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말고사 공부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라디오가 꺼진 것부터 예감이 안 좋았다.
청해 75번 문제에서 라디오가 꺼졌다. 시험 진행위원 중 한 분이 오셔서 우선 독해시험으로 넘어가고 시간이 종료되면 75번부터 다시 시작한다고 하셨다. 대신 청해 시간이 종료되면 바로 답안지를 제출해야 한다고 하셨다.
마지막 문제를 풀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 나는 청해 마지막 파트를 한국어로 받아쓴 뒤에 답을 골라내는데, 마지막 문제는 항상 애매해서 청해 시간이 종료한 후에도 고민을 하다가 답을 고르고는 했었다.
독해를 다 풀고 나니 20분이 남았다. 이때 미리 마지막 문제의 선지 해석을 해 두었어야 했는데. 왜 안 했지.
예상한 대로 마지막 문제는 선지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눈에 보이는걸 대충 골라서 냈다..
액땜한 셈 쳐야겠다.
JPT 시험을 치기로 한 건 물론 즉흥적이었지만 전략적인 목적도 있었다.
작년까지 CPA 2차 시험은 대학교의 강의실에서 치러졌었는데, 올해는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적은 인원을 더 큰 공간에 수용해야 하기 때문인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치러지게 되었다. 나는 고등학교에 배정되었고.
JPT 시험도 고등학교에서 치러지니까, 고등학교의 책상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는 나쁘지 않았다. 일부 대학교의 경우에는 일체식 의자 + 좁은 책상으로 CPA 수험생들을 괴롭히곤 했었는데, 그에 비하면 아주 선녀였다.
주목적은 시험 당일날의 컨디션 테스트다. 시험 전날만 되면 잠을 설치고, 당일에는 소화가 잘 안 되는 상황을 자주 겪었다. 그래서 작년 CPA 시험을 치를 때에도 아침에는 아무것도 안 먹었고, 점심으로는 최대한 가볍게 먹으려고 했었다. 1차 시험에서는 묽은 죽을 가져갔었고 (맛이 너무 심심해서 드림카카오를 얹어서 같이 먹었다), 2차 시험에서는 편의점에서 단호박 샐러드를 사서 대충 때웠었다.
JPT 시험은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기 때문에 별 문제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벽에 잠을 깼고 + 아침에 속이 안 좋았다. 당일날 아침은 역시 굶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시험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시험 현장의 스트레스에 미리 노출시켜서 몸을 예열해두는 기능도 해 줄 것이고..
집에 와서는 낮잠을 자다가 기말고사 공부를 했다. 시험 직전에 정리한 내용을 대충 훑으면 어떻게든 될 것 같다. 재미없는 공부를 하느라 머리가 너무 아프다.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