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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Apr 19. 2024

창조경제와 로컬경제의 연속성

창조경제와 로컬경제의 연속성


로컬경제의 현장 지원 센터가 있다면, 그곳은 창조경제혁신센터다. 창조경제와 로컬경제의 동거? 선 듯 이해하기 어려운 결합이다.


2016년 정부가 로컬 크리에이터를 지원하기 시작할 때부터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특히 강원과 제주 센터가 개인 크리에이터 지원을 넘어 지역과 전국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현재 강원, 제주뿐만 아니라 충북, 경북, 전북, 세종 등의 센터들도 로컬경제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창조경제혁신센터 관점에서 보면 로컬 크리에이터 기업은 생활혁신 기업으로 지역 창업 생태계의 한 축을 담당한다. 다른 한 축은 스타트업 기업이다. 스타트업경제가 창조경제의 기술적 적용을 강조한다면, 로컬경제는 '크리에이터 경제'라 불리는 창조경제의 콘텐츠 생산 역량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센터 사업 구성으로만 보면 창조경제의 양대 축은 스타트업경제와 로컬경제다. 한국에서 창조경제의 로컬경제 지원은 어떻게 결합된 것일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최근 출판된 박근혜 대통령의 자서전은 창조경제 정책의 기원을 자세히 설명한다. 박근혜 대통령 자서전에 소개된 창조경제 정책은 ICT 기술과 창의성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장, 일자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 중심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벤처기업 육성, 규제 완화, R&D 지원 등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정부는 2014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국에 설립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강조했다.


다른 국가의 유사 정책과 비교해 보면 창조경제는 중국의 대중창업만중혁신(大众创业万众革新)이나 일본의 Society 5.0과 맥락을 같이 한다. 이들은 모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경제 전략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가 있다.


하지만 창조경제는 실효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구체성이 부족하고, 정부 주도로 이뤄졌다는 한계가 지적되었다. 중국과 일본의 정책이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데 주력한 반면, 창조경제는 관 주도의 색채가 짙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창조경제는 한국 경제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고 지금도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 창업 생태계의 구심점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ICT 강국의 이점을 살려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교육과 창업 생태계 조성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창조경제는 초기부터 기술 기반 스타트업과 함께 생활산업 분야의 창업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다. 2015년 생활산업 창업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그 결과가 2016년에 시작된 미래부의 '지역 생활문화 청년혁신가' 사업이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로컬 크리에이터 명칭을 공식화하고 전국 단위 지원 사업을 재개했다.


윤석열 정부의 로컬경제

중소벤처기업부를 중심으로 지원되던 로컬경제는 윤석열 정부에서 범정부 차원의 국정과제로 채택되어 추진 중이다. 다른 정부와 마찬가지로 윤석열 정부도 창조성에서 한국과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로컬경제 정책은 창조경제를 지역 단위에서 실현하기 위해 지역 고유의 자원과 문화에 기반한 콘텐츠 발굴과 브랜드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첫째, 중소벤처기업부는 '로컬 크리에이터', '로컬 브랜드 창출', '장인학교' 등 로컬 창업 지원 사업을 통해 대전 성심당, 강릉 테라로사와 같은 로컬 기업과 경주 황리단길, 부산 전포동과 같은 로컬 브랜드 상권을 양성하고 있다.


둘째, 행정안전부는 지역 단위 로컬경제 환경 조성과 거버넌스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 '로컬 브랜딩' 사업을 통해 로컬경제 마스터플랜의 작성, 거버넌스 구축, 앵커 사업 추진을 지원하고, '슬기로운 동네생활' 사업으로 주민 주도의 마을 관리 모델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셋째, 국토교통부는 도시재생 정책을 통해 로컬경제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역 특화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도시재생을 추진하는 한편, '민관협력 지역상생협약'을 바탕으로 민간기업과 지자체 간 지역 상생발전을 지원하고 있다.


넷째, 문화체육관광부는 로컬경제의 근간이 되는 지역 문화 자원을 지역 단위에서 확충하고 이를 지역사회와 연결하는 데 힘쓰고 있다. '대한민국 문화도시', '로컬 100선', '15분 문화생활권' 등의 사업을 추진해 지역 고유의 문화를 발굴하고 문화 인프라를 구축한다.


네 부처의 사업을 종합해 보면, 문화체육관광부가 확충하고 활성화하는 지역 문화 자원을 토대로, 행정안전부가 지역 정부의 민관협력 로컬경제 사업화를 지원하고, 국토교통부가 로컬경제의 활력을 바탕으로 낙후 지역을 재생하며, 중소벤처기업부가 로컬경제의 주체인 로컬 크리에이터와 로컬 상권을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로컬 콘텐츠 생태계 사업은 일반적인 창조도시, 창조산업 정책과 비교해도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창조도시 정책이 도시 재생과 문화예술 인프라에 방점을 뒀다면, 윤 정부의 정책은 로컬 브랜드 창출, 장인 육성 등 지역 비즈니스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다. 창조산업 정책이 특정 영역에 한정됐다면, 로컬 콘텐츠는 지역 경제를 대상으로 지역 자원을 아우르는 생태계적 지원을 지향한다.


윤석열 정부의 로컬 콘텐츠 생태계 정책은 수도권 중심의 창조경제, 창조도시, 창조산업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지역 주도, 민관협력형 지역 경제 발전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보편적인 문화 자원보다는 '지역성' 자체를 핵심 자원으로 삼아 선순환 구조를 창출하려 한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2010년 이후 로컬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민간 기업들도 로컬을 지원하고 활용하는 다양한 ESG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코오롱은 '에피그램 로컬 프로젝트'를 통해 로컬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고, 당근마켓은 '슬기로운 동네생활' 캠페인으로 동네 커뮤니티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네이버는 '로컬 브랜드 스쿨'로 지역 상권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하고, 신세계는 '로컬이 신세계' 프로젝트로 지역 특산품 육성에 나서고 있다. 시몬스의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는 로컬 푸드와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을 선보이고 있다.


로컬경제 정책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있다. 정책의 상호보완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고, 지자체 역량 제고, 민관 협력체계 구축 등도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 정부의 로컬 콘텐츠 사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로컬 콘텐츠 진흥원'을 설립하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민간이 협력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며,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정책 수단을 마련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 지역사회, 학계의 노력들이 종합적으로 이루어질 때 로컬 콘텐츠 생태계가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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