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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L Mar 30. 2022

사주 공부 후기

코로나 3차 백신 접종 후 오래 몸이 안 좋아서 계속 쉬었는데, 하릴없이 유튜브를 보다가 사주 관련 유튜브를 보게 되었고, 그 후 내 사주도 궁금해서 전화통화로 사주 보는 걸 해봤다. 내 성격을 설명하는데 너무 잘 맞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원래도 사주에 관심이 있었고 나름 근거있는 통계학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타인의 입을 통해 내 성격이나 운명을 듣는다는 것에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번쯤 공부해보고 싶었던 사주 보는 법 강의를 등록해서 들어봤다.


20만원여의 적지 않은 강의료에 20차시 정도의 강의가 있었는데, 3일만에 그 강의를 다 들었다. 다음 차시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어 아이들 재운 뒤 새벽 두시까지 강의를 들었다. 강의를 들으면서 아주 짧은 지식으로 나의 가족 4인과 친정부모님, 남동생, 언니네 가족, 그리고 요즘 나랑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성인인 우리 이모님을 봤다.


강의 초반에는 사주 보는 법이 너무 쉽게 느껴졌다. 조금의 지식만 있다면 모든 사람의 사주를 다 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강의 중반으로 갈수록 쉽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강의를 다 들은 후에는 남의 사주를 함부로 보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마무리 되었다. 결국 사주 강의를 들은 후 사주를 함부로 보면 안되겠다는 결론을 얻었으니 강의료가 아까운 것인가. 하지만 나는 그 강의를 통해 많은 것을 깨달았다.


일단 사주팔자가 아무 근거가 없다는 사람에게는 이런 글 자체가 의미가 없을테고, 사주팔자가 일정부분 근거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은 유의미한 글일 것 같다. 내가 깨달은 것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사주는 정말 잘 보는 사람에게 봐야한다. 내가 초반 공부를 할 때에는 너무 쉽게 느껴졌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어렵다고 한 것이, 합이나 충 개념이 나오면서부터였다. 그걸 모두 꿰뚫고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는데, 그걸 제대로 다 공부하기가 힘들 것 같다. 그리고 사주팔자만 봐선 안 되고 대운도 똑같이 중요하게 봐야한다. 거기다가 결혼한 사람은 배우자의 사주도 중요하다. 궁합이 잘 맞고 서로 보충이 되면 좋은 것이고 반대면 안 좋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나 자식 또는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과의 궁합에 따라서도 많은 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딱 내 사주만 가지고, 대충 공부한 사람에게 들은 내용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할 것이 못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3일간의 공부 끝에 더는 사주 공부를 하지 않기로 했다. 진짜 제대로 공부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완벽한 사주는 없다는 것이다. 내가 열 명정도의 사주를 봤는데(너무 소수이기는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게 다 좋을 수는 없었다. 또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중요한 것이 다르다. 이게 인생인 것 같다. 모든 게 완벽한 삶은 없다. 그러므로 타인의 삶을 부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내게 주어진 운명에 만족하고 내 운명을 즐겁게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남편은 사주팔자가 좋은데 대운에서 덜 좋고, 나는 사주팔자가 그렇게 좋진 않지만 대운이 좋다. 누군가는 재운이 적지만, 대신 인복이 많다. 또 누군가는 재운, 관운이 많지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등등 어떤 건 좋지만 어떤 건 안 좋은거지, 모든 게 좋을 순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주 공부 전에는 흔히 셀럽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화려한 겉모습을 보면 부러운 마음도 들었는데, 사주 공부 후에는 그 화려한 겉모습에 대해 정말로 부러운 마음이 거의 들지 않는다. 분명히 그 화려함과는 반대의 힘든점이 존재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사주에 일복이 없다고 나오는데, 이모님과 언니에게 말하니 일복 없는 내 인생이 최고라고 했다. 하지만 일복이 없다는 것은 실행력이 떨어지고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거라고 다. 즉 좋아보이는 게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그래서 다른 사람의 삶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내게 주어진 삶의 좋은 점을 생각하면서 즐겁게 지내면 되는 것이다.


셋째, 나는 사주 공부를 통해서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고 머리와 가슴으로 생각하고 노력하지만, 사실 그게 잘 안 될 때가 많았다. 특히 남편이 그랬다. 하지만 사주 공부를 통해 남편이 기본적으로 어떤 사람인지 알고 나니, 그에 대한 이해도가 엄청 높아졌다. '이 사람이 원래 그런 성향이라서 그렇구나, 그래서 그렇게 행동하는 거구나' 하는 걸 이해하게 됐다고 해야하나. 언니에 대해서도, 나의 아빠와 엄마에 대해서도 '그래서 그렇구나, 그래서 내 뜻대로 해선 안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나로서는 개인적으로 참 큰 깨달음이다.



남편에게 사주 공부한 것을 이야기해주니까, 말하지 말라고 했다. 내가 이상하게 보인다고 했다. 남편은 나의 거의 모든 것을 지지해주는 편이라 공부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는데, 자꾸 말하지는 말라고 했다. 남동생에게도 이야기를 하니 왜 그렇게 밸류가 떨어지는 공부를 하느냐고 면박을 준다. 남들 눈치를 안 보는 듯 많이 보는 성격이라 내가 사주 공부한 것을 쉬쉬해야 하나 싶었는데, 사실 오랫동안 공부해보고 싶었던 분야였고 3일간 치열하게(?) 재미있게 공부해서 좋았다. 또 거기에다 내 나름대로는 많은 깨달음이 있어서 무척 의미있던 시간이었다.


내 삶이 완벽하게 좋을 순 없지만 그래도 내 삶을 사랑하는 게 좋다. 아니 그 방법 뿐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삶은 그의 것이므로 내 틀을 가지고 판단하고 맞추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는 바꾸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인정할 존재인 것이다. 앞으로 더 사주공부를 하진 않지만 사주명리학의 기초는 알게 되었고, 또 나름의 깨달음을 얻게 되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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