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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선표 Aug 07. 2020

제프 베조스가 직원들에게 글쓰기를 강요한 3가지 이유

세계 최고의 부자에게 글쓰기가 최고의 전략적 무기인 이유

글쓰기는 당신이 원하는 것을 얻도록 돕는 최고의 전략적 무기다. 당신이 누구든 상관없이.


큰 회사의 CEO든, 평범한 직장인이든,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동네 사장님이든, 야심만만하지만 가난한 예술가이든, 취업 준비생이든 다 상관없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당신이 원하는 것에 훨씬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글쓰기야말로 성공으로 향하는 고속 추월차선이다.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면 전략(Strategy)을 세워야만 한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 분명하고 명확한 목표 제시,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 방안. 이 세 가지는 좋은 전략이 갖춰야만 하는 필수 요소다.


글을 쓰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이 세 가지 요소를 고루 갖춘 최상의 전략을 얻어낼 수 있다. 하버드 MBA 학위나 몸값 비싸기로 유명한 컨설턴트들의 도움은 필요 없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오직 컴퓨터 한 대, 혹은 종이와 펜뿐이다.


  

최고의 리더에게 글쓰기는 최고의 무기다


과거엔 군대를 이끄는 장군들이 최고의 전략가였다. 오늘날엔 세계 최고의 기업을 창업한 창업자들이 최고의 전략가다.

  

세계 최고의 창업자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세상을 설득해 성과를 만들어낸 이들’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자신이 거둔 성과로 세상을 설득하는 이들’이 있다.

  

제프 베조스, 손정의, 마윈은 세상을 설득함으로써 자신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세상의 모든 물건을 파는 온라인 상점(Everything Store)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운 뒤 사람들의 우려와 조롱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쏟아부어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낸 제프 베조스.

  


창업 첫날, 두 명 밖에 안 되는 직원 앞에 서서 “5년 이내에 매출 규모 1000억 원, 10년 이내에 5000억 원 그리고 언젠가는 수십조 원 규모에 수만 명이 일하는 회사를 만들겠다”고 외쳤던 손정의.


‘중국의 야후를 만들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고향 항저우에서 올라와 한겨울에 차디찬 베이징의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면서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녔던 마윈.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목표였지만 이들은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노력으로 세상을 설득했고, 자신의 꿈을 믿어준 사람들의 지원을 받아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이나모리 가즈오 같은 인물들은 자신이 거둔 성과로 세상을 설득한 창업자들이다.


50년 동안 투자로 매년 20%가 넘는 수익률을 거두고(워런 버핏, 1965~2014년·연평균 21.6%), 소프트웨어를 팔아 단박에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인물(빌 게이츠)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기란 힘들다.

  

‘정직하라’, ‘성실하라’와 같은 뻔한 말이더라도 창업 이후 50년 동안 단 한 번도 적자를 보지 않은 경영의 신,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듣는 말이라면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놀라운 성과를 이뤄낸 이들은 자신의 업적을 바탕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의 철학을 전파한다.  

  

세상을 설득해 성과를 이뤄냈든, 자신의 성과로 세상을 설득했든지 간에 이들 탁월한 창업자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상황을 분석하고, 목표를 세우고, 목표를 이뤄나갔다는 점이다. 글쓰기가 최고의 전략적 도구라는 사실을 이들의 삶처럼 잘 보여주는 사례는 없다.  

  


쓰지 않으면 생각할 수 없다


글쓰기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가장 큰 이점은 머릿속을 어지럽게 뛰노는 수많은 생각들을 하나의 명확한 개념으로 정리해 눈에 보이는 활자로 고정시켜준다는 사실이다.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 순간부터 머릿속에 가득하던 온갖 상념들이 하나로 모여들기 시작한다. 이렇게 모여든 생각들이 하나로 깔끔하게 정리되는 순간 문장이 시작된다.


의미 없던 잡념들이 글쓰기라는 필터를 통과해 명확한 생각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애매모호하게 생각해선 어떤 일도 해낼 수 없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제대로 모르는 데 어떤 일을 이뤄낼 수 있겠나. 과녁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면서 화살을 명중시킬 거라 기대할 순 없다.

  

구체적이고 명확하지 않은 생각은 모호한 행동을 부를 뿐이다. 생각이 분명해야 일관되고 단호한 행동이 나온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제프 베조스는 명확한 생각과 일관된 행동을 만들어내는 글쓰기의 힘을 전 세계 그 누구보다도 깊게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다.


글을 통해 아마존이라는 세계 최고 기업의 청사진을 그렸던 인물답게 그는 자신의 직원들에게도 글쓰기를 통해 생각하고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2003년 아마존은 베조스가 만든 새로운 회의 규칙 때문에 들썩였다. 모든 직원들이 이 조치 때문에 골머리를 썩어야 했고, 특히 엔지니어들 사이에선 거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황당하기 짝이 없는 우스꽝스러운 조치”라는 게 당시 거의 대부분의 직원들의 생각이었다.  

  

제프 베조스가 도입한 규칙은 간단했다.  


“앞으로 아마존의 모든 회의에서는 파워포인트를 사용하지 못한다. 엑셀로 그래프와 도표를 만들어 발표하는 것도 금지한다.”

  

회의 시간에 파워포인트 발표 자료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건 한국에서도 이미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정책이다. 직원들이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화려하게 꾸미는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들이는 나머지 막상 회의 안건에 대해서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파워포인트 대신 6페이지 글을 쓰시오


파워포인트 대신 워드프로세서를 활용해 간략한 발표 자료를 만드는 게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베조스가 도입한 조치는 파워포인트 대신 워드프로세서로 발표 자료를 만들라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그가 직원들에게 요구한 건 모든 회의 자료를 ‘내러티브’(Narrative·서술)라고 불리는 장문의 글로 써서 제출하는 것이었다.

  

중요 내용만을 간략하게 요약한 개조식 형태의 보고서를 원한 게 아니다. 산문으로써 완결성을 띈 한 편의 제대로 된 글을 쓰라는 요구였다. 글의 분량은 A4 6페이지였다. 갑자기 회의 때마다 6페이지에 달하는 글을 쓰게 된 직원들 사이에서 난리가 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학교 졸업 이후 글쓰기에서 영영 멀어져 버리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회의에 참석한 아마존 직원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자신이 써온 글을 다른 참가자들에게 전달한 뒤 동료가 써온 글을 읽는 일이다. 쥐 죽은 듯 조용한 회의실에서 모든 참가자들이 읽기를 마친 후에야 회의가 시작된다.


누군가가 앞에 나가 파워포인트 화면을 띄워놓은 채 발표하는 모습은 그 이후 아마존에서 사라졌다.

  

직원들이 새로운 회의 방식에 제대로 적응하기도 전에 베조스는 새로운 사규 한 가지를 더 보탰다.


앞으로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을 기획할 때는 그 제안서를 언론에 배포하는 보도자료 형식으로 써서 제출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신규 서비스가 다 완성돼서 언론에 소개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가정하고 신규 서비스의 기능과 이용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을 글로 정리해야만 했다.


제품이 완성됐을 때 언론과 소비자는 그 제품을 어떻게 바라볼지를 개발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생각하고 제품 출시를 준비하도록 만들기 위해서였다.



세계 최고의 IT 기술을 갖춘 아마존 직원들이 리포트 과제를 작성하는 대학생처럼 글을 쓰느라 끙끙대는 모습은 어색하게만 느껴지지만 이 제도들은 2003년 도입 이후 지금껏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그 효과가 충분히 입증됐다는 말이다.

  

베조스가 아마존의 모든 직원에게 글쓰기를 강요한 건 글쓰기야말로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우고 흔들림 없는 목표와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영재 학교에서 교육받았던 제프 베조스에게 독서와 글쓰기, 토론은 일상 그 자체였다.


친구들과 테이블에 둘러앉아 몇 편의 글을 읽고는 이에 대해 서로 토론하는 게 어린 제프 베조스가 매일 같이 받아온 교육이었다. 이런 경험을 통해 그는 자연스럽게 글쓰기야말로 최고의 전략적 도구라는 깨달음을 얻게 됐다.     


(지금 읽고계신 이 글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에 수록된 원고입니다.)

(예스24)


글에는 도망칠 구석이 없다


회사나 학교에서 파워포인트 자료로 발표해본 사람이라면 공감하겠지만 파워포인트 슬라이드 안에는 발표자가 도망갈 구석이 많다.


아무런 논리적 연결 없이 다음 슬라이드로 넘어가버리는 건 흔한 경우고, 앞부분의 슬라이드들에서 제시됐던 근거들이 마지막에 도출한 결론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때도 많다.


이렇게 슬라이드들 간의 논리적 연결성이 떨어지면 그 자리는 과장과 비약, 억측, 궤변이 차지하게 된다.

  
허점투성이 발표라고 해도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사용하면 약점을 숨기기가 쉽다. 재빨리 슬라이드를 넘겨 버리면서 사람들이 깊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걸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관심을 슬라이드에 나온 글자와 도표, 그래프로 쏠리게 만들어 주장과 근거, 논리에 대한 관심을 멀어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글을 쓸 때는 이런 꼼수를 부릴 수 없다. 글에서는 조금만 논리를 비약하더라도 사람들이 금세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누구든 조금만 읽어보면 주장과 근거가 서로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글쓴이가 얼마나 빈약한 근거 위에서 자신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지, 글쓴이의 식견과 판단력이 얼마나 유치한지도 숨길 수가 없다.

  

파워포인트로 발표할 때는 위기를 대충 ‘썰’을 풀어 넘길 수 있지만 글에서는 그런 태도가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 태도는 망신과 신뢰 상실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글쓰기가 논리적 사고를 만든다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세운 높은 기준을 포기하지 않는, 타고난 완벽주의자 베조스가 파워포인트를 사용한 발표의 허점의 허점을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그가 직원들에게 모든 회의 자료를 내러티브 글로 작성하라고 요구했던 건 그저 발표 자료의 형식을 바꾸라는 게 아니었다.


그는 직원들에게 그 누구도 흠결을 찾을 수 없는 완벽한 논리적 사고력을 원했던 것이다. 논리적 사고가 명확한 목표를 낳고, 명확한 목표야 말로 일관된 행동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해하기 쉽게 논리 정연하게 쓰인 산문이야말로 생각을 전달하는 최고의 수단이라고 생각하는 건 베조스뿐 아니라 워런 버핏 역시 똑같이 갖고 있는 생각이다.

  


버핏은 2013년 주주서한에서 자기 인생에서 최고의 투자는 19살이던 1949년 벤저민 그레임이 쓴 <현명한 투자자>를 구입했던 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을 사고서 내 인생이 바뀌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이 책은 (그리스 문자나 복잡한 공식도 없이) 아이디어를 우아하면서도 이해하기 쉬운 산문으로 논리 정연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이 핵심 포인트가 오늘날 나의 투자 판단을 이끌어주고 있습니다.”

  

알기 쉽게 쓰인 한 편의 글이 갖고 있는 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베조스와 버핏이기에 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고, 목표를 공유하기 위한 수단으로 글을 택했다.       

  

베조스는 직원들에게만 글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1998년 1월, 전년도 5월에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킨 그는 주주들에게 보낼 첫 번째 주주서한을 작성하기 위해 며칠 동안 회사 임원들과 격론을 벌였다.


동료들과의 오랜 논의 끝에 주주서한에 담을 주요 내용들을 정리한 그는 책상 앞에 앉아 그 내용을 글로 옮겨나갔다. 그에게 이 편지는 그저 주주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뒤 회사의 상황을 안내하는 글이 아니었다.

  

베조스에게 첫 번째 주주서한을 작성하는 작업은 앞으로 자신과 회사가 추구할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방안들을 작성하는 작업이었다.



첫 번쨰 편지로 아마존의 밑그림을 그리다


남들이 봤을 때는 사무실에 들어앉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으로만 보였겠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그 이후 아마존이 온 힘을 집중할 전략을 정하고, 세부 전략들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원대한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주서한은 회사의 최고 경영자가 임직원들을 대표해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다. 지난 한 해 동안 회사가 거둔 실적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번 해에는 어떤 식으로 회사를 이끌어나갈지 설명하기 위해 주주서한을 쓴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주서한으로는 두 개를 꼽을 수 있다. 방금 말했던 제프 베조스의 주주서한과 워런 버핏의 주주서한이다. 버핏은 1979년부터, 베조스는 1998년부터 매년 거르지 않고 편지를 쓰고 있다.

  

버핏과 베조스의 주주서한은 매년 3월 즈음에 나온다. 이들의 편지가 공개되면 전 세계 언론은 앞다퉈 그 내용을 소개하느라 바쁘다. 경제와 투자 분야를 주제로 한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에도 이들의 주주서한을 다룬 콘텐츠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된다. 이들의 주주서한을 분석하고 종합한 책만 해도 수십 권이 넘는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부를 일궈낸 이들이자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고,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글이니 그럴 만하다.

  


세계 최고의 부자인 이들에겐 말 그대로 시간이 곧 돈이다. 그런 이들이 며칠씩이나 걸려 스스로 글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회사의 경영 상황을 알리는 게 목표라면 굳이 이들이 직접 글을 쓸 필요는 없다.


회사가 지난 한 해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는 주주서한이 나오기 전에 이미 세상에 공개돼 있고, 연차보고서에 실리는 도표와 차트만 봐도 그 내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최고라고 불리는 인물들에게도 글쓰기는 심한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다. 남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건 그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리더일수록 자기 스스로 글을 쓴다. 글을 씀으로써 얻는 이익이 글을 쓰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고통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글쓰기야말로 자신의 목표를 이루도록 돕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라는 사실을 이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베조스의 주주서한을 보면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1999년부터 2020년까지 22년 동안 베조스는 줄곧 변함없이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편지를 마무리한다.

 


23년째 계속해서 보내고 있는 편지


“항상 그랬듯이 1997년 베조스 레터 사본을 첨부합니다. 언제나 첫날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 전년도의 사업 성과에 대해 분석하고, 그 해의 사업 목표에 대해 설명한 뒤 자신이 처음 쓴 주주서한을 첨부하는 것으로 모든 글을 마무리한다.


첫 번째 주주서한이야말로 자신과 아마존이 추구하는 핵심 가치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첫날의 마음가짐을 잊지 않겠다’는 말은 처음 세운 전략을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그에게 글쓰기는 전략 수립과 같은 말이다.

  

베조스는 자신의 첫 번째 편지에서 자신이 글을 쓰는 목적은 ‘전략을 세우고, 이를 공유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정확하게 밝히고 있다. 바로 다음 문장을 통해서.

  

“과감한 선택을 할 때 전략적 사고 과정을 여러분과 (경쟁 압력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공유하겠습니다. 주주 여러분은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투자가 장기적 시장 주도권에 적합한 것인지를 직접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장기적 이익이야말로 아마존의 가장 큰 목표


베조스는 1997년 주주서한을 통해 자신이 아마존을 경영할 때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목표는 ‘장기적 이익’이라고 강조한다. 아무리 위험하고 무모해 보이는 일이더라도 그 일이 회사의 장기적 이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망설임 없이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우리는 성공의 근본적인 척도가 장기간에 걸쳐 우리가 창출하는 주주 가치일 거라고 믿습니다. 이 가치는 현재 우리의 시장 주도적 지위를 강화하고 확장하는 역량의 직접적인 결과일 것입니다."


"우리의 시장 주도권이 확고할수록 우리의 경제 모델은 더욱 강력해집니다. 또한 시장 주도권은 매출 증대, 수익성 향상, 자본 확장,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투자 수익률 증가로 직결됩니다.”

  

오늘날의 아마존을 만든 것으로 평가되는 혁신적인 결정들은 모두 처음엔 회사 안팎의 우려스러운 시선과 함께 시작됐다. 2000년에는 ‘마켓플레이스’(Marketplace) 기능을 도입하며 아마존닷컴 안에서 다른 소매업체들이 아마존이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상품과 동일한 상품을 팔 수 있도록 했다.


눈앞의 수익을 챙기는 것보다는 판매자들(아마존을 포함한) 사이의 경쟁을 통해 고객들이 더 싼 가격으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04년엔 ‘프라임’(Prime) 서비스를 내놨다. 79달러의 연회비를 낸 고객에겐 주문 상품을 이틀 안에 무료로 배송해주는 서비스였다. 배송비 부담 때문에 회사가 휘청거릴 거란 우려가 높았지만 망설임 없이 밀어붙였다.

  

2000년대 중반부턴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서비스 아마존 웹서비스(AWS) 개발에 막대한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소매 유통업체인 아마존이 뛰어들 사업이 아니라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 역시 밀어붙였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서비스, 마켓플레이스, 프라임, 아마존 웹서비스야말로 오늘의 아마존을 만든 세 개의 기둥이다. 단기적으로는 큰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지만 장기적으로 회사에 막대한 이익을 안겨줄 수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뛰어드는 베조스의 결단력이 만들어낸 성과다.          

  

베조스는 첫 번째 주주서한을 통해 장기적인 이익이야말로 자신과 아마존이 추구하는 유일한 목표라는 사실을 밝혔고 이를 실천했다.


그저 목표만 밝히고 끝났던 게 아니다. 실천 방안이 없는 목표는 공허하다. 그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금 즉시 실행해야 하는 구체적인 행동 방안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실천 방인이 있어야 제대로된 목표다


“아마존은 장기적 관점을 중시하기 때문에 기존 회사들과는 다른 결정을 내리고 다른 방향성을 취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주주 여러분들의 투자 철학이 우리의 생각과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아마존의 기본 경영 방침과 의사결정 방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만약 아마존의 경영 철학과 주주의 투자 방침이 일치하지 않는다면 조용히 떠나 달라는 뜻이 담겨있는 문장이다.


그는 이어 △고객에 대한 집중 △장기적 관점의 투자 △성공뿐만이 아닌 실패를 통한 혁신 △망설임 없고 과감한 투자 △미래 현금흐름 가치의 최대화 △전략적 사고 과정의 공유 △최대한의 비용 절감 △성장에 우선순위를 둔 투자 △스톡옵션에 기반한 직원 인센티브 제공이라는 모두 9가지의 실천 방안을 내놓는다.

  


베조스의 첫 번째 주주서한에는 이처럼 앞으로 자신과 회사가 추구할 핵심 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안들이 모두 담겨있다. 그가 단순히 회사의 현재 상황을 주주들에게 설명하는 걸 넘어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이를 투자자은 물론 회사 구성원들과 공유하기 위해 글을 썼다는 사실이 잘 드러난다.


그에게 글쓰기는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회사를 키우기 위한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주주와 회사 내부 구성원들에게 이에 대한 동의를 얻는 모든 과정을 포함한다.

  

그가 매년 주주서한을 보낼 때마다 첫 번째 베조스 레터를 첨부하는 건 자신이 처음 회사를 창업하며 세웠던 목표가 변하지 않았고, 목표 달성을 위해 수립한 전략을 멈추지 않고 추진해나가겠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홍선표 한국경제신문 기자

rickeygo@naver.com


(지금 읽으신 이 글은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에 수록된 원고입니다. 제프 베이조스를 비롯해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워런 버핏, 마쓰시타 고노스케, 레이 달리오 등 최고의 리더 19명이 글을 써서 이뤄낸 5가지 성과, 글을 써야하는 5가지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으시다면 <최고의 리더는 글을 쓴다>를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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