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그래피 스터디] 타이포그래피의 역사 8편 – 마지막 이야기
타이포그래피 스터디 시리즈로 연재되는 본 글은 『타이포그래피의 탄생』책 내용을 토대로 핵심 내용을 정리, 요약하였습니다. 글쓴이의 덧붙임 문장 앞에는 *을 별도 표기하였습니다.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로빈 도드 Robin Dodde 지음
지난 40년 동안 인쇄산업에는 많은 급진적인 변화가 있었는데도 여전히 오래된 관습들이 남아있었다. 금속주조를 하던 활자주조소들이 활자주조소 글꼴과 함께 점차 사라져 갔고, 그 자리를 모노타입사와 라이노타입사의 기계화된 식자기가 자리 잡으면서 활자주조는 식자공에 의해 진행되는 주조활자조판 과정의 일부분이 되었다.
1. 20세기의 오래된 활자주조사
: 모노타입사, 라이노타입사
20세기 가장 오래된 활자주조사로 꼽히는 모노타입사와 라이노타입사의 명칭은 활자 기계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두 기계의 가장 큰 차이는 활자 제작 방식이다. 모노타입은 활자를 한 글자 한 글자 제작하여 한 줄을 만드는 방식이고, 라이노타입은 Line of type의 어원에서 알 수 있듯 글자 한 줄을 한 번에 제작하는 방식이다. 이 두 활자주조소는 꾸준한 혁신과 개발을 통해 오랜기간 살아남았다. 두 회사는 15세기 장송체와 벰보체로부터 센추리체, 그리고 프랭클린 고딕체까지 이어지는 20세기에 복원된 많은 훌륭한 고전 글꼴뿐 아니라 현재 오픈타입 형태로 사용가능한 20세기의 우수한 글꼴 디자인을 보유하고 있었다. 2006년, 라이노타입사는 오랜 경쟁회사였던 모노타입 이미징사에 인수 합병되었다.
현재 모노타입은 국제적인 폰트 회사로 잘 알려졌다. 명성에 걸맞게 전 세계 언어의 97% 이상이 지원되며, 13만여 가지 이상의 서체를 보유하고 있다. / 출처: 모노타입 홈페이지
2. 거대한 활자 디자인 회사의 등장
데스크톱 컴퓨터의 소개는 그래픽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글꼴을 제공하는 새로운 기업들의 등장을 촉진했다.
2-1. 어도비 (Adobe)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어도비사는 컴퓨터 기반의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분야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1990년대 초, 공동 시장 거래 협정이 맺어짐으로써 어도비사, 라이노타입사, 그리고 모노타입사는 다른 회사의 폰트를 자회사의 폰트와 마찬가지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어도비사는 고유의 글꼴은 보유하지 못했지만 새로운 디지털 폰트를 디자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개발했다. 어도비사는 이어서 포스트스크립트 타입 1 폰트 포맷을 만들었고, 마이크로소프트사와의 협업을 통해 오픈 타입 포맷도 개발하였다. 섬너 스톤(Sumner Stone), 로버트 슬림바흐(Robert Slimbach), 그리고 캐럴 톰블리(Carol Twombly)로 이루어진 사내 디자인팀에서 제작한 2,500여 개 이상에 이르는 폰트들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섬너 스톤은 캘리포니아에서 스톤 활자 디자인회사(Stone Type)라는 작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한다.
2-2. 비트스트림 (Bitstream)
비트스트림사는 1981년 메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서 설립된, 최초의 독립 디지털 활자디자인 회사이다. 비트스트림사는 질 높은 트루타입 폰트, 포스트스크립트 타입 1 폰트들과 윈도, 매킨토시, 유닉스, 리눅스를 위한 오픈 타입 포맷들로 유명하다. *2012년, MyFonts를 포함한 폰트 사업이 모노타입 이미징사에 인수되었다. 나머지 사업은 말버러 소프트웨어 개발 홀딩스라는 새로운 기업으로 전환되어 페이지플렉스사(PageFlex Inc.)로 이름이 바뀌었다.
2-3. 에미그레 (Emigre)
에미그레 폰트사는 또 다른 초기 독립 디지털 활자 디자인 회사이다. 에미그레는 부부 디자이너인 루디 반데란스(Rudy Vanderlans)와 주자나 리코(Zuzana Licko)의 매거진 및 출판 디자인 작업에서 시작되었다. 잡지의 두 번째 판은 1984년 최초의 개인용 매킨토시 출시와 동시에 타이포그래피계에 새로운 물결이 일기 시작할 때 발행되었다. 현대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급진적인 담론과 새롭게 출시된 매킨토시의 성능에 대한 탐구가 잡지의 주된 소재였다. 에미그레사는 현대 디지털 활자 디자이너가 만든 300여 개가 넘는 고유의 글꼴들을 보유하고 있으며, 잡지는 2005년 69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되었다.
에미그레는 이민자(emigre)라는 단어의 의미가 상징하듯, 이민세대로서 소수의 한계에 대항하여 정형화된 문화와는 좀 거리를 두고, 관습을 타파하여 변화를 추구하는 혁신적인 디자인팀이다.
2-3. 폰트폰트 (FontFont)
1989년 에릭 슈피커만(Erik Spiekermann)과 네빌 브로디는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인 디자이너들을 위해 디지털 글꼴의 중심 보급창이 된 폰트샵 인터내셔널을 차렸다. 2년 후 그들은 동료들과 자신들이 디자인한 글꼴 라이브러리 폰트폰트사를 출범한다. 브로디는 1991년에 첫 선을 보인 <퓨즈 Fuse>라는 타이포그래피 계간지에서 실험적인 디지털 폰트들을 디스크로 담아 제공했고, 이는 글자꼴의 지평을 넓혔다. 에릭 슈피커만은 베를린에 근거를 둔 디자인그룹인 메타디자인의 설립 멤버였다. 그는 뉴 웨이브가 과잉으로 치닫고 있는 1990년대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에 있어서 주목할만한 인물이 되었다. 폰트폰트는 현대의 글꼴에 관해서는 세계 최다 보유량을 자랑한다. 전통적인 고급 본문용 글꼴부터 새로운 해체주의적인 글꼴과 읽기 힘들 정도로 별난 손글씨 글꼴들까지, 실로 방대한 종류의 글꼴들을 가지고 있다.
에릭 슈피커만(1947~)은 메타디자인을 설립한 후 뒤셀도르프 공항, 아우디, 폭스바겐 등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면서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그는 오랫동안 몸 담아왔던 메타디자인과 결별하고, 2001년 UDN(United Designers Networks)를 설립해 베를린, 런던, 샌프란시스코 등에서 활동했다.
2-4. 폰트폰트사가 개발한 주목할 만한 글꼴들
– 메타체(Meta): 1991년 에릭 슈피커만이 처음으로 디지털 타입으로 제작한 산세리프 중 하나다. 처음에는 독일 우체국을 위해서 제작했으나 거절당하고 만다. 그러나 메타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고, 산세리프체의 유행을 주도해왔다. 또한 친근하고 공간 활용에 효율적인 포스트모던 산세리프체이다.
– 쿼드랏체(Quadraat): 19세기 이전 펀치 조각 과정에 대해서 연구하고, 직접 작업으로 옮기기도 했던 네덜란드 디자이너 프레드 스메이어스(Fred Smeijers)가 만들었다. 16세기 수조판 글꼴에 의해 영감을 얻은 힘 있는 디지털 올드페이스로 산세리프체인 쿼드랏 산스체와 짝을 이룬다.
– 스칼라체(Scala): 마르틴 마요르(Martin Majoor)가 제작한 이 글꼴은 에릭 길의 조안나체(joanna)를 연상시키며, 밀라노 오페라 하우스의 이름을 딴 네오휴머니스트 산세리프체와 짝을 이룬다. 전체 글꼴 컬렉션에는 푸르니에의 18세기 글꼴에서 볼 수 있는 양식의 네 가지 장식적인 제목용 알파벳으로 이루어진 ‘주얼(jewels)’을 포함한다.
– 테시스체(Thesis): 루카스 드 그로트(Lucas de Groot)의 거대한 작업인 테시스체는 그 자체로 글꼴 모음에 가깝다. 이 글꼴은 자족 개념을 극대화시켰다. 섬세한 슬랩세리프와 세미세리프, 그리고 산세리프까지 세 가지 형태와 두께 여덟 가지, 이탤릭체들을 포함하여 총 144종으로 구성되어 있다.
3. 작은 활자 디자인 회사
데스크톱 컴퓨터가 불러온 혁명은 1890년대에 많은 활자주조소들이 ATF(American Type Founders)로 통합된 이후 사라졌던 활자주조소의 다양성을 일깨웠다. 오늘날에는 여기서 분류하기엔 너무 많은 소규모 디지털 활자 디자인 회사들이 존재한다. 다양한 시도와 스타일이 있었지만 여전히 과거와 긴밀한 연결고리가 유지되어 왔다.
3-1. 파운드리 (The Foundry)
1990년 런던에서 시작된 파운드리사는 데이비드 퀘이와 프리다 색이 함께 설립한 디지털 활자 디자인 회사이다. 나날이 늘어나는 그들의 소장품에는 현재 여섯 개의 산세리프 자족이 포함된다. 이들의 디자인은 각각 구체적인 기능을 품고 있다. 다양한 두께와 이탤릭체가 제공되는 파운드리 글꼴들은 실용적 타이포그래피에 입각하여 균형 잡혀 있고 기품 있는 글꼴들이다.
아키타입 컬렉션의 허버트 바이어, 반 되스부르크, 얀 치홀트의 디자인에 기반한 아방가르드 폰트의 형태에 20세기가 담겨 있다. 진정한 컴퓨터 기반의 활자들로 플렉체(Plek)와 플렉스체(Flex)를 예로 들 수 있다.
3-2. 제레미 탠커드 타이포그래피 (Jeremy Tankard Typography)
제레미 텐커드 타이포그래피사는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글꼴 디자인 컬렉션들을 보유하고 있다. 그 목록에는 철저히 현대적인 또렷한 디테일과 펜의 부드러운 기울어짐이 있는 이탤릭체를 지닌 견고한 로만체 이니그마체(Enigma), 푸르티거와 길의 손길이 닿아 있으며 콘덴스드를 포함하여 다양한 종류의 산세리프 두께가 마련된 셰이커체(Shaker), 스크립트체의 요소가 주로 사용된 산세리프인 애스펙트체(Aspect)가 있다.
3-3. 카터 앤 콘 타입사 (Carter & Cone Type Inc.)
매튜 카터(Matthew Carter)는 카터 콘 타입사의 전임 디자이너이다. 카터는 금속 펀치를 깎는 것부터 디지털화된 컴퓨터 폰트를 다루기까지 40년이 넘는 실무 경험이 있어서 현대 활자 디자이너 중 중요한 인물로 인정받는다. 그는 엔스헤데사를 시작으로 라이노타입사와 오랜 시간 함께 일하면서 유명한 글꼴들을 많이 만들었고, 그 후 비트스트림사의 창립 멤버가 된다.
3-4. 엔스헤데 활자 디자인 회사 (The Enschedé Font Foundry)
엔스헤데 활자 디자인 회사는 18세기 유명한 네덜란드 인쇄소인 엔스헤데 엔 요넨에서 이름을 따왔다. 1991년 페터르 마티아스 누르치(Peter Matthias Noordij)는 엔스헤데 활자 디자인 회사를 설립하면서 질 높은 폰트를 제작한다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 회사의 컬렉션에는 브램 더 되스(Bram de Does)가 엔스헤데 창립 275주년을 위해서 디자인한 트리니테체(Trinite)와 페터르 마티아스 누르치가 디자인한 고풍스러운 슬랩세리프이자 폰트폰트 콜렉션에 속해 있기도 한 PMN 케실리아체(PMN Caecilia)와 같은 글꼴이 있다.
4. 활자 인식과 분류
글꼴은 그래픽 디자인의 가장 기초적인 재료다. 그러므로 글꼴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것은 디자인 과정에서 매우 필수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평생 일하는 동안 비교적 몇 안 되는 글꼴을 사용하는 편이다. 글꼴들을 분류하는 것은 글꼴의 정체성을 위해 질서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것은 다양한 분류법을 만들어냈고, 대표적으로 네 가지 분류법이 알려져 있다.
- 복스 분류법(Vox System): 1950년대 중반에 막시밀리언 복스가 고안했다.
- ATI 분류법(Association Typographique International System)
- 영국 표준 분류법(British Standard System): 복스 시스템의 일부를 차용하여 1965년에 만들어졌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 DIN 분류법(Deutsche Industrie Normen): 이 중 가장 완전하게 여겨지는 분류법이다.
4-1. 글꼴의 분류
글꼴을 분류할 때 아래와 같은 사항이 필이 고려되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36pt 이상의 크기로 글자꼴을 비교하는 것이 글자꼴 특징을 자세히 확인하기에 좋다.
1. 세리프가 있는가
2. 있다면 어떤 형태인가
3. 두께에 따른 강약의 변화는 어떠한가
4. 획의 두께를 결정하는 스트레스의 위치는?
5. 곡선이 있는 글자에서 기울어져 있는지 수평인지
6. 일반적인 글자 폭은?
이 책에서는 어느 특정한 분류법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전통적으로 분류해온 명칭들을 주로 사용하였다. 블랙레터, 베네치안, 올드페이스, 트랜지셔널, 모던, 슬랩세리프, 산세리프(그로테스크, 네오 그로테스크, 기하학적, 휴머니스트) 그리고 펜 글씨체 또는 붓글씨체로도 알려진 스크립트체 등과 같은 용어들은 실무에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다. 활자 분류는 보는 관점에 따라 논란거리가 있는 주제다.
완성도 높은 글꼴들이 차고 넘치고,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인해 글꼴의 변형과 배열이 매우 용이해진 요즘,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전에는 누릴 수 없었던 창조적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 컴퓨터 기술의 역량을 백분 활용하기 위해 요구되는 노력은 과거에 필요했던 기술적인 노력에 비해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 라이트브레인 가치 디자인그룹 박다운
[참고 서적]
로빈 도드, 『타이포그래피의 탄생』, 홍시&홍디자인(2010), p16~25.
[참고 자료]
위키백과, 사진 식자, https://ko.wikipedia.org/wiki/사진_식자
아방가르드,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eXGC&articleno=921&categoryId=17®dt=20160111115811
나무위키, 아방가르드, https://namu.wiki/w/아방가르드
칸딘스키의 추상주의 작품,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mediayun&logNo=220728323934&proxyReferer=https%3A%2F%2Fwww.google.com%2F
카지미르 말레비치, http://blog.daum.net/_blog/BlogTypeView.do?blogid=0c1cC&articleno=21066&categoryId=107®dt=20151216000000
위키백과, 더 스테일 – 신조형주의, https://ko.wikipedia.org/wiki/신조형주의
위키백과, 테오 반 되스버그, https://ko.wikipedia.org/wiki/테오_반_되스버그
네이버블로그, 프레드릭 가우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euroball&logNo=120394916&categoryNo=10&parentCategoryNo=0&viewDate=¤tPage=1&postListTopCurrentPage=1&from=postList
안그라픽스, 에릭 길, http://agbook.co.kr/bookauth/1818/
위키트리, 길 산스, https://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183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