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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Mar 23. 2022

금쪽이 시청후기

텔레비전을 전혀 보지않는데, 유일하게 동영상으로 가끔 찾아보는 프로가 <금쪽같은 내 새끼>이다. 최근 연예인 이지현씨 편과 또 내가 관심있어하는 홈스쿨링 편에 대해 내 생각을 정리하고 싶다.



이지현씨에 대한 비난여론이 거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이지현씨가 안타까울 뿐이다. 아이는 엄마 "혼자" 키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과거 대가족제도에서는 아이를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삼촌, 고모, 거기에다 마을어르신들까지 모두가 함께 키웠다. 엄마 이지현에게 아들 양육의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너무 가혹한 처사이다. 조부모님이나 아버지 등의 다른 가까운 어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오은영박사님이든 학교선생님이든 사회가 다같이 도와서 키워야 한다. 나는 그 모든 책임을 이지현씨에게 돌리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리고 아이를 교정할 것이 아니라 엄마가 먼저 치료받아야 할 것 같다. 엄마가 먼저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활기차야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지현씨가 공황장애도 앓고 있다고 하던데, 자기건강부터 챙기면 좋겠다. 나의 남편말이 연예인 걱정은 하는 거 아니라고 하지만, 같은 엄마입장으로 나는 이지현씨가 너무 상처받을까 걱정되었다.


나는 육아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었다. 물론 지금도 육아가 힘들다. 나의 직업적인 일이 차라리 더 편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엄마가 된 이상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은 정말 누구나 다 같을 것이다. 그 어떤 일보다 잘해내고 싶은 게 육아이다. 그리고 그게 정말 잘 안되는 것도 육아이다. 이지현씨가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 사람의 상황에서는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듯한데, 너무 비난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홈스쿨링


나의 첫째는 올해 7세이다. 작년 3월부터 6월까지 넉달 유치원을 다녔고, 7월부터 가정보육했다. 올해는 다른 유치원에 보낼까 고민도 했지만, 7세는 가정보육의 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함께 여행다니고 놀고 싶어 유치원 등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정말 "가정에서만" "보육"중이다.


내가 사는 지역은 나름 학구열이 몹시 강한 지역이다. 근처에 영어유치원도 많고 특별한 교육을 지향하는 놀이학교도 다수이며, 유명한 수학학원 등도 많아서 그 학원을 보내려고 유치원생에게 과외를 시키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이런 지역에서 가정보육을 하는 나를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유치원생이 유치원이나 학원에서 공부를 하는 것만이 교육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유치원생은 자연에서 뛰어놀고, 박물관 등을 견학하고, 하다못해 병원이나 관공서를 가는 것이 더 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들이 할 일은 뛰어놀고, 할 일이 없어 지겨워서 창의적인 놀이를 생각해내고, 엄마와 외출하며 엄마가 하는 걸 보고들으며 스스로 사고를 형성해나가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유치원생에게 지식교육을 많이 시키는 것은 역효과가 더 크다고도 생각한다. 지금은 뇌를 말랑하게 만들고, 앞으로 다양한 지식을 받아들이는 토대를 만들어두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사회성을 위해 보낸다? 사실 사회성이란 것은 5세쯤 이후에나 가능한거니 그 이전 연령대는 사실 핑계이고, 이후 연령대에선 유의미한 부분이다. 나도 유치원에 안 보내서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긴하다. 그래서 솔직한 내 속마음은, 여행을 좋아하는 내가 첫째와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거다. 사실 7세는 여행다니기 너무 좋은 나이이다. 그 좋은 시기를 유치원에 보내는 게 아쉽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는 가정보육을 결정했다. 하지만 여행도 못 다니고 뛰어놀지도 못하고 집안에만 있으니 너무 비교육적인가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다. 하지만 지겨워서 창의적인 놀이를 찾는 일만은 아주 잘하고 있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막연하게 홈스쿨링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다. 금쪽이 영상을 제대로 보진 못했고 후기글들을 통해서 대충 내용을 확인했는데, 사실 나는 그 엄마들처럼 체계적으로 잘할 자신은 없다. 나는 아이들에게 곧잘 감정육아를 하고, 아이들교육보단 내 책 읽는 게 더 중요하다. 사실 아이 교육에 그다지 관심도 없고 체계성은 더더욱 없다. 또 오은영박사님 말씀처럼 "무균실에서 아이를 키워선 안"될 것 같다. 그래서 홈스쿨링을 실현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그런데 후기글들을 보고 적잖게 놀랐다. 홈스쿨링의 장점보다 공교육의 장점이 더 크고, 홈스쿨링의 단점보다 공교육의 단점이 더 적기에 자신은 홈스쿨링보다 공교육을 더 지지한다는 글을 읽었다. 또 학교라는 사회를 아이들이 체험해야 한다는 글도 있었고, 아이들에게 힘든 걸 스스로 극복해내도록 해야한다는 글도 있었다. 물론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할 순 없다.


무슨 근거로 공교육의 장점이 더 크다고 말하는 걸까? 나는 공교육 종사자인데, 안타깝게도 공교육에 종사하면서 학교에 대한 불신이 생겼다. 내가 생각하는 공교육 제도는 가성비가 가장 좋은 교육시스템이다. 나의 이런 생각과 결을 같이 하는 글로, 건축학자 유현준씨의 <공간의 미래>라는 책에 공교육 대안책이 나와있다. 그 글에서 코로나 시대 미래 교육시스템에 대한 제안이 있는데, 나는 그 시스템을 보고 무릎을 쳤다. 개인적으로 너무 좋은 시스템으로 느껴졌다. 이런 제도가 하루빨리 도입되면 좋겠는데, 가성비가 너무 떨어지기에 실현되기 어려울 듯하다.


또한 요즘의 학교폭력은 지금 우리세대가 다녔던 학교 사회와 차원이 다르다. 나는 내 아이가 학교폭력에 노출되었다면, 아이에게 참고 학교를 다니라는 말 따위는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오은영박사님이 말씀하신 "무균실에서 아이를 키워선 안 된다"는 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부모만은 무조건적으로 자녀의 편이 되어줘야 한다"는 말이다. 학교폭력이 만연한 학교를 굳이 사회성을 위해 다녀야한다는 건, 사내폭력이 만연한 직장을 꾸역꾸역 다녀야한다는 말과 같은데, 성인이라도 그 일이 힘들진대 아이들에게 그런 사회를 강요할 순 없다. 내가 말한 상황은 물론 아주 극단적인 상황이긴 하지만, 요즘 학교사회의 메마른 모습이 많이 불편했던 건 사실이다. 그런 사회가 과연 교육적인가? 나는 근무했던 학교에서 여자반에 들어가면 숨이 막혔다. 말 한마디 잘못해서 은따가 되고, 가혹한 뒷담화를 들어야하는 아이들이 너무 안쓰러웠다. 왜 그 아이들이 그런 사회를 계속 체험해야 할까?


나는 부모들이 외주를 준다는 느낌이 든다. 본인들이 홈스쿨링을 잘할 수 없으니까, 그냥 공교육을 믿고싶은거다. 내가 잘 못하는 부분이니까, 더 전문가 선생님들에게 외주를 주는 것이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인 것이다. 내가 영어를 정말 못하는데, 다른 교육은 내가 해도 영어는 영어유치원을 보내든가 꼭 영어과외선생님을 붙이는 것과 같은 이치이겠지. 그래서 공교육을 믿고 싶은 부모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은 똑바로 했음 좋겠다. 공교육이 훌륭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잘 못해서 외주를 줄 뿐이라고. 모르겠다. "그게 무슨 차이냐. 그렇게 해서 굳이 부모가 죄책감을 느껴야하나" 라고 묻는다면 나도 할말은 없다. 다만 외주를 주더라도 관심을 계속 가지라고 말하고 싶은건가. 어쨌든 부모라는 위치는 정말 어렵다.


이지현씨처럼 혼자서 교육하기 어려운 사람들은 최대한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한다. 하지만 학교에 맡겨두면 일단 관심을 덜 가지는 대다수의 부모들은 또 학교를 너무 믿지말았으면 한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는걸까?코로나 백신 3차 접종 후 한달동안 아팠다. 그래서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고, 오랫동안 머리도 멍했다. 그래서 생각정리가 잘 되지 않은 글이다. 그런데 가슴이 답답다. 이지현씨에 대한 비난여론도, 막연하게 홈스쿨링보다 공교육이 더 낫다는 글들도, 뭔가 가슴이 답답했다. 그래서 주절주절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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