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게으른 참고래 Jun 26. 2021

3년 동안 함께한 시험이 끝이 났다.

결과 발표는 2달 남았지만..

다 끝났다는 게 별로 실감이 안 난다. 나는 어제와 다름없이 드러누워서 웹소설을 읽고 있다.


어젯밤에 친구가 준 초콜릿을 잔뜩 먹으며 공부를 했더니 얹힌 느낌이 들었다. 잠은 잘 잤지만 아침에도 컨디션이 영 좋지 못했다. 다행히 점심 즈음에는 호전되어서 야채 버섯죽을 먹고 시험장으로 갔다.


대기실은 너무 조용했다. 바로 옆 자리에 앉은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며 시험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겨웠다. 당장이라도 시험을 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마 대기실의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생각이 아니었을까.


머리가 지끈거려서 공부하는 중간중간 엎드려서 휴식을 취했다. 몇 번 반복했더니 머리가 아픈 것이 조금 가셨다. 오후 3시 반이 되었고. 사람들은 하나둘씩 고사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시험을 앞두고 나는 그저 즐거웠다. 대기하는 시간 동안 계속 웃음이 새어 나왔다. 드디어. 드디어 시험을 치는구나.


책상이 조금 좁아서, 시험지를 반으로 잘라 스테이플러로 고정했다. 작년에는 그냥 풀었는데, 이렇게 하니 정말 편했다. 괜히 다들 이렇게 하는 게 아녔구나.


시험은 쉬웠다. 음. 쉬운 것 같았다. 문제를  다 풀고 50분이 남았고. 시간이 남아서 못생긴 글자들을 하나하나 고쳐가면서 시간을 때웠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아서 시험지에 답을 다 옮겨 쓰고, 맨 뒷장을 돼지 그림으로 도배했다. 무아지경으로 낙서를 도배하다가 감독관님이 이상하게 볼 것 같아 멈추었다.


스피커에서 시험 종료를 알리는 안내가 흘러나왔다. 나는 활짝 웃었다.




시험 직후에는 엄청 쉬웠다고 느꼈는데, 회계감사 수험생들이 모인 오픈카톡방에서 답을 맞춰 보니 여기저기서 틀린 부분이 꽤나 있었다. 고민 고민하다가 고친 문제가 역시 고치기 전 답이 맞았다는 사실을 알고는 정말 심란했다. 


당연히 합격권이지라는 생각에 매기지 않으려고 했는데, 60점을 넘는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는 계속 찝찝할 것 같아 가장 유력한 답안에 맞춰 매겨보았다. 논란이 있는 문제는 그냥 틀린 것으로 취급했다. 최대한 보수적으로 채점해도 70점은 넘는다. 무조건 붙는다고 보아야 할 것 같다. 




2018년부터 시작된 여정이 드디어 끝이 났다. 3년 동안 참 많은 것이 바뀐 것 같다. 


2학년 2학기가 끝나는 시점에 진입해서, 이제 졸업을 앞두고 있다. 여전히 비루한 실력이지만 영어 공부를 해서 오픽 AL도 받아보고, 평생 칠 일이 없을 것 같았던 JPT도 응시했다. 눈 건강은 아주 박살이 났고, 거북목은 심해졌으며, 허리도 영 좋지 않아 졌지만..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법..


이틀 뒤부터 회계법인들이 신규 입사자를 모집하기 시작한다. 이제는 자기소개서를 쓸 차례다. 어디에 지원을 해야 할 까. 주말 동안 고민을 해 보아야겠다.


스스로에게 기대한 것보다 나름 잘 해온 것 같아 참 뿌듯하다. 그리고 이제 진짜 사회생활을 할 생각을 하니 한없이 막막하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시험 전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