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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코 Mar 27. 2024

나의 꿈은 모든 이별에 익숙해지는 거야

<파타> 문가영






0.


평점 : ★★★☆☆ 

읽은 장소 : 내 방 책상에 앉아 후루룩

함께 들은 노래 : 빌 에반스 플레이리스트

추천하고 싶은 사람 : 내면에 글 쓰는 자아를 품고 자라온 이




1.


한바탕 소란스럽게 내리던 비가 지나가고 잠잠해진 어느 저녁 <파타>를 읽었다. 아니 책을 읽었다기 보단 붉은 표지처럼 내면에 어떤 강렬함을 품고도 겉은 꽤나 차분한 한 여자를 알게 되었다고 말하는 편이 좋겠다. 파타는 배우 문가영이 배우로서의 자아와는 또 다른 자신을 칭하는 단어다. 먼저 이야기해두자면 파타를 만나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니 책 두께에 놀라지 않아도 된다. 



2.  


책은 순전히 표지 때문에 샀다. 내 브런치의 섬네일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빨강과 검정의 조화에 꽂힌 지 좀 오래되었다. 와중에 <파타> 표지를 보았고 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식의 책 구매가 돈 낭비로 이어진 경우가 종종 있고, 비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매번 결제를 막을 수 없다. 


막무가내로, 난 예쁜 책이 좋은 거다. <파타> 표지 속 그림은 문가영 배우가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한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3.


제발 재밌어라 재밌어라 기도하면서 책을 열었고 읽은 지 5분쯤 지나자 묘하네 싶었다. 글은 아주 짧다. 친구나 가족과의 에피소드나 혼자 카페에서 적은 듯한 단상, 그녀의 의식의 흐름을 담은 메모장을 통째로 옮겨다 적은 듯한 느낌인데 그게 나쁘지 않다. 몰입감 있고 장을 넘길 때마다 또 다른 날 그녀가 했을 생각이 궁금해진다.


그럼에도 별 3개를 준 이유는 책이 짧아서다. 더 짤막한 메모를 담은 검정 페이지들이 약간은 줄었으면 하는 마음과 파타의 이야기를 좀 더 듣고 싶은 심술이 합쳐져서 3개 드립니다(?) 문가영 배우가 또 책을 낸다면 구매할 의사가 있다.



4.


책을 다 읽고 친구에게 글이 쓰고 싶어 졌다고 말했다. <파타>가 글을 쓰고 싶게 만들었다. 취업 준비에 잠시 묵혀둔, 기록하는 자아에 똑똑 노크하고 간 <파타>. 매슬로우 욕구 5단계 중 기껏해야 안전 단계에 머무는 요즘의 나에게 '너 거기서 뭐 해 이리로 넘어와!' 하고 말하는 듯했다. 



5.


찰나의 순간과 사소한 감정들이 송골송골 맺힌 책은 보기보다 묵직하다. 작은 순간들이 모여 만들어 낸 또 다른 나를, 가끔은 마주할 수밖에 없는 거울 너머의 누군가가 그리울 때 <파타>를 만나자. 글 쓰는 자아가 내면에 있는 이라면 모두 파타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6.


그녀가 스스로를 '파타'라고 부르는 것에 뭔가 깊은 뜻이 숨겨져 있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 달리, 디지몬 어드벤처의 파닥몬(patamon)에서 따온 것이라 한다. 귀엽잖아?!



7.


"사람들이 자꾸만 내가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거야.

그들의 소망이 덕지덕지 내 몸에 붙어서 떨어지질 않아."

널 사랑하기 때문인 걸 잘 알지 않냐는 말에,

"알아. 내가 나쁜 거 알아. 아니, 이게 싫은 거야. 자꾸만 내가 나쁜 사람이 되게끔 만들어.

그저 사는 나에게 자꾸만 행복하라고 하잖아! 그게 잘못된 건지 사람들은 모르나 봐.

그 마음이 얼마나 이기적인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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