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명절 연휴를 편안하게 보내는 방법
연휴는 끝이 있지만 안식은 끝이 없다. 추석 명절을 맞이한 우리들은 또 어디론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쉼을 위해 한동안 조였던 삶의 고삐를 풀기 위해서. 하지만 모든 걸 내려놓는 휴식의 속에서도 꼭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말'이다. 어디선가 날아온 말 한마디는 당신의 휴식을 끔찍한 악몽으로 혹은 평안한 안식의 세계로 데려갈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명절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오래간만에 마주한 가족이 건넨 말들에 자꾸 가슴에 흠집이 날 때, 증상은 더욱 심해진다. "옆집 누구는 어디에 취직해서 명절 상여금을 몇백만 원을 받았다더라.", "결혼은 도대체 언제 할래?", "누구는 어디에 합격했다더라", "내 일에 간섭하지 말아요", "친구 엄마는 집도 사줬다는데 우리는 왜 못 해줘요?", "요즘 애들을 달라요"와 같은 말들이다.
사실 이 말들을 피할 방법은 없다. 가족을 바꿀 수 없으며 그렇다고 명절을 아예 피해버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가족과의 단절이 정서에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별 일 아니라고 넘겨 버린다면 당신의 마음속에는 응어리가 쌓여, 언젠가 가족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폭발해 버릴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가족과 당신의 마음, 모두를 지키기 위한 지혜가 필요한 시간이다.
이럴 땐 말, 가족이 한 그 '말'에 초점을 맞췄으면 한다. 가족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평소에 당신에 대해 그런 생각을 했다는 증표다. 그러니 먼저는 말속에 든 생각과 감정을 헤아린 후, 그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의 감정을 한 번 들여볼 필요가 있다. 생판 모르는 남이 아닌 친족 관계의 말이기에 생각보다 마음 깊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인지했다면 가족에게 물어보라. 당신을 보고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그 이면에는 어떤 감정과 의도가 자리하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고 나서 당신의 감정을 전할 필요가 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은 어떤 감정이 드는지 그 말이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말이다. 걱정과 노파심에 한 말이라면 그 속마음에는 당신을 나무랄 의도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해도 계속해서 그런 말을 지나치게 한다면, 그때는 의사를 분명히 하거나 그 자리를 피해도 좋다. 당신의 마음에 좋지 않은 씨가 되어 독처럼 퍼질 수 있으니 말이다.
말은 '씨'가 된다. 좋은 말(긍정적이고 존중을 담아 건네는 말)은 좋은 감정과 생각을 불러일으켜 상대의 기운을 일으키고, 좋지 않은 말(부정적이고 상대를 존중하지 않는 말)은 부정적인 감정과 생각을 일으켜 상대의 마음을 병들게 만든다. 특히 가까운 관계일수록 그 씨가 미치는 영향은 더 커진다. 그리고 더군다나 친족이라면 그 말의 씨가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차라리 연휴에는 섣부른 충고와 판단보다는 함께 자연의 언어를 들으러 떠나자. 산과 바다 그리고 숲과 호수로. 자연은 섣부른 말을 내밷지 않는다. 아무때 아무씨나 뿌리지 않는다. 최적의 계절에 또 다른 생명체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그때를 기다린다. 그래서 자연의 언어는 기다림과 순응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가 아닌가.
우리가 뱉은 말이 그냥 허공으로 사라진다는 가벼운 생각은 하지 말자. 말은 귀를 통해 마음으로 들어가 무언가를 심긴다. 명절에 해서 좋을 말과 하지 않으면 더 좋을 말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신의 말은 생명력을 가진 씨다. 건강한 씨를 뿌릴지 병든 씨를 뿌릴지는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다.
명절이면 많은 이들이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몇몇 말들로 갈등을 일으켜 소중한 휴식을 망치는 경우가 많다. 말 한마디만 정성스레 해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데 말이다. 이번 명절에는 당신의 언어에 존중이라는 씨를 담아보자. 그래서 진심 어린 응원과 위로의 말, 말 그대로 덕담이 넘치는 명절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