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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 Jan 12. 2017

황홀한 얼룩

글로 나아가는 이 

너에게 건네지 못한 편지가 
방 안에 놓은 작은 보석함에서 
나를 껴안고 뒹굴고 있다. 

너에게 주고 싶은 마음도 마찬가지다. 
나의 머릿속에서 
가을을 잊은 낙엽처럼 맴돌고 있는 
철없는 아이가 너를 닮았다. 

정확히 대구를 이루었던 너의 '아'와 
나의 '어'는 철천지 순수했던 추억으로 
오롯이 물들어있다. 

아무도 없는 교실에 앉아, 
네가 사라진 책상위에 가만히 선을 그었다. 
네가 넘어오기만을 기다리면서, 
종이 울리기를 기다렸다. 

나의 모든 동선에는 너를 위한 사이렌이 울리고, 
언제 어디서즌 너를 목격하기 위해서라면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온 시선이 너로 가득찼다. 
아득한 햇살도 오늘만은 널 비추기 위해 
여기에 있다. 

네가 와야하는 시간만 가득하다.

아, 철이 없었던 걸까.
너를 너무 많이 묻혀버렸다.
이 마음에.

-황홀한 얼룩, 글로 나아가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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