러지 말 걸이란 생각은 원서 쓸 때 들었다.(이게 후횐가?) 1년에 고민 끝에 그래도 이게 다른 것 보다 관심 있다 하는 곳은 성적이 안돼서 지원할 수 없었다. 뭐, 지원은 할 수 있겠지만 당연히 떨어질 테니.. 괜히 돈 낭비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안 썼다. 못쓴 게 맞겠지만. 아무튼 그러고 나서 진짜 1도 관심 없는 과에 들어가게 됐는데 당연히 흥미도 없고 학과 생활도 재미없었다. 그래서 늘 학교 집의 루트를 돌며 자발적 아웃사이더가 되었다. 덕분에 대학 생활은 누구보다 신나게 했다.  


적어도 내가 교육 관련된 일을 할 때는 아이들이 본인이 뭐를 하고 싶은지 분명하게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엄마 아빠가 정해 준 게 아니라 진짜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하지만 회사에서는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맞춰주기엔 부모님이 싫어하고, 부모님에게 맞춰주기엔 아이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꿈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늘 내 이야기를 하면서 공부라도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했지만 그 당시에 듣기에는 그냥 똑같은 잔소리로 들렸을지도 모르겠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청소년이 있다면 이도 저도 하고 싶은 게 없다면 우선 공부라도 열심히 하라고 전해주고 싶다. 너를 괴롭히려고 하는 소리도, 그냥 하는 잔소리도 아닌 정말 네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하는 소리다. 그 언젠가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겼을 때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발목 잡히지 않고 원하는 걸 하길 바란다. 진심으로.


아무튼 내나 3년 동안 일하면서 느낀 건 그거였다. 코칭이 이론상으론 정말 좋고 필요하다. 정말 내 진정한 능력을 이끌어내 줄 누군가만 있다면. 나는 스스로가 그 역할을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해 포기했지만 분명 좋은 선생님들은 많이 있으니 꼭 찾길 바란다. 그리고 교육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부모님은 공부 잘하는 애를 좋아한다. 내가 아직 애가 없어서 그 마음을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지만 무엇보다 좋은 것 같았다. 재작년 스카이캐슬은 정말 현실판 거의 실사 수준이었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다 공부를 뛰어나게 잘할 필욘 없다고 생각한다. 난 아이들이 진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공부 대신 올인할 게 있다면 그걸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도 어른이 되어 가고 있지만 전교 1등이 반드시 행복하지는 않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불행할 수 있다. 우선은 먼저 스스로를 아껴주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본인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누군가는 꿈같은 소리라고 할지도 모른다. 나는 모든 사람이 각자의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 1등은 다른 누군가가 있어야 가능한 거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근데 요즘 부모님들은 마치 내 아이가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가는 거처럼 키우는 것 같아 섬뜩할 때가 있다. 교육이란 게 공부 교육도 중요하지만 정말 다방면에서 교육을 잘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부모가 정해준 대로 한 아이는 끝까지 부모가 정해주길 바란다. 하지 마 부모는 아이가 대학만 가면 본인의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해 적당히 놔버리고 만다. 그럼 그때부터 그 아이는 대 혼란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생각하자. 내 아이란 걸. 또 생각하자. 내가 내 아이의 인생을 대신 살아 주지 않는다는 걸. 그리고 잊지 말자. 내 아이를 부모가 없어도 잘 살아갈 수 있도록 그렇게 키우는 거란 걸.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 다는 걸. 모든 부모가 이 기본이 되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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