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챕터의 시작, 브랜드 리뉴얼 이야기
2021년 리디에 BX팀이 새로 꾸려졌다. 마주한 첫 과제는 리디북스의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를 앞두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단순히 리디북스의 아이덴티티를 세련되게 교체하는 브랜드 이미지에 국한될 문제는 아니었다. 기업 리디와 서비스인 리디북스의 상호 위계 전략 그리고 자회사 간의 구조적 복잡성과 구성원들의 니즈, 사업 방향성 등을 면밀하게 파악하고 기획하는 것이 필요했다. 또한 프로덕트에 최적화된 방식으로 보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도 있었다.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꼬여있던 문제들을 리디의 디자인 그룹을 선두로 수많은 팀이 함께 모여 고민의 시간과 조율 과정을 거쳐 풀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2022년 3월 리디의 브랜드 리뉴얼을 공개했다.
새로운 챕터의 시작을 위해 장장 10개월의 걸친 프로젝트를 마치며 브랜드 리뉴얼의 배경부터 문제를 풀어내는 과정, 결과물에 이르는 우리의 다양한 고민과 해결책들을 정리해보았다.
브랜드 리뉴얼을 위한 배경 문제 인식
2009년 전자책 사업에서 시작한 ‘리디북스’는 이제 연재형 콘텐츠, 구독 서비스와 같이 더 넓은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소비자는 이제 전자책뿐만 아니라 웹툰, 웹소설까지 취향에 맞는 다양한 영역의 콘텐츠를 리디북스에서 즐길 수 있고, 그 영역은 무한히 확장하고 있다. 더 넓어진 사업 영역에 맞춰 브랜드 인지도와 정체성 강화를 위해 변화가 필요한 때라고 인식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리디북스’를 전자책 플랫폼으로만 인식한다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문제였다. 리디의 시작은 분명 전자책이었고 성장하는 동안 큰 원동력이 되었다. 변경 전 브랜드명 ‘리디북스 RIDIBOOKS’와 책을 상징하는 로고가 대표적으로 이를 보여줬다. 하지만 책이라는 미디어에 갇혀있기에는 리디의 사업 범위가 많이 커지고 성장했다. 웹툰, 웹소설로 서비스 영역이 넓어졌음에도 아직 전자책 회사로만 인식되거나 마니악한 장르가 메인인 서비스로 오해되는 점은 우리가 반드시 부숴야 할 벽과도 같았다. 인식의 틀과 벽을 벗어나 새롭게 도전하기 위한 한 번의 변화. 절찬 연재 중인 ‘리디’의 새로워진 브랜드 이름과 아이덴티티(BI) 이야기를 시작한다.
브랜드 리뉴얼에서 변화한 부분
13년 동안 익숙하게 사용해왔던 서비스명 ‘리디북스’를 ‘리디’로 리뉴얼했다. ‘북스(BOOKS)’에서 오는 전자책의 이미지를 덜어내고 카테고리의 제한을 없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콘텐츠 플랫폼의 방향에 더 가까워진 이름이라고 볼 수 있다.
워드마크 형태 또한 달라졌다. 기존 워드마크 대비 짧아진 텍스트 길이를 보완하기 위해 장평을 넓혀 조형적 안정감을 주었다. 기존의 로고가 볼드하고 각이 둥글어 선명하지 않게 보였다면, 모서리의 각진 형태로 더 선명하게 보이도록 개선했다. 다양한 디지털 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고 사이즈 변화에도 무리 없이 적용할 수 있도록 실용성과 안정성을 높였다.
BX팀에서 본격적인 브랜드 리뉴얼을 시작하기 전 브랜드 계층 구조는 이미 프로덕트 팀에서 고민한 UX 관점의 내용을 토대로 BX팀, 기타 다른 부서들과 합의해 재정립해 놓은 상태였다. 서비스 플랫폼과 콘텐츠 형식(카테고리)의 구분을 위함이었다. 웹툰, 웹소설 등의 카테고리는 서브 브랜드로서 리디에 포함되고 기존의 ‘리디북스 RIDI BOOKS’는 이제 전자책 카테고리를 상징하는 서브 브랜드가 되었다. 새롭게 짜인 브랜드 계층 구조에 네이밍, 컬러 구분의 시각화 방식을 더해 소비자가 쉽고 편하게 구조를 파악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컬러 구분의 시각화 방식은 앱에서의 안정화를 위해 프로덕트팀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BX팀이 협조했다. 이러한 구분은 무엇보다도 이야기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확장해나갈 리디 플랫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역할을 한다.
다양한 콘텐츠 장르를 / 다양한 형식으로 / 다양하게 서비스하는 리디에서 ‘다양함’은 핵심 키워드이다. 그리고 리디는 서로 다른 취향의 고객들을 ‘모두’ 담아내리라는 브랜드의 길을 걷고 있다.
새롭게 정의한 리디의 브랜드 에센스 ‘모두의 취향(For All Tastes)’은 모두의 공통된 한 가지 취향이란 뜻이 아니다. 세상의 모든(All) 취향 중에서 어떠한 취향을 가졌을 그들 모두(All)가 리디에서 취향에 맞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이 마음은 리디의 서비스가 어느 방향으로 확장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중심축이 될 것이다.
브랜드 슬로건은 기능성을 강조한 문장 ‘웹툰, 웹소설, 전자책 모두 여기에!’와 가치를 표현한 ‘이야기를 즐기는 나만의 공간’을 함께 쓰며 활용도를 높였다. 웹툰, 웹소설 등의 키워드 검색 시 메타 검색 엔진에도 최대한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전문 부서와의 확인을 거쳐 완성해 안정성을 더했다.
브랜드 리뉴얼에서 새롭게 적용된 부분
브랜드 아이덴티티(BI)는 브랜드의 얼굴이다. 리디의 얼굴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방식, 심볼 그래픽을 개발해 리디의 표정이 더 풍부해졌다. 그동안 리디를 상징하는 시각 자산은 파란색 키 컬러와 워드마크 로고뿐이었지만 앞으로 확장할 사업 영역에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심볼을 집중적으로 개발했다.
리디의 첫 이니셜 알파벳 ‘R’에 기울임으로 공간감을 주어 다양한 콘텐츠가 있는 무한한 공간을 표현했고, 비대칭적 조형으로 ‘재미’의 정서를 추가했다. 반면 사용성과 직관성을 고려해 장식적인 조형은 절제했다. 이런 ‘R’ 형태의 심볼 디자인은 형태 그 자체로써의 인지 효과는 물론 향후 알파벳 ‘R’만으로 리디를 연상할 수 있는 텍스트 인지 효과도 가져와 기능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심볼은 앞으로 워드마크와 함께 브랜드를 대표해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아이덴티티 자산이 될 것이다.
이번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리뉴얼 컨셉은 ‘SPACE’이다. ‘SPACE’가 지닌 의미가 리디의 서비스 성질과 매우 닮아있기 때문이다.
조금 어려운 얘기일 수 있지만, 리디의 서비스는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 물리적이면서도 관념적인 공간이다. 프라이빗한 나만의 공간이자, 취향이 모인 우리 모두의 공간이기도 하다. 나의 취향과 다른 이들의 취향이 모여 리디라는 ‘SPACE’를 넘나들고 서로가 연결되어 확장한다. 리디의 ‘SPACE(공간)’가 끝없이 펼쳐진 ‘SPACE(우주)’처럼 확장성을 갖는다는 점에 착안해 이번 리뉴얼 컨셉을 ‘SPACE’로 정하고 많은 브랜드 리뉴얼 부분에 녹여내 작업했다.
리디의 핵심 영역인 서비스 플랫폼에도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가 적용되었다. 사용성이 중요한 디지털 플랫폼의 특성상 브랜드 디자인의 개성을 강하게 적용하기보다는 브랜드 인지를 높이는 지점을 찾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했다. 대표적으로 사용자가 브랜드를 가장 처음 만나는 런쳐 아이콘과 새로운 브랜드 계층 구조 변화에 맞춘 카테고리 아이콘에 심볼과 워드마크를 각각 적용했다. 브랜드 컬러는 기존의 블루 컬러에서 한층 더 부드러워진 톤의 블루 컬러로 넓은 면적을 사용하더라도 눈이 편안하고, 라이트모드와 다크모드 어떤 환경에도 가시성이 좋은 새로운 블루 컬러를 선정했다.
판매 중인 리디페이퍼 4세대에도 물론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BI)가 적용되었다. 3세대에 비해 크게 바뀐 제품 디자인만큼이나 기기 후면의 리디 심볼 각인이 기존의 리디페이퍼와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RIDI PAPER’ 워드마크 디자인 역시 리뉴얼 디자인에 맞춰 개선되었다.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의 마무리, 그리고 새로운 시작
BX팀에서 설정한 이번 브랜드 리뉴얼의 목표는 크게 3가지였다.
브랜드 방향성에 맞는 브랜딩 전략 수립
일관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아이덴티티 언어화, 시각화 정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정립
한 편의 글로 담기엔 부족할 정도로 위에 내용에서 담지 못한 더 많은 과정에 이러한 목표를 대입시키며 약 10개월간 작업했다. 이제 리디의 모든 서비스 영역에서 새로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나볼 수 있게 되었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시도 중이다. 리디북스에서 리디로 변화하기까지 많은 성장을 거쳐왔지만, 브랜드로서의 리디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그 길을 즐거운 여행길로 만드는 것이 BX팀의 역할이 아닐까. 앞으로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 트렌드에 맞춰 매 순간 브랜딩의 방향과 목표점을 정하고 아이덴티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주원식 ㅣ BX팀 팀장
리디북스는 서비스 인지도에 비해서 ‘브랜드’로서의 이미지는 부족한 편이었다.
외관을 바꾸고 메시지를 선언한다고 해도 의도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전달하는 데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는 우선 브랜드 이미지의 변화뿐 아니라 향후 지속적인 브랜디드 커뮤니케이션까지 고려하는 장기적인 브랜딩 플랜을 설정했다.
이번 브랜드 리뉴얼은 장기적 브랜딩 과정의 첫 단계인 브랜드 이미지 전략 부분에 해당한다. 정확한 브랜드 이미지 전략을 수행하기 위해 기존의 리디가 가진 문제점 분석과 문제해결을 위해 세웠던 목표를 일정부분 달성했다는 점에 만족한다. 또한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다양한 관련 부서와의 협업, 수많은 의사결정 단계 등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는 의미 있는 과정들이 있었기에 내부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단단한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
이제 리디가 전하고자 하는 브랜딩의 초석을 세웠다. 우리는 리디가 향후 좋은 브랜딩의 사례로서 업계에 회자될 수 있도록 그리고 공감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브랜딩 행보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유현 ㅣ BX팀 디자이너
리디 브랜드 리뉴얼은 여러 이해관계자와 내/외부 고객, 사업적 방향성, 전략, 구조 등 많은 요소를 고려한 리뉴얼 작업이라는 점에서 도전적인 과제였다. 나에게는 특히 두 가지의 큰 의미가 있는 프로젝트인데
하나는, 다양한 하위 브랜드와 콘텐츠들을 아우르는 플랫폼 브랜드로써 강력한 시각적 장치를 활용하여 비주얼적으로 아이덴티티를 규정하기보다는 개념과 뉘앙스로 아이덴티티를 유연하면서도 명확하게 정립했다는 점이다. 목적에 따라 다양한 개성을 가지면서도 리디의 개념과 철학이 살아있는 다양한 산출물들이 만들어질 수 있는 좋은 그릇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또 한 가지는,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를 키우고 성장시키는 역할 역시 우리에게 있다는 점이다. 완성된 결과물을 제공하고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해서 좋은 내용으로 채워 나가야 한다는 책임과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점이 즐거운 부담으로 다가온다. 결국 리디가 ‘좋은 브랜드’로 인식되고 회자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깊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그 시작이 충분히 좋아 보인다.
김단아 ㅣ BX팀 디자이너
이번 리뉴얼은 표면의 변화보다 리디 브랜드의 중심축을 세운 것에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기존의 아이덴티티보다 콘텐츠 플랫폼의 DNA가 잘 보이는 방향으로 아이덴티티가 구축되어 만족스럽다.
앞으로 리디라는 브랜드를 보다 더 입체적이고 견고하게 쌓아 올리게 될 경험들이 기대된다.
©️RIDI Corporation
Projected by RIDI BX Team
Designed by Wonsik Joo, Hyeon Yu, Dana Kim ㅣ RIDI BX Team
Edited by Hyesoo Lee ㅣ RIDI BX Team
Cover Designed by Hyeon Yuㅣ RIDI BX Team
Published by RIDI Design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