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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Mar 07. 2024

작별을 고하는 방법

존중과 배려는 어디로...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는 김신영 씨가 갑작스러운 하차 통보를 받았다는 기사를 보았다. 

전국노래자랑이란 프로그램이 어떠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인지는 성인이라면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을 듯하다. 사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많은 건 아니지만 김신영 씨의 팬의 입장으로서 안타까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 물론 회사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는 있다. 시청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광고 수입, 유무형의 수익은 방송국이 아닐지라도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갑작스러운 통보에 있다. 


본인과는 말 한마디 없이 쓰레기 버리듯 내쳐지는 현실은 바라보는 이로 하여금 한숨을 짓게 만든다. 상도도 아니고 인간적인 예의도 없어 보인다. 연예인 세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이런 상황을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보이는 연예인들의 심정을 헤아려본다.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들이 자기가 진행하고 출연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없을 리는 없을 것 같다. 프로그램이 잘 되어야만 더 사랑받는 사람이라 느껴지고 그로 인해 연결되는 광고, 타 프로그램의 출연 등으로 이어지니 말이다. 또한 '나'라는 개인에게도 금전적인 것은 물론 성취감, 일에 대한 만족감 등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또, 지금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오래된 아파트. 재건축을 추진 중인 1600세대 가까운 꽤 규모가 있는 단지다. 여느 아파트와 다름없는 곳이고 60여 명의 경비원 분들이 일하시는 직장이기도 하다. 한두 달 전쯤, 아파트 게시판에 '경비원 구조조정 찬반투표 안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붙었다. 요지는 이렇다. '경비원의 숫자가 너무 많아 인원을 감축해서 입주민들의 관리비 지출을 낮추려고 한다. 경비원 인원을 줄여도 인력 재배치등을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했으니 걱정하지 말라. 자세한 자료는 안내문을 자세히 살펴봐달라'였다.


입주민 단톡방에서는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경비원들의 불친절과 근무태만에 화가 많이 났었는데 이참에 잘 됐다며 본보기를 보여주자는 분도 있는가 하면, 너무나 좋은 분들이고 이웃인데 그렇게 몇만 원 관리비 아끼자고 내쳐야겠냐며 호소하는 분도 있다. 몇 년 전 뉴스에서도 몇몇 아파트 단지에서 있었던 사례들을 보도해서 접하기는 했지만 막상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다소 당황스럽긴 했다. 주민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이긴 하지만, 선뜻 어느 쪽에 표를 던져야 할지는 막막하기만 했다. 


두 가지 내용의 공통점은 함께 일하던 사람들과의 작별이다. 또한 그 방식이 다소 갑작스럽다는 것이다. 물론 경비원의 구조조정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기는 하나 주민투표로 결정할 거니까 투표해달라고 공지가 붙은 것은 갑작스러웠다.


기업에서도 이런 일들은 수도 없이 일어난다. 아름다운 이별이 얼마나 되겠느냐만 떠나는 당사자는 물론 떠나보내는 기업의 입장도 그리 맘이 편한 것은 아니다. 각자에게는 상처가 남는다. 그래서 그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들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객관적인 지표를 들어 내보내고 바꿔야 함을 주장할지라도 그 자체가 상처를 방지하는 수단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처란 사람의 마음에 입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전적 보상이 어느 정도 위안을 줄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치유를 할 수 없다. 불가능한 일이다.


전직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기업들도 많아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무언가 불편한 구석이 있다. 당장에 일자리가 급한 분들이 많아 이런저런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어렵다는 현실도 있기에 이해는 가지만 좀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 이유는 결국 그들의 마음을 살펴보지 않았음에 있다. 구조조정을 당하며 직장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는 사람들에게는 마음속에 공간을 만들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음의 공간이란, 충격을 받은 현실을 일단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왜 내가 이런 현실을 마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자책이나 원망이 아니라 그저 내가 직장을 잃은 사람이라는 그 자체를 온전히 인정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괴감에 빠지고 원망하며 마음을 다잡을 수가 없다. 그러고 나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서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필요한 것들이 생각나게 된다.  상대방을 이해하라는 것도 아니고 그저 내가 있는 현재 상태를 그대로 인정함으로써 회복은 진행된다.


기업은 함께 고생하고 성장해 온 구성원들과의 작별을 신중하게 해야만 한다. 그리고 최소한이라도 그들이 이루어 놓은 성과와 기여를 인정해 주며 감사했다는 말 한다미 정도는 해줄 수 있어야만 한다. 한때 동료였다 하더라도 그들은 밖으로 나가면 우리 회사의 고객이 된다. 고객 한 사람 한 사람이 퍼트리는 말들은 화살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또한 그들이 쌓아놓은 공로를 인정함으로써 떠나보내는 이의 명예는 지켜줄 수 있는 여유와 배려도 필요하다. 그것이 어쩌면 우리가 살아가며 필요한 인간적인 존중의 모습이지 않을까 한다.


김신영 씨의 일과 경비원 아저씨 분들의 마지막 결과는 어찌 될지 모른다. 그대로 조용히 묻힐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은 들지만... 제발 앞으로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작별은 더 이상 없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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