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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찾은 디자인

by Rightbrain Lab

글을 시작하기 앞서 디자인 실력을 올려주는 테크트리 및 툴 리스트는 아님을 밝힙니다.



들어가며


몇 년이란 시간 동안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늘 화두가 되어온 건 단연 ‘AI의 기술과 AI의 시대의 디자이너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였습니다.
여러 아티클과 강연에서 기술 습득의 중요성, 툴의 다양성, 직무 간 경계가 무너진 협업의 중요성이 반복되었습니다. 이 영향으로 개인의 기술뿐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과 소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디자이너로서 자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 요즘은 기술과 트렌드 외에도, ‘어떤 시선으로 일할 것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과 글들을 많이 찾아 함께 보고 있습니다.
아래의 다섯 권은 특정한 해답을 주기보다는, 내가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지, 어떻게 나를 잃지 않고 일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게 해 준 책들을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회사에서 티 안 나게 딴짓하기 - 자아를 지키는 연습


img_01.png 출처 : 교보문고


『회사에서 티 안 나게 딴짓하기』는 조직의 틀 안에서도 ‘나다운 삶’을 지키려는 이들을 위한 작지만 단단한 안내서입니다. 직장에서의 시간을 오롯이 회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을 더 깊이 탐색하고 확장할 기회로 삼자는 제안을 던집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주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딴짓’이라는 표현을 통해 자칫 불성실해 보일 수 있는 행위를 오히려 자아에 대한 성실한 시도라고 되짚어 줍니다. 회사 일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내 안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잃지 않는 법, 좋아하는 것을 수집하고, 글을 쓰고, 관심 있는 분야를 탐색하는 그런 짧은 딴짓들이 결국 ‘일’을 조금 더 나답게 만드는 힘이 된다고 합니다.
결국 이 책은, 직장 안팎에서 흔들리지 않고 나만의 축을 세우며 살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주체적인 삶을 위한 사려 깊은 힌트’를 전합니다.




2.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세상을 보는 시야 키우기


img_02.png 출처 : hanabooksquare


갑자기 좀 뜬금없는 책이라 생각 드실 수 있겠습니다. 일, 혹은 디자인 스토리텔링이 아닌 웬 갑자기 경제 및 교양 책을 추천하지라는 생각.

(현재는 0,1,2, 무한 이렇게 네 개 시리즈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1,2권만 읽어도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이너에게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단순한 교양서 그 이상입니다. 정치, 경제, 철학, 자본주의의 구조 등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이 책은 쉽고 명쾌하게 풀어내며, 세상을 보는 관점의 폭을 넓혀줍니다. 경제와 정치, 철학과 자본주의 시스템은 우리가 디자인하는 대상의 환경이며, 그것을 이해해야만 비즈니스적 감각과 자본, 직무의 본질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지식을 주기보다, *‘왜 알아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감각을 깨우치도록 도와줍니다.

인문학 열풍과 함께 했던 지대넓얕 시리즈. 시리즈 1은 역사/정치/경제/사회/윤리 파트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복잡한 현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단순화한 구조입니다. 큰 그림을 파악하는데 굉장히 도움이 되지만 자신만의 가치관과 사고력이 좀 더 확고해지면 다시 읽어보면 좋을 책일듯합니다.




3. 미움받을 용기 - 자기 객관화


img_03.png 출처 : 교보문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읽으면 세상 쉬운 책이나 온 마음을 다해 실천을 하고자 읽는다면 정말 어려운 책입니다.

제목만 봤을 때 그저 그런 위로 에세이 같기도 한데, 이 책은 생각보다 깊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타인과 세상의 평가, 잣대에 잘 휘둘리는 분 들이라면 더욱더 추천해 드립니다. 『미움받을 용기』는 ‘자기 인생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내면의 힘’을 말합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기반으로, 타인의 기대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이 선택한 삶을 살아가는 용기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무엇보다도 "나는 나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4. 일의 감각 - ‘좋아함’을 주체로 삼기


img_04.png 출처 : 교보문고


책 『일의 감각』에서 말하는 ‘감각’은 단순히 타고난 재능이나 예술적 센스를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는 감각을 경험과 관찰, 일상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기를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즉, 어떤 사물을 고를 때, 공간을 꾸밀 때, 또는 브랜드를 기획할 때 그 수많은 작은 결정들이 쌓여 ‘감각’이 된다는 거죠.

저자는 특히 “감각은 훈련이다”라는 메시지를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합니다. 매일 무엇을 보고, 무엇에 반응하고, 어떻게 느끼고 판단하느냐는 디자이너에게 있어 단순한 취향이나 센스를 넘어서 삶의 태도이자 전략이 되기 때문입니다.
『일의 감각』은 디자이너로서 ‘일’과 ‘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감각적으로 붙잡을 수 있을지를 묻는 책입니다. 좋은 디자인이란 예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선택에 이유와 맥락이 담긴 결과라고 말하며, 이는 곧 디자이너가 자신만의 관점과 태도를 쌓아가는 과정임을 강조합니다. 나의 감각을 믿고, 타인의 취향과 기대에 휘둘리지 않으며, 나만의 미감과 리듬으로 일하는 태도는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아 성실’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5. 배민다움 - 자아와 브랜드가 만나는 순간


img_05.png 출처 : 다음뉴스


읽은 지 오래되었지만 최근 다시 한번 꺼내 읽어본 책입니다.
『배민다움』은 배달의민족이 ‘정답’이 아닌 ‘자기다움’을 추구하며 쌓아온 브랜드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직원 하나하나가 스스로를 탐색하고, 그 자아를 일에 반영하는 문화, 창업가처럼 생각하고, 브랜드 빌더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태도.
배달의민족이 ‘배민다움’을 만들 수 있었던 것도, 많은 구성원들이 각자의 ‘나다움’을 업무 속에서 녹여냈기 때문이라고 책은 담아냈습니다.


디자이너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해진 업무 내에서 일하지만, 업무를 채우는 방식은 각자의 태도와 시선에서 비롯됩니다. 남들이 시킨 일만 잘하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나만의 시선으로 문제를 풀어내고, 조직 안에서도 자기를 잃지 않는 디자이너, 그것이 바로 정체성의 출발점이 아닐까요? 이 책은 말합니다. 조직을 위한 브랜딩 이전에 자기 자신을 위한 브랜딩부터 시작하자고.
저는 그 말이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글을 마치며


디자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누군가의 요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직업으로, 자아와 주체성을 가지지 못하고 일하면 지속하기 힘들고 자존감 또한 많이 떨어질 수도 있다 생각합니다. 자기 주체성을 지키고 보다 능동적으로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을 알고 나를 이해하는 지식의 힘이 필요합니다.


작은 딴짓도, 넓은 공부도, 좋아하는 것을 탐하는 감각도 — 결국엔 ‘나답게 일하는 법’을 위한 걸음이며
 나다운 디자인, 나다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들을 천천히 권해보고 싶습니다.



- 라이트브레인 가치디자인그룹 이상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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